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기는 너무 쉬운데 그 사랑을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인식시키기는 어렵다. 그것은 전화 통화와도 같다. 전화를 걸려고 해도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하지만 통화가 된다고 해도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 또한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납득시키기 힘든 일이다. 상대방이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도망가는 경우는 더 힘이 들고 요행히 붙잡을 수 있었다고 해도 사랑을 인식시키기란 어렵다. 사랑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법이니까.이 작품은 마치 살아보고 결혼을 하라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불같은 열정으로 결혼을 했지만 서로를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 일주일만에 별거를 하게 되고 1년 뒤 만나 3주간의 이혼 연습을 하기 위해 같이 살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결혼 전에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을 갖는 다는 것이, 사랑을 인식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는 것이 열정만큼 중요함을 나타낸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변의 마약 밀매 실태를 취재하던 중 만완 기자 플레치에게 한 남자가 접근해 그를 부랑아로 생각하고 자신의 살인을 의뢰한다. 정확한 날짜까지 지정해 주면서. 일주일의 시한 동안 플레치는 남자가 살해되려는 진짜 목적을 파악하려는 한편 마약 밀매 주범도 밝혀 내야 한다.아카가와 지로의 <일주일 시한의 추적>이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이 작품은 일주일 후면 살해될 미지의 인물을 찾는 내용이다. 어떤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내에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하는 류의 작품은 의외로 많다. 이를테면 앤드류 클레이번의 <데드라인>은 18시간 후면 사형 당할 남자의 무죄를 밝히는 작품이고, 조나단 래티머의 <사형 6일전>은 6일 동안 사형수의 무죄를 밝히는 작품이다. 이러 작품들의 매력은 정해진 기간 때문에 더 몰입하게 되고 긴장하게 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시간대별로 사건이 나열되므로 군더더기가 생길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주인공의 대단한 노력과 작가의 짜임새 있는 글 솜씨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보다도. 작품의 내용이나 두 가지 사건의 적절한 보완은 좋았지만 정작 주인공 플레치의 행동이 너무 삐딱하다는 데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플레치의 상사 클라라에 대한 묘사도 좀 심한 느낌을 준다. 둘 다 비도덕적인 인물임에도 한 쪽은 바보에 무능력한 여자로, 다른 한 쪽은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뛰어난 능력의 영웅으로 묘사하다니... 어쩌면 이것은 그 시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작가의 반감의 표현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점만 빼면 괜찮은 작품이었다. 시리즈인데도 한 작품밖에 읽을 수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은 요즘 들어 두 번 읽은 작품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출판된 책을 읽었고 다시 읽게 되었다. 먼저 책에서 작품의 흐름에 반하는 것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축약판이었던 것은 틀림없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몇몇 생략된 내용이 보인다. 역시 완역판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네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으니 비로소 홈즈에 대한, 아니 코난 도일에 대한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역시 코난 도일은 선구자다. 홈즈는 탐정의 대명사고. 누가 뭐라 해도, 개인적인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영원불멸의 진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판에 질리거나 미비한 번역에 실망해서 작품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명작의 수준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대로 번역된 작품을 읽으니 그 동안 코너 도일의 작품을 비하했던 것에 죄책감까지 느껴진다. 그래도 홈즈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탐정이라는 생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한다.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된다. 남자는 싫어하는 고양이를 받아들이고 커다란 화분과 가정적인 인테리어에 적응하게 되고 여자는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해한다. 한 남자가, 결혼에 관심 없던 남자가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과 가정을 가지게 되는지 그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제목만 보면 예전의 동명의 영화를 떠올리게 되지만 내용은 전혀 상관이 없다. 계약 결혼을 하게 된 남녀의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읽다 보면 어디서 한번쯤 봤거나 읽은 듯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내용 자체는 추억의 할리퀸 시리즈라 진부하지만 어차피 사랑은 진부한 거라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작품이다.
지나치게 일 만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어머니에게서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란 랭은 결혼을 구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키리를 버리고 떠난다. 5년 뒤 재회한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 있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여전히 랭은 결혼할 마음이 없고 더군다나 키리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캐리어 우먼이 되었다. 성희롱으로 쫓겨난 경비원이 키리를 협박하자 랭은 그녀를 지켜 주기 위해 호신술을 가르치고 이웃 아파트로 이사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은 그들의 마음과 태도였다.내용은 자못 교훈적인데 재미는 없다. 정신병자 스토커의 이야기와 불행한 가정사, 두 남녀의 사랑싸움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을 준다. 약혼했다가 파혼했다가를 반복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결혼을 결심하는 남자의 심리도 충분하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여자의 마음만 갈대가 아니라 남자의 변덕도 그 못지 않다는 느낌만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