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페일레스 > 미야베 미유키 - 우리가 이웃의 범죄 1 (진행중)

우리가 이웃의 범죄
我らが隣人の犯罪


1

  우리가 마침내 자력구제(自力救濟)에 나선 건 6월 중반의 일이었다.
  내 이름은 미타무라 마코토(三田村誠). 중학교 1학년이다. 성적도 키도 중간 정도이지만 성적은 뒤에서, 키는 앞에서 헤아리는 게 빠르다. 가끔은 이게 하다못해 거꾸로였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도모코(智子) 그리고 나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 네 사람은 도쿄 도심에서 전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라 코포(코포라스コーポラス의 줄임말로, 이 역시 공동주택corporate house의 일본식 줄임말) 오마치다이(大町台)'에 살고 있다. 여기에는 세 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타운 하우스(외관상 한 채의 주택처럼 보이지만 두세 가구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어지며, 마당은 나누어 쓰지만 출입문은 가구마다 따로 마련된다. 지붕도 하나지만 내부구조는 완전히 독립돼 있다. 결국 외관은 단독주택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공동주택인 셈)가 여섯 동 늘어서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건 그 3동의 중앙이다.
  우리 가족이 여기로 이사해 온 건 반 년 정도 전의 일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일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독립해서 새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사택에서 나와야 했다. 부모님은 그 무거운 주택 정보지를 매주 사 와서는 한 손에 매직펜을 들고 씨름하면서 좋아보이는 물건을 계속 찾았다.
  우리들은 아무래도 그다지 운이 좋은 가족은 아닌 것 같다. 도내의 신축 맨션에는 닥치는 대로 응모했지만 추첨에서 전부 탈락. 어쩔 수 없이 중고 물건으로 목표를 바꾸고 나서도, '이거다!'라고 생각한 눈에 띄는 물건을 전부 간발의 차로 놓쳤다. 그러는 새 나는 부모님의 능력에 약간 의문을 느껴버렸다. 이렇게 발이 느려서야, 경쟁이 심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몰라.
  그건 그렇고, 최종적으로 자리잡은 장소가 여기 '라 코포'였던 것이다. 물론 중고로, 이전에 여기 살던 가족은 신축 건물로 입주해서 반 년 정도 여기를 방치했던 거였다. 전근이랍니다 라는 이야기로, 특별히 살인사건 같은 꺼림칙한 사정이 있는 물건이란 게 아니다. 부모님은 곧바로 착수금을 지불하고 - 지금까지 겪은 귀중하고도 괴로운 체험으로, 부동산을 손에 넣으려면 첫째도 둘째도 스피드가 제일이라는 게 가슴에 사무쳤던 거겠지 - 다음날에는 본계약을 맺어버렸다. 라 코포 3동의 중앙은 우리의 새로운 집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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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리크 2006-04-3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잔 번이라는 작가의 데뷔작 제목이 A Crime in the neighborhood이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과 타이틀 매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만두 2006-04-3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제목이 비슷하군요. 그러고 보니 황가네 단편집에도 비슷한 제목을 본 것 같아요...

메이즈리크 2006-04-3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가렛 밀러의 단편 아니었습니까?

물만두 2006-04-3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협곡 너머의 이웃 맞아요^^

페일레스 2006-05-0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계속 번역해서 수정하고 있습니다. 페이퍼를 지웠다가 다시 쓸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렇게는 안되겠더군요. ^^; 와서 보셔요~

물만두 2006-05-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그럼 완전본을 다시 퍼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