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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문예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2학년때 겨울 나그네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때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지만 친구들이 많이 봤다. 그때 그들은 강석우의 우수 어린 눈빛을 동경했다. 그리고 얼마 후 텔레비젼에서 드리마로 방영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김희애의 다혜 연기가 청순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나는 최인호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의 첫 작품인 신춘문예 당선작을 가장 좋아한다. 그 다음 좋아하는 작품이 겨울 나그네다.
첫사랑의 열정과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하는 현실과 좌절 속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착한 심성의 민우를 좋아한다. 온실 속 화초 같은 다혜는 어쩌면 남자에게 첫사랑으로 다가오기 적합한 인물인지는 몰라도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짐이 되는 여자로 묘사되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다. 그리고 현태, 이런 인물을 나는 싫어한다. 그렇듯 말만 번지르르 하고 세상에 비판적이고 그래서 세상을 비켜 가는, 그러면서 결정적일 때 친구의 등에 칼을 꽂는 인물, 그러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애써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현태와 같은 부조리한 인물은 하지만 일상에서 너무 자주 발견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은영은 현실을 가장 잘 직시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다. 은영이 민우를 사랑한 것은 그로써는 마지막 외도였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라도 손에 넣고싶은 유아적인 순수를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아마도 민우는 죽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도 가끔은 은영과 아이와 살았으면 조금 낫지 않았을 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것은 민우를 좋아하고 은영을 좋아하는 독자로써의 내 욕심일 뿐. 마지막 다혜와 현태가 민우의 아이를 맞이하는 장면이 조금 신파조라 아쉽지만 이렇게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를 가진 작품을 만나기도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