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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를 닮지 않은 두 아이 마리코와 후타바...
마리코는 엄마가 자신이 닮지 않았기 때문에 미워한다고 고민하며 사춘기를 보내다 엄마가 가족 모두와 함께 동반 자살하려고 했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아버지의 옛날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반면 엄마와 단 둘이 살던 후타바는 닮지 않았다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잘 자라다가 티비 출연을 반대하던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티비에 나가는데 그 뒤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고 이상한 일들이 생기자 엄마의 옛날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옛날 어떤 것들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의 앞날에는 점점 기묘한 것들이 나타나고 그 상황을 그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예전에 본 SF드라마가 있었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드라마였는데 그 사이보는 묻는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것에 누군가 대답을 한다. “인간이란 불쌍히 여길 줄 아는 감정을 가진 자들이다.”라고.
나는 지금도 인간보다 더 인간다웠던,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상향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지만, 그 사이보그를 기억한다. 그리고 늘 생각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인간다운가에 대해... 내가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간단한 작품이다. 간단한 작품이 흡입력이 대단하다. 재미 또한 출중하고 간단하지만 가볍지 않고 어떤 것도 판단하지 않는 관조적인 작가의 마지막까지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금 이 순간 당당히 나서서 ‘나는 인간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마리코와 후타바는 진정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부모의 사랑,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결코 불행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지 않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그것이 축복이기를 바란다. 핵폭탄 같은 재앙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은 언제나 변하게 마련이고 필요라는 이름으로 어떤 것도 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우려하고 있다. 그 우려가 우려로만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 날 이 세상에 한 조각의 레몬도 없는 그런 날이 온다고 할지라도 또 다른 무엇이 있어 우리를 살게 하기를... 끝없이 존재함만으로도 감사하며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