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순간 인간은 이성이라는 끈이 툭하고 끊어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단지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서로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 뿐... 망량의 상자라는 것은 인간이 만나지 말아야 하는 것, 악연의 하나이다. 우리가 망량의 상자에 가두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교고쿠도 시리즈 2편인 이 작품은 두께로 보나 제목이 주는 신비감으로 보나 1편인 우부베의 여름보다 더 나은 작품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더 낫지도 덜하지도 않은 교고쿠도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교고쿠도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면 일본의 전설이나 요괴담을 추리적 방식과 결합시켜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책에서도 언급하는 다다미방 탐정인 교고쿠도, 언제나 그에게 사건을 전하면서 바보취급을 당하는 세키구치, 남의 기억을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탐정 에노키즈 등등 이런 사람들이 사실 살을 발라내면 별 거 아닌 뼈대를 잘 포장하고 있다.

 

우부베의 여름에서도 알 수 있었겠지만 정말 교고쿠도 시리즈는 뼈대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추리 소설이 된다. 그런 작품이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는 것은 일본 작가들 특유의 포장미에 있다. 그 뼈대에 살을 잘 발라서 우기면 넘어갈 전위 예술 조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보면 저 정도는 애들 그림이지 하고 말하게 되지만 그렇게 그린다고 아무나 피카소 같은 작품 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의 서평은 정말 우부베의 여름보다 쓰기 힘들다. 이유는 조금만 언급해도 스포일러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처음에 출판사에서 두꺼워서 2권으로 낸다고 했을 때 실물을 보고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우부베의 여름의 판형이 좀 컸더라면 한 권으로도 충분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가격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아무래도 판권 값이 만만치 않았던 듯하다. 그래도 시리즈를 계속 출판하기만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모아 놓고 보면 시리즈를 예쁘게 만들었다.

 

이제 출판은 단순한 책을 펴내는 곳만이 아니다. 문화 예술을 창조하는 곳이다. 책의 표지가 얼마나 예쁘냐도 독자는 신경을 쓴다. 정성이 가득 보이는 작품이다. 3편이 기다려진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여름, 망량의 상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한번 보면서 더위를 잊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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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5-07-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부메의 여름>과 비교해서 어느 게 나은지 개인적인 선택을 하신다면?

물만두 2005-07-0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부메의 여름이요^^

물만두 2005-07-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시리즈의 매력이랍니다. 한 작품이 별로로 보여도 주인공, 또는 주변인이 멋있거나 이게 패턴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계속 읽게 되거든요^^ 아마 몇 권 더 나오고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된다면 더 재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로그인 2006-07-2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대출기한의 압박에 설렁설렁 읽은 망량의 상자를 드디어 사게 되었어요~ 무엇에도 비할데 없는 소장의 기쁨!! 땡투는 만두님께!!

물만두 2006-07-2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토코이님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