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그림을 주제로 한 책은 여느 책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읽는 것' 같다. 화가나 그림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즐겁고, 그림을 보는 안목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서 좋다.
그동안 여러 책을 읽고 미술관도 가끔 들리다 보니 이전보다 지식은 쌓였으나 '그림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대중들에게 인기가 좋은 그림을 보면 후광효과가 올 때가 많아서 나의 안목인지 전문가나 대중의 안목을 내가 흡수한 것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유독 좋아하는 화가, 유독 좋아하는 무드의 그림이 있는 것을 보면 '안목'은 부족하더라도 '취향'은 있나 보다 싶다.
오랜만에 미술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 미술만이 아니라 음악도 담고 있다.
가끔 두 가지 영역을 엮은 책들이 나올 때가 있다. 미술을 예로 들자면 미술과 철학, 미술과 수학, 미술과 과학 등을 엮은 경우인데 신선한 접근법과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롭긴 하나 책 한 권 내내 같은 톤을 유지하기에는 어느 부분에서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애교라 생각하고 전체적인 맥락으로 읽었었다.
이번 책은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다. 저자 박소현 님은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클래식 강연자 겸 칼럼니스트이니, 음악가이다. 이런 분이 미술을 접목시켜 책을 썼으니, 사실은 음악이 메인이고 미술은 양념처럼 곁들일 줄 알았다. 여느 책처럼 일부는 억지로 한데 이어 붙여놓더라도 이해하고 읽자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30명의 화가와 30점의 명화, 30명의 작곡가와 30개의 명곡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고 미술과 음악 어디 하나 치우침 없이 균형감이 있었다. 짝을 이룬 화가와 음악가의 삶에서 묘하게 닮은 점을 잘 부각한 덕분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매 챕터마다 작곡가와 그의 명곡을 설명할 때 QR코드가 옆에 붙어있다. QR코드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해당 챕터를 읽었는데, 그림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마치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을 거닐으며 예술가들의 삶을 엿본 것 같다.
음악과 미술 중 미술을 확연히 편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소개하는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음악이 낯설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과 작품이 대중성이 높아서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훑지 않고 깊이 있게 다루어 줘서 매 챕터마다 하나의 독립된 칼럼을 읽는 것 같다.
그동안 다녔던 미술관에서 봤던 그림들에 대한 소개도 많았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도 대거 나와서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은근 클래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음은 책에 언급된 많은 작품 중 몇 가지를 골라서 음악보다는 미술 중심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