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3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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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에게 드디어 로맨스의 봄은 오는가?’ 라는 전제 아래에서 작품을 쓰고 있는 듯 보였다. 양쪽 어머니들이 밀고 있는 노먼과 여동생과 제부가 밀고 있는 마이크의 사이에서 삼각관계라는 헐리우스식 로맨스의 꿈을 꾸고 있는 한나. 그래서 살인 사건에 도무지 진척이 없다. 다른 곳에 정신이 가 있으니 사건이 진행될 리가 없지. 하지만 한나의 이런 꿈꾸는 장면들을 보는 재미도 꽤 괜찮다. 심각하고 흥건한 피비린내 나는 추리소설들 사이에 이런 코지 미스터리가 있어야 한숨 돌리고 웃게 되는 거니까. 미스터리 마니아에게는 휴식과도 같은 작품이다.

 

편안하고 친구 같은 노먼, 키스가 반갑지 않거나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닌데 그 순간뿐이고 마이크에게 질투도 하지 않는다. 이런... 노먼, 질투를 하란 말이다. 핸섬하고 근사한 이상형인 마이크, 키스를 하면 여운이 남는데 이 양반 질투를 한다면서 노먼과 함께 호신술을 배우라고 하네. 뭐냐고... 한나, 역시 또 물 먹는 거냐? 아니면 여전히 노먼과 마이크는 한나가 일생에 유일하게 만나는 양손에 쥔 떡이 될 것이냐? 한나를 좀 기쁘게 해줘라. 그래야 한나가 정신 차려서 사건을 지지부진하게 끌지 않고 좀 개운하게 끝낼 것 아니냐고...

 

한나 스웬슨 시리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뭐,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살해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마음 아플 일이 없다. 다만 코지 미스터리가 그렇듯이 뻔한 한계를 드러내지만 원래 코지 미스터리는 그런 뻔함으로 보는 것이니까.

 

그리고 여전히 한나가 전해주는 과자들의 레시피는 좋다. 이 작품의 반은 이 레시피가 담당한다. 추리소설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고 과자를 만들 레시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이 시리즈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아쉽게도 이 작품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모양이다. 뒤에 더 나온다는 예고가 없다. 참 아쉽다. 모처럼 반가운 코지 미스터리를 또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출판사가 다시 재고해줬으면 좋겠다. 시리즈는 끝까지 밀어야 하고 봐야 한다니까요~ 한나의 연애 결과가 너무너무 궁금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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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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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미스터리를 다루는데 있어서 요구되는 것이 진지함이라고 생각했다. 영어권 메디컬 미스터리 작품들을 보면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경계선에서 헐리우드식 영화를 보여주려 애쓰는 점을 느끼게 되는데 일본 메디컬 미스터리는 몇 편 읽어보지 않았지만 본격 미스터리를 구사하면서 한정된 공간을 치밀하게 사용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스케일적인 면에서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블랙 유머 메디컬 미스터리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그냥 유머 메디컬 미스터리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 좀 의아했다. 마지막까지 마치 <공중그네>의 이라부 의사를 보는 것 같은 유쾌함과 실실거리다 으하하하 하며 웃는 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좀처럼 웃음이 제어가 되지 않는다.

 

심각한 의료 사고인지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광기어린 살인마가 있는 건지 찾아내야 하는데 진료과도 이상한 부정수호외래 진료를 하는 병원의 왕따라면 왕따고 유유자적 신선놀음을 하는 거라면 신선놀음중인 다구치 의사가 병원의 별 중의 별 바티스타 수술팀의 기류 의사팀을 조사한다는 것부터가 어딘지 웃음을 자아내고 다구치 의사와 정년퇴직 후 다시 재취업한 왕고참 간호사 후지와라 할머니와의 조합이 재미있고 거기에 계속 등장한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캐릭터의 탐정인 공무원계의 왕따이자 다구치와 비슷하면서도 더한 인물 시라토리와 다구치의 충돌과 일방적으로 무참히 그의 말발에 깨지는 다구치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병원장까지도 귀여우니 원...

 

이렇게 유쾌한 메디컬 미스터리는 처음 읽는다. 정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에 제대로 걸 맞는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의 정체를 다소 의심했었는데 그 의심을 한방에 날려준 통쾌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유머를 트릭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자를 유머로 유인해서 미스디렉션을 구사한다. 제대로 속았다. 너무 웃느라... 하지만 웃었고 그 웃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의료계의 풍토를 느꼈다. 사실 웃으면서 보지만 현실에서의 의료계를 바라보려니 좀 답답하다. 우리나 일본이나 그 현실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더 심각하겠지만...

 

작품을 통해 바티스타라는 심장수술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이 수술법을 다룬 작품들이 유행인 모양이던데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유쾌한 작품에 목말라 있던 독자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구치 의사가 계속 나와 주면 좋겠지만 시라토리가 계속 등장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계속 보고 싶다. 그의 말발에 이번에는 누가 깨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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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2-0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읽고싶은 욕구가 마구 느껴지게 하는 리뷰네요. :)

물만두 2007-02-07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럴때 읽으시는 쎈쓰~^^

핑크팬더 2008-04-1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유머가 들어간 작품을 좋아하는데 읽고난 후의 소감은 작가의 말대로 "우와~ 재미있다" 였습니다. 좋은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p 165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동방법인 걷기는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규격화된 문명과 온실 속 문화에는 이제 싫증이 난다. 내 박물관은 길들과 거기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고, 마을의 광장이며, 모르는 사람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마시는 수프인 것이다."

- 산티아고 가는 길 중에서 저자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 책의 구절 -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노래도 있는데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참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려움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걷는 사람도 있고 안 걷는 사람도 있고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자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광장대신 있던 우리의 골목은 사라져 가니 우리는 걸으며 무엇을 박물관에 담을런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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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6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2-0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읽어보세요^^ 저는 저쪽과는 좀 거리가 있걸랑요^^;;;
 

 1. This Pen for Hire (2002)

 

 

2. Last Writes (2003)



3. Killer Blonde (2004)



4. Shoes to Die for (2005)

5. The PMS Murder (2006)

6. Death by Panty Hose (2007)

작가웹사이트 : http://lauralev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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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그게 Jaine Austen 이라고 처음에는 그러다가 4번째 작품부터 이름이 Jane Austen으로 바꿔 부르는데 아마존에서는 다 Jaine Austen 시리즈라고 하고 어디서는 나누고 해서 그냥 한 시리즈거니 올렸어요. 나중에 알게 되겠죠^^;;; 근데 진짜 제인 오스틴이면 그 작가란 말씀인가요? 작가는 어떤 작간가요? 이 작간가요? 다른 작간가요?

물만두 2007-02-0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 작품도 있어요? 번역되었나요? 궁금궁금!!!

딸기 2007-02-0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 책들은 모릅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핑크 분위기의 그림들!

물만두 2007-02-0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저도 처음봐서 몰라요^^
 
이니그마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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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 속에서 가해국이든 피해국이든 그 안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 모두의 삶은 너나없이 황량하다.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이유로 개인은 개인의 자유의지를 빼앗기고 국가에 종속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개인들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국가를 떠나 시대를 잘못 만난 불쌍한 인생들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명분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다는 단 하나의 명제 아래 그 어떤 명령에도 복종해야 한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라는 명제는 평소에도 먹히지 않는 말인데 전시에야 반역에 가까운 말일뿐이다.

 

이 작품은 독일의 암호기 이니그마의 암호를 풀기 위해 안가처럼 꾸며진 블레츨리라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한 개인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톰 제리코는 단지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을 연구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온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전시에 우연히 블레츨리에 들어가서 잠시 이니그마의 암호를 풀게 된다. 그 와중에 그는 정신이 피폐해지고 연인에게 차인 고통으로 요양을 위해 잠시 블레츨리에서 떠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가 이니그마의 암호를 푼 것도 잠시 다시 이니그마는 재정비되어 연합군은 무차별 유보트의 어뢰 공격을 받게 되어 다시 그는 블레츨리로 불려간다. 그때 그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의 실종과 거기에 얽힌 모종의 기록을 얻게 되면서 그는 이니그마의 해독과 함께 실종사건도 풀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된다.

 

우리는 톰의 발자국을 따라 가면서 이 작품이 단순히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전쟁만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전쟁 속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던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드는지를 알게 된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그들 개개인의 삶은 그렇게 엉뚱하게 일그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전쟁이 아니어도 인간의 삶은 한순간에 일그러질 수 있다. 그래도 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그런 삶을, 기억을 강요하고 각인시켜버린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은 원수의 원수는 친구라는 말로 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 어차피 전시든, 평시든 인간의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게 마련이니까. 그러니 톰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진실을 알았다고 한들, 국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한들, 또한 국가가 전시라는 이유로 국민을 감시했다고 한들, 스파이가 있었다고 한들, 배신자가 있었다고 한들, 총성이 난무하고 죽음이 있었다고 한들 어쩔 것인가. 이니그마 암호문을 해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배들의 피해를, 그 안의 무수한 죽음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이유로 납득시키기에는 모자라지만 그것 이외의 어떤 것도 붙일 수 없는 일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의 역사는 흔히 전쟁의 역사라고 한다. 그 안에 개인의 역사는 없다. 한 덩어리로서의 인간만이 존재하고 각 개인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 없다. 마치 이니그마가 하나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고 무수한 암호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듯이 말이다. 이니그마보다 못한 존재인 많은 무명씨들의 삶은 그래서 이 안에서 이니그마보다 덜 조명 받지만 우리 무명씨들에게는 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개인은 이니그마에서 하나의 암호를 이루는 기호 하나와 같았으리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암호도 깨지고 인간도 깨지고...

 

영어권 추리소설이 작아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 <당신들의 조국>에 이어 나온 이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좋은 작가를 만났다. 다른 관점에서 쓰였다고 볼 수 있는 두 작품에서 작가의 일관성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개인이다. 인간이다. 작은 인간의 삶을 조명하면서 작가는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그런 작가의 시선이 있어 그래도 역사는 읽혀지고 되새김질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로, 개개인의 역사로, 그것이 모여 역사 자체가 되는 것이라는 울림... 작가의 다음 작품을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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