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일요일의 약혼식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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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 제1차 대전 당시 프랑스군으로 전쟁에 참전한 어느 다섯 명의 군인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잔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사한 약혼자의 사망의 진실에 대해 전해 듣게 된 마틸다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한 조각씩 사실을 모으고 거짓과 의혹을 파헤쳐 나간다. 자해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최전방으로 내 몰려 죽어 간 다섯 명의 병사들... 하지만 누군가는 그들 중 적어도 한 명은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마틸다는 그가 자신의 약혼자 마네치이기를 바라며 추적을 계속한다.

참혹한 전쟁과 대비되어 한 인간의 사랑과 불타는 집념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이다.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 <신데렐라의 함정>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해피엔딩이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전쟁은 어떤 전쟁이든 참혹한 것이겠지만 자신의 손에 총알을 쏴서 불구가 되더라도 빠져나가고 싶어 한 병사들에게는 어떤 명분도 없는 참혹한 개싸움일 뿐이다. 그들을 전쟁의 소강 상태를 벗어나 다시 전쟁의 시발점이 되도록 적군 앞에 내던진 작태는 전쟁의 비열함만을 일깨운다.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군인들이 죽고 많은 여인들이 사랑하는 잃고 슬퍼하고 있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인간들은 전쟁을 벌여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것일까... 인간만큼 어리석은 존재들이 또 있을까 싶다.

역자는 이 작품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의 추리 소설과 비교했지만 그들 작품보다는 더 문학적이고 더 세련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은 단순히 살인자는 누구인가를 찾는 다거나 단서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기만 하면 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은 한편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고, 반전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이 작품보다 더 감동적인 1차 대전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휠체어에 앉아 약혼자의 뒤를 쫓는 마틸다만큼 끈질기고 치밀한 탐정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미쓰 마플 같은 세상을 관조하는 탐정이 아닌, 킨시 밀흔 같이 교육받은 행동하는 탐정도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일상이 아닌 목표, 사랑하는 사람의 안위에 대해 알고자 하는 끈질긴 집념이 있었고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누구도 그녀만큼 냉철하고 또 그녀만큼 감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힘이 그녀를 세상의 어떤 탐정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함을 안겨준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탐정 중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탐정이다.

나는 세바스티앙 자프리조를 아이라 레빈과 비교하고 싶다. 아이라 레빈도 결코 같은 작품을 쓴 적이 없는 작가이고 자프리조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 <신데렐라의 함정>은 너무도 놀라운 대작이고 <엘리안>은 반전이 기막힌 작품이다. 영화의 시나리오인 <비의 여행자>는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모두 같은 작품도 없고 장르도 다양하다. 그것은 작가가 자신의 능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나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혹자는 자프리조를 추리 소설 대가의 반열에는 결코 올릴 수 없는 작가라고 말을 하지만 글세, 그의 작품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평이 아닐까 생각된다. 분명한 것은 <신데렐라의 함정>은 대작이고 이 작품은 <신데렐라의 함정>만큼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바스티앙 자프리조는 숨어 있는 대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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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4-08-07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추리소설중 가장 아름다운 추리소설이죠
제 친구는 아주 지루했다구 저를 구박했는데 전 지금도 이책을 좋아한답니다.
신데렐라의 함정이 추리소설로써는 뛰어날지몰라도 제게는 이작품이 더 인상깊습니다.

물만두 2004-08-07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무척 좋았던 책인데 다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더군요.
 
죽음의 정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지음 / 행림각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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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신데렐라의 함정>은 걸작에 속하는 추리 소설로 아마도 그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작품을 읽고 그의 독특한 글의 전재 방식과 여 주인공의 묘사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 <비의 여행자>를 읽었고 다시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좀 실망했었다. 평범했고, 여주인공 엘리안의 병적인 집착 - 아니 그것은 병이었다 - 과 남자 주인공 방방의 희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막 마지막 장을 다 읽은 순간 내 생각이 단순했음을 인정한다. 자프리조가 그런 단순한 작품을 쓸리 없는데. 그래도 이 비극적 상황은 마음에 안 든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와 같 주인공이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도입 부문을 시작하고, 마르흐리트 더 모르의 <쥐색 희색 푸른색>과 같이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하는 것을 서술하는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마지막에 르네 벨레토의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에서 느낀 것처럼 인생을 그저 그렇게 흐르는 슬프고 고요한 배와도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과 다르게 어느 날 갑자기 비틀려 버려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불행한 인생의 봄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가끔 급류에 휘말리기도 하고 쉬지 말아야 하는 곳에서 잠시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비극은 예고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너무 더운 여름 미쳐서 날 뛰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사랑에 미치듯이...

인간의 가장 큰 죄가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인간을 미치게 사랑한 죄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면 미친 열정, 한 순간의 실수,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고들 하니 산다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일이고 그러니 이 정도의 해프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해야 할까.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울었다. 어쩌면 인간이 가여워서 울었는지 모르지. 삶의 해프닝이 우스웠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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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를 훔친 형사 - 할리퀸로맨스- O Series 30
페기 모어랜드 지음, 김은영 옮김 / 신영미디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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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자신의 신랑이 살인자라는 남자들의 속삭임을 듣게 된 이사벨은 도망을 친다. 그때 형사 링크가 나타나 이사벨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녀를 별장에 숨겨 준다. 그는 언제나 이사벨을 구해 주는 그녀의 수호 천사였다. 5살 때 유괴 당한 그녀를 구해 준 것도 그였다. 하지만 그들은 신분이 너무도 달랐다. 이사벨은 부유한 포춘가의 외동딸이고 링크는 가난한 말단 형사일 뿐이다. 그리고 나이 차이도 13살이나 났다. 그런데도 사랑의 감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랑이란 건강하거나 병들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변함없이...라는 맹세를 하게 하는 것이니까.

진짜 신사라면 돈 때문에 사랑하는 채 하지 않겠지만 또 돈 때문에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부자들만의, 가난한 사람들만의, 서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니까. 그런 쉬운 만남만이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타협이라고 해야 할 것이지... 역시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이런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꿈을 꾸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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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 클럽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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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두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복잡한 미로와 같은 형식을 띄고 있다. 한 권은 뒤마의 <삼총사>고 또 한 권은 악마술에 관한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이라는 책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와 같이 작가는 마치 액자 소설을 구성하는 것 같이 과거와 현재, 또는 픽션과 논픽션의 세계를 넘나들며 독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그 넘나들기가 좀 억지스럽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도대체 내가 이 책을 왜 끝까지 읽었던가 하는 후회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뒤마만 가지고 넘나들기를 했다면 오히려 깔끔한 작품이 되었을 텐데 뒤마와 악마술을 짜집기 하는 식으로 독자를 현혹시켜 죽도 밥도 안된 그런 꼴이 되고만 격이다. 작가의 욕심이 과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 그의 비교 대상이 되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그나마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한 쪽은 신의 편에서 한 쪽은 악마의 편에서 지적 허영심이랄까 편집증적 살인을 벌이고 말았으니 말이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놀라운,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기를 추리 소설에 적용해서 살인을 지적 게임처럼 묘사하지만 그거나 미국판 엽기적 연쇄 살인이나 편집광들의 소행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고 아르마니의 양복을 빼어 입고 살인을 저지르나, 싸구려 중고품을 입고 살인을 저지르나 알맹이는 같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너무 멋을 내다가 덜미를 잡혔다는 느낌만 줄 뿐, 그래도 그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실망을 감출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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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 로봇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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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아시모프의 다른 작품 <바이센테니얼맨>과 필립 K. 딕의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금 비교하게 된다.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는 인간의 도구로서의 로봇이 등장한다. 그들은 인간의 하인일 뿐이다. R. 다닐 올리버같은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등장하고 지스카드같은 독심술을 써서 인간보다 나은 로봇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로봇 3원칙에 의해 지배받는 기계일 뿐이다. 이에 비해 <바이센테니얼맨>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 앤드류 마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인간에 대한 복종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 유한의 생명을 부여하는 로봇의 관점은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로봇임을, 인간에게 속한 로봇임을 증명한 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즉,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와 그들의 반란은 그들이 존재에 대한 명확한 의식을 했음을 드러낸다. 그것은 또한 인간이 조물주의 손에서 벗어났듯 로봇도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가치관의 확립이었다. 세 작품을 비교해 보면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로봇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어쩌면 그것 역시 인간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로봇은 이 작품 <아시모프의 로봇>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철저히 로봇 3원칙을 지키며 인간의 도구적이면서 다닐 올리버처럼 친구까지 될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랄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어떤 사람은 제 1편인 <강철 도시>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제 2편인 <벌거벗은 태양>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제 3편인 <여명의 로봇>은 1, 2 편과 많은 시간적 간격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정치적이고 좀 더 원숙하고 진지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래서 지루한 감을 주기도 하지만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를 읽을 수 있어 영광이다. 하지만 구판에 비해 2권이 줄어든 것은 무슨 이유인지, 내용상 상관은 없는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오타가 보이고 성의 없는 번역이 눈에 띄어 안타까웠다. 표지의 디자인도 좀 마음에 안 들고... 그래도 이렇게나마 출판을 해준 출판사에 감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의 실정으로 보면 이것도 감지덕지니까. 그래도 좀더 성의 있는 번역과 애장할 수 있도록 양장판으로 다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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