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 생활에 대한 가장 훌륭한 입문서로 알려져 있고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신/구교를 막론한) 모든 신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대학을 갓 들어간 신입생들로 하여금 고전 학문의 신천지에 눈을 뜨게 해주려는 교육적 목적으로도 널리 읽히고 있다. 『장미의 이름』은 그것이 누린 유례 없는 상업적 성공은 별도로 하고라도 프랑스의 메디치 상, 이탈리아의 스토레가 상 같은 권위 있는 문학상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실은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감스럽게도 이 두 권위 있는 문학상의 명성이,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 한 권의 명성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장미의 이름』은 가히 만 권의 책이 집약된 결정체로서, 독서량이 많은 독자일수록 이 책이 암시하고 있는 책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 거꾸로 이미 『장미의 이름』을 읽은 독자는 독서 범위를 넓히면 넓힐수록 이 책에서 한 번 보았던 부분을 재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때로는 이 책을 <책 중의 책>이라고 하기도 한다.
총 10권으로 구성된 Anne of Green Gables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을 쓰기 시작한 때는 30살인 1904년 봄이었다. 이듬해 10월 출판사로 작품을 모두 송고했으나, 곧바로 거절당하고 만다. 그 후 3년 동안 이 작품들은 그녀의 다락방에서 잠자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그녀의 눈에 띄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초판 계약료는 5백 파운드. 출판사에서도 긴가민가한 원고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은 1908년 정식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몽고메리의 이름을 사방에 알렸다. 마크 트웨인, 키플링과 같은 작가들조차도 '앤'을 문학사상 보기 드물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씨라고 극찬했을 정도.
이로써 세계적인 작가가 된 몽고메리는 작중 인물 '앤 셜리'처럼 열정으로 젊음을 발산하며 개성적인 삶을 살았다. 그녀 사후에도 이 시리즈는 TV,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비평가들만은 이 책을 줄곧 외면해왔다. 작가가 죽은 지 30년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이 작품을 고찰하기 시작, 현재 사람들이 그토록 '앤 셜리'에게 열광했던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내고 있는 중이다.
각 권 말미에는 '앤 셜리의 문학산책'(부록)이 달려있다. 본문에 미주를 달아 그와 같은 인명, 이야기를 지어낸 연유를 설명했다. '앤 셜리의 문학산책'은 본문 미주의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