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 로봇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아시모프의 다른 작품 <바이센테니얼맨>과 필립 K. 딕의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금 비교하게 된다.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는 인간의 도구로서의 로봇이 등장한다. 그들은 인간의 하인일 뿐이다. R. 다닐 올리버같은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등장하고 지스카드같은 독심술을 써서 인간보다 나은 로봇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로봇 3원칙에 의해 지배받는 기계일 뿐이다. 이에 비해 <바이센테니얼맨>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 앤드류 마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인간에 대한 복종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 유한의 생명을 부여하는 로봇의 관점은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로봇임을, 인간에게 속한 로봇임을 증명한 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즉,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와 그들의 반란은 그들이 존재에 대한 명확한 의식을 했음을 드러낸다. 그것은 또한 인간이 조물주의 손에서 벗어났듯 로봇도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가치관의 확립이었다. 세 작품을 비교해 보면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로봇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어쩌면 그것 역시 인간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로봇은 이 작품 <아시모프의 로봇>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철저히 로봇 3원칙을 지키며 인간의 도구적이면서 다닐 올리버처럼 친구까지 될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랄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어떤 사람은 제 1편인 <강철 도시>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제 2편인 <벌거벗은 태양>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제 3편인 <여명의 로봇>은 1, 2 편과 많은 시간적 간격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정치적이고 좀 더 원숙하고 진지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래서 지루한 감을 주기도 하지만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를 읽을 수 있어 영광이다. 하지만 구판에 비해 2권이 줄어든 것은 무슨 이유인지, 내용상 상관은 없는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오타가 보이고 성의 없는 번역이 눈에 띄어 안타까웠다. 표지의 디자인도 좀 마음에 안 들고... 그래도 이렇게나마 출판을 해준 출판사에 감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의 실정으로 보면 이것도 감지덕지니까. 그래도 좀더 성의 있는 번역과 애장할 수 있도록 양장판으로 다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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