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기적
아사쿠라 다쿠야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알았을 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었다. 그리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미스터리란 말이 붙었을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을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비교하면서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찾아내면서.


인생은 한 마디로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미래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미스터리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아니 몇 번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아, 그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을 하곤 한다.


유망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간 곳에서 피아니스트의 생명인 손가락 - 달랑 새끼손가락 한마디일지라도 - 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 남자가 자신의 인생이라고 할 피아니스트의 생명을 걸고 지켜낸 정신지체아, 그 남자를 만나고 나서 서번트의 재능을 알게 되어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한번 들은 곡은 피아노로 정확하게 치게 되어 무료 공연을 하는 일상 중에서 한 요양원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겪는 기적 같은 나흘간의 일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인간의 만남에 대한 미스터리다. 인연이라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많은 만남을 하고 있지만 그 중 어떤 것이 인연이 될 지, 운명적 만남이 될지는 나중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만남은 모두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도 말을 하지만 누가 아는가. 그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뿐인데. 그러므로 이 세 사람의 만남은 미스터리한 운명적 인연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미스터리다. 이것은 진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므로 미스터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아직도 밝혀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인간의 뇌. 그 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아직은 모르고 있다. 단편적으로만 알뿐. 그래서 말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도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그 심장 주인이 하던 행동을 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심장도 그런데 뇌는 더 얼마나 대단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뇌가 이런 일을 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안 든다. 이렇게 두 가지 미스터리, 추리소설로서의 미스터리가 아닌 미스터리를 가지고 이 작품은 전개되고 있다.


그거 안다. 갑자기 어느 순간 하늘에서 벽 하나가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 그리고 그 벽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절망감. 그 절망감이라는 거 조금은 이겨냈나 싶으면 다시 찾아오고 조금 무뎌졌나 싶으면 올라온다. 영원히 끓어 앉고 살아야 하는 감정이다. 그런데 벽이라는 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왜 뛰어 오르려고만 하고 밀어내려고만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슬쩍 옆으로 돌아 빠져도 되고 뒤 돌아서 벽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달려도 되는데 말이다. 그게 잘 안되니 절망이라는 거겠지만.


이 작품은 삶에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그 안에서 그나마 나은 것을 볼 생각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 절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당장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세상 너머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자고.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나흘 동안 일어나는 일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작가는 쓰고 있다. 그리고 기적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 자신 안의 모르던 것을 발견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지금 상처 입은 사람들, 앞으로 상처 입게 될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어쩌면 미스터리한 삶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닥칠 운명의 어떤 벼랑 끝에서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벼랑에서 잘 떨어지겠냐고 말이다.


삶을 그래도 지속하고 싶은 분들에게, 상처를 딱딱하게 만들어 내 보일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조용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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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은 도통 잘 읽어내지 못했는데, 늘상 조용히 리뷰만 읽고 가다가, 이 책은 보관함에 옮겨봅니다.

물만두 2006-04-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추리소설 아닙니다~ 읽어보심 괜찮을 겁니다.

moonnight 2006-04-2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요. ^^

물만두 2006-04-2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읽어보세요.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