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토피아
아스카 후지모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네코는 일본어로 고양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토피아가 붙었다. 그러니까 풀이하면 고양이세계가 될까. 아무튼 독특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스카는 고양이를 죽이는 게 취미인 열 살짜리 여자아이다. 아스카가 사는 세계는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자문위원회가 다스리는 세계다. 평화적이고 좋은 말들만이 가득한 세상이다. 네 개로 나뉘어 싸움만 하던 세계를 평화롭게 통일한 지도자를 시민들은 찬양했다. 문제는 지도자가 쓴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부터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스카가 고양이에게 먼저 이름을 붙이고 색다르게 죽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이름이 붙은 고양이들의 죽는 방법을 다 알 수는 없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는 작가의 이력과도 연관성이 있을 듯 하다.


읽다보면 아스카가 고양이를 살해하는 것과 세상이 돌아가는 것 사이에 어떤 것이 더 나쁘고 안 좋은 것인지 말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스카의 고양이처럼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살해당했고 지금도 살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수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세계의 법이다. 그러므로 부자는 돈만 쓰면 되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모은 것이든 간에, 가난한 자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고 이치다. 그런 가운데 아스카에게 당하는 고양이가 무슨 죄냐고 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문이랄 밖에...


아스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만화적 기법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더 독특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마도 글로 쓴 것과 그림으로 그려진 것을 보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거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달리 생각해보면 좀 공포 분위기가 풍길 것도 같아서 글씨의 변형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고양이를 죽이는 99가지 아스카의 방법보다 더 많이 우리는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목숨을 가진 것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다. 누가 이 작품을 단순히 잔인하고 엽기적이라고 말하겠는가. 이 작품은 아스카를 통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혀 달라지지 않고 나아지지 않을 세상을 말이다. 그러니 꿈을 꾸기보다 차라리 달콤한 사탕 하나를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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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6-0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와 스릴러는 언제 읽으시려고... 최근 님의 리뷰 목록을 함 보세요~! -_-+
안그래도 정통추리는 거의 사라진 마당에... ㅠㅠ

물만두 2006-06-0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제가 가지고 있는 추리와 스릴러물은 품절, 절판된 상태고 정통추리는 안나오고 제가 요즘 안그래도 반성하는 중입니다 ㅠ.ㅠ
별언니 보세요~

토트 2006-06-0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어요. 추천 꾹.^^

물만두 2006-06-0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세요. 아주 독특한 작품입니다^^

느티나무 2006-07-2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애묘인이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읽기 싫어지는 책이죠.

물만두 2006-07-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그게 이 책의 단점이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