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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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림을 주제로 한 책은 여느 책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읽는 것' 같다. 화가나 그림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즐겁고, 그림을 보는 안목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서 좋다.

그동안 여러 책을 읽고 미술관도 가끔 들리다 보니 이전보다 지식은 쌓였으나 '그림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대중들에게 인기가 좋은 그림을 보면 후광효과가 올 때가 많아서 나의 안목인지 전문가나 대중의 안목을 내가 흡수한 것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유독 좋아하는 화가, 유독 좋아하는 무드의 그림이 있는 것을 보면 '안목'은 부족하더라도 '취향'은 있나 보다 싶다.

오랜만에 미술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 미술만이 아니라 음악도 담고 있다.

가끔 두 가지 영역을 엮은 책들이 나올 때가 있다. 미술을 예로 들자면 미술과 철학, 미술과 수학, 미술과 과학 등을 엮은 경우인데 신선한 접근법과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롭긴 하나 책 한 권 내내 같은 톤을 유지하기에는 어느 부분에서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애교라 생각하고 전체적인 맥락으로 읽었었다.

이번 책은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다. 저자 박소현 님은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클래식 강연자 겸 칼럼니스트이니, 음악가이다. 이런 분이 미술을 접목시켜 책을 썼으니, 사실은 음악이 메인이고 미술은 양념처럼 곁들일 줄 알았다. 여느 책처럼 일부는 억지로 한데 이어 붙여놓더라도 이해하고 읽자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30명의 화가와 30점의 명화, 30명의 작곡가와 30개의 명곡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고 미술과 음악 어디 하나 치우침 없이 균형감이 있었다. 짝을 이룬 화가와 음악가의 삶에서 묘하게 닮은 점을 잘 부각한 덕분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매 챕터마다 작곡가와 그의 명곡을 설명할 때 QR코드가 옆에 붙어있다. QR코드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해당 챕터를 읽었는데, 그림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마치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을 거닐으며 예술가들의 삶을 엿본 것 같다.

음악과 미술 중 미술을 확연히 편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소개하는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음악이 낯설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과 작품이 대중성이 높아서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훑지 않고 깊이 있게 다루어 줘서 매 챕터마다 하나의 독립된 칼럼을 읽는 것 같다.

그동안 다녔던 미술관에서 봤던 그림들에 대한 소개도 많았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도 대거 나와서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은근 클래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음은 책에 언급된 많은 작품 중 몇 가지를 골라서 음악보다는 미술 중심으로 썼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들]에서는 김창열의 <밤에 일어난 일> 그림을 설명해 준다. 김창열은 물방을 그림으로 유명하다. 몇 해 전, 제주에 있는 김창열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두 번을 갔었는데 전시 작품이 겹치지 않아서 풍족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문 때 <밤에 일어난 일> 을 봤었는데, 이 책에서 그 배경을 설명해 줘서 반가웠다. 1972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의 유화물감이 잘 떨어지게 하고자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두었더니 다음날 새벽 캔버스 뒷면에 맺힌 물방울이 아침 햇살에 영롱한 빛을 뿜어내었고, 물방울 화가가 탄생한 순간이 되었다.

파리에 정착해 40년 넘는 세월 동안 물방울을 그린 김창열의 인생은 20세에 파리로 유학을 간 후 20년간 조국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지 못하고 숨을 거든 쇼팽의 삶과 연결된다.

밤에 일어난 일

[바이올린으로 펼치는 히브리 선율]에서는 샤갈 <녹색의 바이올린 연주자>를 설명한다.

작년 샤갈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전까지는 예쁜 색상의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았다가 전시를 통해서 샤갈의 다른 면을 보았다.

그는 러시아 비테스트의 유대인으로 태어나 야수파, 입체파 회화를 습득한 후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했다. 그런데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던 시기에는 유대인의 한이 그의 그림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나치의 핍박이 어어져 그의 그림은 한없이 어두워졌다. 전시를 보러 갔을 때도 그 시기 그림이 걸린 섹션에서는 분위기가 심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다시 희망과 자유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고 많은 이에게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샤걀의 그림에는 바이올린, 소, 염소, 닭, 꽃이 자주 등장한다. 동물은 사람의 영혼이 동물의 육체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유대교 사상을 보여주고 바이올린은 천사들이 연주하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유대인들에게 친숙한 악기이기도 하다. 작품 속 녹색 얼굴의 남자는 샤걀을 대변한다.

샤갈과 함께 언급해 준 음악가는 러시아 출신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이다. 그 역시 샤갈처럼 유대인 탄압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여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니콜로 파가니니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손가락이 길고 휘었는데 화려한 기교로 연주를 쉽게 해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는 하루 10시간 넘는 연습으로 유전병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밀스타인은 파가니니를 향한 경외심을 담아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파가니니아나>를 작곡했다. 초절기교가 섞여있는 파가니니아나는 샤갈의 화려한 색채처럼 초절기교가 고루 섞여 귀를 즐겁게 해 준다.



[금빛 찬란한 사랑을 노래할 때]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설명한다.

빈 분리파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가지고 있는 클림트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이기도 해서 비엔나 여행을 갔을 때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등을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날 수 있었다.

클림트의 여성편력은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정신적으로 기대었던 사람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에밀리였다. 에밀리는 그의 여성 편력도 받아주었지만, 사망 후에도 이어진 수많은 친자 소송과 유산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주었다.

에밀리의 모습은 남편 로베르트 슈만이 사망한 후 남은 생애 동안 그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려 연주를 이어간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과 닮았다.

[죽음과 아름다운 여인을 읊다]에서는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를 소개한다.

에곤 실레의 그림은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까이 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의 그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여행을 갔을 때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서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고 그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서 에곤 실레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레오폴드 미술관'을 다시 들렸다. 이곳에 에곤 실레 그림을 많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관심이 있다 보니 그의 성격이나 생애에 대해 알게 된 상태에서 그림을 보니 여간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자화상, 누드화가 많이 알려져 있으나 마을을 그린 그림은 그의 특유의 색채가 정감 어리게 표현되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죽음과 소녀>는 '벨베데레 궁전'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림 속 남자는 에곤 실레이고 여자는 한때 연인이었던 발리이다. 실레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했지만 실레는 그녀를 배반하고 좋은 가문의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한다. 엔곤 실레는 발리에게 결혼 후에도 연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고 상처 입은 발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간호사가 되어 떠난다. 앙상한 팔은 마치 실레를 옭아매는 것 같고 그녀를 밀쳐내려는 오른손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왼손은 그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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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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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에 대한 확실한 설루션을 준다기 보다 자신의 문제를 또렷이 보게 해주고, 자신이 놓인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마치 굴곡진 인생을 겪어오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 유순한 심리 상담책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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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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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꽃과 나비를 속삭이는 시가 담긴 작고 예쁜 시집처럼 생긴 책이 도착했다.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제목과 어울리는 표지 그림이 무척 어울린다.

최근 들어 책을 받게 되면 표지의 그림이나 사진, 문구 등을 보고 책 분위기를 미리 예상해 보곤 하는데 마치 아이가 선물상자 열어보는 듯한 묘한 기대감이 있다. 표지 한 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다 보니, 책을 내시는 많은 분들의 많은 고심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분위기를 미리 짐작할 수 있고,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면 그림과 글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더욱 이해할 수 있어서다.

편안하고 잔잔한 그림에서 내용도 그리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겠구나 싶었고, '오늘을 살아가리라 다짐하는 그 순간, 생의 반짝임이 있다.'라는 문구가 벌써 오늘의 고단함을 위로해 줄 것 같은 느낌이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의 저자는 주지 스님인데 이해인 수녀의 강력 추천이라고 적혀있다.

종교를 진심으로 대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말로는 기독교라고 하나 교회를 다니지 않으며 말씀보다 실천이지라는 변명을 하곤 했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던 건, 기독교 재단의 중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에서 교회를 다닐 것을 강요해서였다. 학교 커리큘럼에도 성경 수업 시간이 주 1시간 있었다. 당시 성경 수업을 해 주셨던 선생님은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해 주신 게 아니라 성경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사건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해 주셨는데,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듯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그 김에 내 종교도 기독교가 되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교회와 멀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내 종교가 기독교임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가족들도 '그랬어?'라며 놀라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책에서 종교에 대해 언급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 뜨끔할 때가 있다.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에서 영성까지>도 그런 책 중 하나이다.

언제부터인가 성경 말씀이나, 다른 종교에서 지향하는 바, 그리고 좋은 책들에 적힌 글들이 하나로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사과를 보고 다른 화풍으로 그림을 그려놓고 '우리는 서로 다른 사과요'라고 말하고 있으나 내 눈에는 그 본질이 '사과'임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가 여타 종교, 여러 상반된 내용의 책에 대해서도 그리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일단 보고 듣는 편이다.

최근에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좋아서 산책을 할 때 종종 듣는다. 구수한 사투리 억양으로 대중이 알아듣기 유머러스 하면서도 편하고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 주시는데, 역시나 듣고 있자니 성경 말씀과 다를 바가 없다. 좋은 말씀이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다 같은가 보다.

내가 본 동영상은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법륜스님이 조언을 해 주는 시리즈인데, 사람들의 고민과 질문을 듣고 있자니 남의 허물과 어리석음이 정말 잘 보인다. 그런데 그 허물과 어리석음이 나라고 없는 게 아니라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든다. 똑똑한 척, 사리분별 있는 척 사는 것일 뿐이지 알고 보면 매 순간 욕심이 앞서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 법륜스님의 강연 덕에 일본의 유명한 고승의 책도 기대감 가득하게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평소 수행을 하며 느꼈던 점과 많은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며 든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불교를 다루고 있지 않다. '힘들긴 해도 괜찮네'라며 살수 있고, 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면 그 자리에 불교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으며, 저자는 오히려 매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늘어나 불교가 점점 잊혔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하다면 불교란 살아가기 위한 기술, 더 정확히 말하면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기술이므로 불교라는 도구를 한 번쯤 써보면 좋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고비가 올 때, 마음이 약해질 때, 미래가 불확실하여 불안할 때, 누군가를 찾게 된다. 주변인에게 고민을 말하기도 하고, 종교에 의지하기도 하고 점을 보러 가기도 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면 종교가 설자리가 없을 수 있겠구나 싶다.

이 책은 어떤 문제에 대한 확실한 설루션을 준다기 보다 자신의 문제를 또렷이 보게 해주고, 자신이 놓인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마치 굴곡진 인생을 겪어오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 유순한 심리 상담책 같기도 하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우리는 '우연히 태어났다'라는 말이다.

우연히 태어난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찾기 말고 세상이 빚어낸 '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괴로움을 기꺼이 수용하며 흘러가도록 놓아주자는 말에 꽤나 내 시선이 머물렀다.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나의 삶은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서 내 마음 같지 않은 하루와 인간관계 발을 동동 구르고, 더 나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

그런 우리에게 이름, 성별, 나이, 성격, 직업, 가족, 주소 등 나를 이루는 속성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내 의지로 태어났다면 태어나는 시간, 장소, 부모를 원하는 대로 골랐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태어나 '남들과 다른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인정받고 칭찬받으려고 애를 쓰지 말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는 삶의 지혜를 이 책은 알려준다.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고 싶어서 열심이지만 사람은 '자신의 기억력'과 '타인의 인정'이 빚어낸 존재이므로 진정한 내 모습 찾기는 애당초 이루어질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수동적인 존재이므로 무언가에 등 떠밀리듯 적극적으로 살려고 하면 숨이 차오르기 마련이다. 무심한 마음으로 살면 한 결 편하다고 말한다.

나처럼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심한 마음이 가당키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는 편이다. 그런데 그 정도가 과해지면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고, 마음의 병은 행복이라는 열매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행동은 열심히 살더라도 마음은 반대로 잔잔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실망할 일, 남을 질투하는 일도 준다.

사람에 따라서는 꿈과 희망이 인생의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루어질 리 없는 꿈을 힘겹게 붙들고 있기 보다 속마음을 한 번쯤 유심히 살펴서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목표'로 바꾸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그 과정을 그려보자. 단념을 할 가능성조차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일 보듯 냉정하게 뜯어보고 나서 낮은 곳에서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안이한 꿈에 빠져 허우적댈 일이 없어진다.

저자는 우연히 태어난 나에 대해 큰 의미를 찾지 말고, 꿈과 희망이 짐이 될 수도 있으며, 감정에 휘둘려도 괜찮고, 우리는 죽음을 향해 매일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하나씩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얇고 작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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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로그로 월급보다 많이 번다 - 상위노출부터 수익화까지 네이버 블로그 한 권으로 끝내기
정태영(짜루) 지음 / 경이로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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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꽤 오랫동안 블로그를 해 왔다. '나에게 블로그란?'이라고 묻는다면, '오랜 친구'라고 답을 할 수 있다.

본업이 있고 아이도 키워야 했기 때문에 여느 워킹맘처럼 정신없던 시간을 보내서 친구도 제대로 만나기 어려웠을 때 블로그는 묵묵히 나의 말을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때로는 1년엔 몇 번 찾지 않을 때도 많아서 블로그를 방치한 기간이 더 실었으나 세월이 흘러 아이도 크고, 내 일에서도 전문성이 뿌리내리고 나서는 이전보다 블로그를 자주 찾게 된다. 최근 2,3년은 일, 취미생활이 깊어지거나 새로 흥미를 느낀 분야가 많은 데다 글 쓰는 재미까지 생겨서 거의 매일 글을 올리다 보니 몇 가지 현상이 보인다. 이 이야기는 리뷰 곳곳에 묻어 넣기로 하자.

본업이 워낙 나의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업종이다 보니 다른 데 눈길을 보낼 틈을 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블로그가 돈을 벌어다 주는 '돈나무'가 아니라 나와 가족의 기록을 담는 곳이자 항상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친구' 개념이 강하다 보니, 솔직히 말해 블로그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상당히 크다. 수익형 블로거를 꿈꾼다면 이를 전략적으로 연결시켜 주제도 정하고 활동을 해야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나의 호기심을 쫓아 진정성으로만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서 '머니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이 책은 블로그로 수익창출을 하고 싶은 사람,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므로, 글쓰기 자제만을 즐기는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보의 생산자이자, 내가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고자 하는 소비자로써 이 책에 쓰인 여러 좋은 글들에 대해 나의 경험이나 관찰을 추가하면 올바른 블로그 문화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블로그 운영에 대한 책은 여러 권 읽었다. <된다! 네이버 상위 노출>은 블로그 사용법이 주 내용이었고,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퇴근한다>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며, <나는 아끼는 대신 더 벌기로 했다>는 블로그를 통한 수익창출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나는 블로그로 월급보다 많이 번다>는 <나는 아끼는 대신>과 맥을 같이 한다.

차이가 있다면 '직업인'으로써 블로거가 어떤 마인드로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지가 이 책에서 뚜렷이 강조된다. 프로그래머로 살다가 퇴근 후 자는 시간을 줄여 블로그를 키운 결과, 월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내고 나서 퇴사를 하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사는 저자의 행보를 보면 블로그 운영에 대한 팁보다 그가 얼마나 이 일을 단순 취미를 넘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사회생활을 해 오며 봐온 많은 사람들과 비교해 보자면, 저자가 이 정도 열정을 프로그래머로 쏟았어도 1년에 1억이 넘는 순수익은 금방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프로그래머와 컨설턴트들 중 수익이 높은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자신의 전문성에 열정이 더해질 경우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도 많아서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성가신 일을 고르하고 한다면 '의미 없는 이웃, 서로이웃 요청'이다. 영혼 없는 댓글이나 품앗이하자, 자주 올테니 자신의 블로그도 와달라는 등의 이웃 요청이 오면 무조건 '거절'이다. 이웃 숫자를 늘리는 데 별 관심이 없기도 하거니와, 이런 사람들은 내 관심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블로그는 운영하지 않지만 무심하게 이웃을 신청하시는 분이 훨씬 고맙고 소중하다. 이분들 중 내 글이 좋거나 도움이 되어서 이웃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는 경우는 귀찮은 게 아니라 즐겁은 일에 속한다. 내 글에 '반응'이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좋아요 나 좋은 댓글은 말할 나위 없이 고맙다. 특히 '평소에 댓글 잘 달지 않는데, 이번 글은 달지 않을 수가 없네요.'로 시작하는 댓글들이 종종 있을 때는 나의 생각을 공감해 주고 이를 표현해 주니 기억에 제법 오래 남는다.

이 경험을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블로그를 키울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인가이다.

이 책의 2장은 블로그 운영의 기초를 다룬다. 상위 노출, 주제, 비싼 키워드, 모두가 좋아하는 글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있는데 이 방법을 그저 '돈벌이'를 목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블로그를 다니며 이웃 숫자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무차별 서로이웃추가 요청에 읽지도 않고 댓글을 마구 붙여넣기를 한다면 '절대!' 블로그를 키울 수 없다.

특히 '수익창출'을 원한다면 반드시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찾다가 블로그를 들어가게 되면 그 글만 보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웃'을 누르고 나오는 경우는 그 블로그의 다른 글들까지 봤을 때 매력을 느끼게 될 때이다. 우연히 특정 글이 '상위 노출'이 되어도 다른 글들이 읽을 내용이 없으면 빠져나가게 된다.

'수익' 이전에 '진정성'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이 책의 2장 블로그 운영의 기초와 3장 블로그 수익화 방법은 블로그 운영할 때 도움이 되는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으므로 자신에게 적용해 볼 수 있다.

나도 몇 가지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꽤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그중 하나가 검색 상위 노출 알고리즘이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올리면 상위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다. 책이나 여행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서 상위 노출은 꽤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노출되다 보니, 네이버의 기준이 궁금해졌는데 이는 다분히 IT업계 종사자로서의 호기심이 더 커서라고 하겠다.

이를 정리해 보자면,

  • C-Rank 알고리즘 : 블로그 지수(블로그 주제 점수)로 불리며 높을수록 검색 상위 노출에 유리. 맥락(한 주제의 전문성), 내용(문서의 품질, 반응), 반응(댓글, 공감, 스크랩)로 점수를 결정함, 하나의 주제로 품질 높은 문서를 꾸준히 작성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음, C-Rank가 고려하는 6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음

  • 블로그 콜렉션 : 블로그 문서의 제목, 본문, 이미지, 링크 등 기본 정보로 품질 계산 - 이미지, 영상, 글을 가독성 있게 제공하는지 여부

  • 네이버 DB : 네이버가 보유한 콘텐츠 DB와 연동하여 문서 신뢰도 계산, 스마트에디터 ONE에서 제공하는 [글감] 활용이 예.

  • 서치로그 : 네이버 검색 이용자의 검색 로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인기도 계산

  • 체인 스코어 : 웹문서, 사이트, 뉴스 등 다른 출처에서 관심 정도를 이용해 신뢰도와 인기도 계산

  • 블로그 액티버티 : 블로그 활동 지표를 참고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블로그인지 계산

  • 블로그 에디터 주제 점수 : 특정 주제와 관련된 문서를 꾸준히 발행하는지 계산

  • D.I.A. 로직은 사실성, 독창성, 일관성, 가독성으로 평가해 검색 노출 순위에 반영함, 블로그 신뢰성 C-Rank가 높아도 문서 자체의 품질이 낮으면 상위 노출이 어려워지게 되었음.

  • D.I.A.+로직은 D.I.A. 로직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검색창에 입력하는 키워드로 원하는 정보를 파악한 다음, '질의 의도 분석기'를 통해 그 내용이 포함된 문서를 찾아 상위에 노출시킴

블로그에 대한 지수, 발행하는 문서에 대한 지수 등에 대한 변화를 보니, 그간 네이버도 꽤 발전을 해 왔구나를 알 수 있다. 이제 챗 GPT 효과도 있을 테니, 좀 더 진정성 있는 글을 더 잘 찾아내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로직으로 글이 상위 노출되니 궁금했으나 내용을 읽어보니 결국 다시 제자리인 초심으로 돌아온다.

글을 하나를 쓰더라도 의미 없는 글, 베끼는 글, 가져온 사진 삽입 등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글을 쌓아나가면 상위 노출이 어렵지 않다.

다행인 점이라면, 블로그 후발 주자는 글이 많지도 않고 인지도도 떨어져서 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네이버의 방향이 새로 시작하는 블로그, 새 글에 대해 우호적인 듯 보이고 기회의 균등에 많은 신경을 써서 노출 기준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노출에 대한 내용만 정리했으나, 보다 더 자세한 팁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특히 떠돌아다니는 블로그에 대한 여러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는 내용도 있어서 좋았다.

특정 주제에 대해 관심이 높으면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 글을 꾸준히 발행할 가능성이 높고, 전문성을 보이기 쉬워서이다. 이왕 블로그 하는 거,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십분 살려 이 책에서 설명해 주는 것처럼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새로운 머니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를 꿈꿀 경우 한 가지를 주의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전문성이다.

네이버가 선호하는 블로그는 전문성인데 '한 가지'에 집중된 모습을 좋아해서이다.

나처럼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은 경우는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가지 주제에 전문성을 충분히 보일 수 있으나, 이를 고려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네이버도 복합 주제의 가치도 알아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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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13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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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보다 끊기 - 성장보다 성숙이 필요한 당신에게
유영만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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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놈 참 잘 생겼다.'

할머니가 길에서 만난 어떤 아이를 보고, 그 아이의 됨됨이나 미래를 짐작하여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상상이 된다. 또는 시장에서 먹음직하고 잘 익은 늙은 호박, 낡았지만 깨끗한 집을 지키는 우직한 개, 무거워 보여도 주인의 사랑을 받고 묵묵히 짐수레를 끌고 가는 망아지가 연상되기도 한다.

'끈기보다 끊기'도 참 잘 생긴 제목이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연상이 되면서도, 어떤 내용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유영만 교수님이다. 불현듯 떠오른 질문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는 배움을 사랑하는 '지식생태학자'로 알려진 분이다. 저자의 책은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를 먼저 읽은 바 있다. 당시 리뷰에 다름과 같이 글을 남긴 바 있다.

"... 그런데 특이한 점이라면 '비유'가 엄청나다. 한편으로는 '글쓰기' 책 같기도 하다. 운동에 대한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이를 써 내려가는 방식이 상당히 눈길을 끈다. 어휘 선택이나 문장력이 개성 넘치고 탁월하고, 창의력이 넘친다. "

이번 <끈기보다 끊기>도 마찬가지이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책의 흡입력에 빠져들게 되고, 저자의 독창적인 문장에 감탄하게 된다.


<끈기보다 끊기>의 배경은 경제 빙하기이다. '얼어붙은 경제'가 연상되는 경제 빙하기는 봄이나 여름을 짧고, 겨울이 생각보다 길다. 한여름에도 추위를 느끼는 건 마음의 온기가 살아져서이며, 특정 사람들을 제외하고 일반 서민이라면 특히 이 겨울이 길다고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생각, 지식, 경험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이므로 버리고 '무작정 버티기'보다는 '버리고 내려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모든 것이 다 보이고 세상을 다 아는 것' 같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고 마치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려갈수록 세상은 역동적으로 변하여 뛰어노는 아이들, 풀을 뜯는 소들, 부지런히 일하는 어른들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관망'과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관찰'은 차이가 크며, 관망이 관찰을 이길 수는 없다. 내려가 봐야 보이는 것이 있는 것이다. 내려가 보지 않고 정상에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말하는 건 자만일 수도 있다.

재작년 제주도 올레길을 완주한 적이 있다. 차로 다니면서 휙휙 스쳐 지나갔던 곳을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이 보였다. 들풀의 생명력도 볼 수 있고, 바람과 그림자의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나무 잎사귀의 푸르름도 차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차로 관광지에 도착해서 경치를 구경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감동이고 아름다움이었다. 속도를 늦추고 가까이에서 보니 매 발자국마다 새로운 세상이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는 인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달았다.

내려가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려가는 것은 실패나 멈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을 성공한 사람을 추앙한다. 그중에서도 '빠르게' 성공한 이들에게 더 큰 찬사를 보낸다.

리치 칼가아드의 <레이트 블루머>에서는 이런 생각을 여지없이 깨준다. 성공을 이루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으며 어느 나이 든, 어느 때든 삶의 가능성이 촉발되는 지점을 찾는다면 최고의 나 자신에게 도달할 수 있고, 이를 '레이트 블루머'라고 부른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026427992


<끈기보다 끊기>는 성공학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상에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가야 하는 사람들, 정상에 올랐어도 내려갈 때가 된 사람들에게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내려가도 된다'라는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이다.

높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도 가파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엘리트들은 오르는 데만 능한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몇 배나 많은 시간을 오르는 연습을 해 왔고 내려가는 데는 문외한이며 내려갈 마음의 준비를 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떠받들 여 준 데다, 내리막이 있을 것이 나는 상상을 해 본 적도 없다. 성장기가 끝나면 이어지는 정체기에 대한 면역이 없는 것이다.

<레이트 블루머>에서는 이를 '얼리 블루머'라고 부르며 우리는 몇 안 되는 얼리 블루머에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조용히 자신의 길을 일구어서 결국 인생에서 만족감을 평생 즐기는 레이트 블루머에 주목해 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은 내려간 것 같지만 그곳에서 충분히 행복할 있으며, 다시 숨 고르기를 해서 올라갈 수 있다는 격려도 해 준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걸림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강자는 이를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같은 돌을 두고도 걸려 자빠지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고, 극적으로 이용하여 더 높이 뛰는 것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 한계와 제약, 역경과 고난은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연료이며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비범함'은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빚어진다. 내려가면서 만나는 돌은 걸림돌이 될 수도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디딤돌로 삼는다면 걸음을 아낄 수 있다.

나는 갈수록 '버티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는다. 그러나 이때 전제조건은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바람을 있는 대로 다 맞으라는 것이 아니라, 고비가 있긴 했어도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행복한 버티기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끈기' 보다 몇 번의 '끊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잠시 멈춰보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재정비하는 시간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긴 인생을 되돌아볼 때, 이 길이 내 길이 내 길이라는 판단이 들 때 포기만 하지 않으면, '끊기'와 '오르기'가 엎치락뒤치락 이어지면서 긴 '끈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962318700


'즐거움'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방향을 잘 못 잡았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버티는 끈기'가 아니라 정확한 판단으로 '버리는 끊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판단의 기준은 상당히 모호하다.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면 금빛 찬란한 미래가 올 수 있다는 희망 이전에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이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기준을 말하라면 그 길이 즐거웠냐는 것이다.

방향 자체를 잘 못 잡았을 때는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헛된 기대가 된다.

"다 때려치우고 장사나 하자, 여기저기 커피점이 많은 데도 또 생기는 거 보니 먹고 살만하니 그렇겠지, 나도 카페나 열자. 요즘 OO이 핫하던데 나도 빨리 칙고 빠지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일은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고 과정도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저자는 '좋아하지만 잘할 수 없는 일을 붙잡고 절대로 포지하지 않는 사람'을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행복은 속도가 아니라 각도와 밀도에서 온다."

이 말이 함축하는 바는 크다. 지금의 고비가 디딤돌인지 방향을 잘 못 잡아서 나와 맞이 않아 생기는 일인지 중간중간 멈춰서 점검을 해 보고, 그저 참고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행간을 읽고 즐거움을 느끼며 촘촘히 밀도를 높여 나아가면 그 자체가 이미 '행복'이다.

최근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부모님의 바람이 상당히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취업하는 시기도 늦어지고 있고, 설사 대기업에 취업해도 40대를 넘기면 조기 은퇴, 강제 퇴직 당하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시대는 이미 끝나서 안정성을 강하게 안 해서이다.

의대 진학의 열망이 어찌나 큰지 전국 의대를 다 채우고 나야 서울대 공대 순으로 이어진다고도 하고, 작년과 재작년 SKY의 중퇴 학생 수가 급증한 이유도 의대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문은 좁고 원하는 사람은 많다 보니 초등학생 4학년 때부터 의대 진학반에 가지 않으면 '이미 늦었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의사, 변호가 좋던 시대가 저문다고 말한다. 사람이 넘치는 곳에는 변화와 열망이 달아오르게 되어 있으므로 '안정적'이다는 말은 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며 사전에서나 그 표현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한다.

지금의 변화가 앞으로 다가올 직업세계를 어떻게 변화 시킬까.

그것은 '직(軄)'의 시대가 가고, '업(業)'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직의 시대에서는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다. 전문직이 되면 고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았고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구분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제 외국의 전문가, AI와 경쟁을 벌여야 하고 승진과 명함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업'의 시대다. 이 시기는 '프로페셔널'이 되어 '고객의 바람을 이루어준다'라는 열망이 없다면 제아무리 변호사나 의사가 되어도 간판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리', '명함'에 목숨을 거는 '직' 수준의 사람은 아마추어이다. '업' 수준의 프로페셔널은 '의미'에 목숨을 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는 아마추어에 비해 프로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아마추어는 이기는 것 자체를 즐기고 경쟁상대는 언제나 바깥에 있다면, 프로는 자기를 경쟁 상태로 여기고 남보다 잘하기 보다 전보다 잘하려고 노력한다.

프로페셔널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지겨워 보이는 단순 반복을 거듭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이며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보이기 때문에, 기회가 오면 잡아채 그 위에 자연스레 올라탄다.

목표 달성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즐기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멈춰야 할 시기를 아는 지혜와 '천천히'의 여유가 조급함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체면, 남의 시선, 이미 해 온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는 던져버리고 말이다.

직선으로 가는 길은 장애물과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우회하는 길이 오히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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