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마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SF 작품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런 느낌이 가미된 블랙 숏 스토리 작품집이라고 부르는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작품은 1장정도고 길어도 5장내외인듯하다. 그 안에 작가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인간의 욕망, 이기심, 파괴 본능, 망상, 소유욕, 괴담과 상실감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잃어버리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것들과 반인간적인 것이 그리 나쁜 것, 지금보다도 더 나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물론 내가 이 작품 모두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우선 <산기>에서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남자 아이인지 정좌를 하고 내려다 본 것이 무슨 상관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일본식의 유머인지, 풍습인지, 아니면 상징적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작품집은 세 단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단원이 어떤 주제로 나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첫 단원이 풍자와 해학, 두 번째 단원이 블랙 유머, 세 번째 단원이 SF를 소재로 한 것이 아닌가 일단 생각해 본다. 물론 모든 작품들에 조금씩 SF적이고 블랙 유머적이며 풍자적인 것들이 들어 있지만 말이다.


첫 번째 단원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타조>와 <나비>를 들고 싶다.
<타조>는 잠언적이고 철학적인 인상이 강하고 <나비>는 우리의 내면에 자리잡은 공포의 근원에 대한 표출이라는 점에서 마치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등장하는 검은 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원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웃지마>, <특효약>, <유행>이었다.
<웃지마>는 표제작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진짜 이런 일을 친구가 한다면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그럼 우리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웃기지마!” 그것에 대한 실랄한 웃음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효약>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든다하더라고 그것을 만든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지금 다국적 제약회사가 약을 비싸게 파는 이유와 저개발국에 실험용으로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은 약을 마구잡이고 풀어 마치 선행을 베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얼굴의 인간... 바로 우리 안의 야누스다.


<유행>은 요즘 현실에 대한 서글픔이 담겨 있는 듯해서 씁쓸했던 작품이다. 기러기 아빠를 여기에 등장하는 목졸리는 아버지에 대입시킨다면 딱 맞지 않은가. 반대로 남편과 아이들에게 살림만 하는 무능한 아내로 낙인찍힌 여자들을 어머니의 모습에 대입시켜보면 얼마나 실랄하고 잔인하게 우리가 우리를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절대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무 잘 꼬집어 아프기 때문이다. 우리가 애써 감추려고 한 허망한 욕심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원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붉은 라이온>을 들고 싶다.
여기에 자주 등장하는 아니마에 대한 작가의 집착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마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 우리의 무의식을 나타내는 이 단어는 심리학적 용어다. 작가는 자신의 아니마, 독자에게 아니마를 보여주므로써 무엇을 느끼게 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현실도피, 즉 책을 읽는다는 행위도 자기 파괴적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건 아닐까. 아님 지금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행위 자체가 피할 수 없는 자신과의 대면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글 안일까, 글 밖일까... 뛰어 나가면 어디로 가게 될까? 꿈에서 깬다면? 이런 생각에 조금 즐거워졌다.


책을 읽는다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책을 읽는 다는 것, 그러면서도 웃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조금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고 남들이 웃지 않는 대목에서 웃은들 어떠리. 내가 책을 읽고 그 책에 만족하면 그뿐인 것을. 작가도 그 이상은 아마 바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저 이해 못한 부분은 남겨둔 채 책을 덮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넷 2006-02-2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도 마음에 들고....리뷰를 보니 더 사고 싶어 지내요...;ㅁ; 지를 만큼 질러서 더이상 지르면 안되는데...=_=;;

물만두 2006-02-2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 호객만두예요~^^

sayonara 2006-02-2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몇의 노골적인 알바리뷰들 속에 섞여있는 만두님의 호평이...
블랙유머는 어째 좀... -┎

물만두 2006-02-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제가 이 작가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가의 단편이 좋거든요. 블랙 유머라기보다는 SF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