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내가 제일 처음 아멜리 노통이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만든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에 반해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완전히 그녀를 멀리하게 되었지만... 이 작품을 읽을 당시 나는 <마스카라>라는 작품도 연이어 읽었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두 작품의 공통점은 가면을 뜻한다는 데 있다. 물론 두 작품은 그 외의 공통점은 없다. 하지만 <마스카라>의 영향으로 난 이 작품을 좋게 볼 수 있었고 작가의 언어적 유희를 즐길 수 있었다.

제롬 앙귀스트가 테오도르 텍셀을 공항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 그것을 끝나는 간단한 작품이지만 이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살인과 살인자에 대한 추적이 있다. 그 추적이 내면에 쌓인 죄책감이라는 형태로 자신을 괴롭히지만 말이다. 누가 악마인가... 이 작품은 묻고 있다. 이 작품에서 누가 적인가... 누가 화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인가... 아멜리 노통은 여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도플갱어처럼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것이 양심이라는 놈이 우리에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적은 제롬인가, 테오도르인가...

위선과 거짓과 허영과 인간의 욕망을 인해 창출되는 어떤 변장술... 이것을 파두라는 <마스카라>라는 가면을 의미하는 직접적인 표현을 썼고 아멜리 노톨은 조금 더 은유적으로 화장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이 화장법과 적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 근원에 대한 물음이다. 어느 날 한 인간이 자신의 가식을 벗어버릴 때 만나게 되는 그것... 그것은 인간이라는 껍데기에 대한 반어적 표현이다. 이 작품은 아주 간단하고 짧으면서 심오하다. 철학적이면서 사실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작가가 그런 말장난을 하면서 주는 정확한 메시지와 그 놀라운 전달력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이제서 읽게 되었다는 약오름과 이제라도 읽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이 이 작품만큼 재미있었다면 이 작가를 무척 좋아했겠지만 말장난도 한번이면 충분하고 감동도 한번이면 그만이다. 아멜리 노통의 글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래도 내가 다시 아멜리 노통을 찾을 리는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멜리 노통이 추리 소설을 쓰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리노 나츠오처럼 추리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좋은 추리 소설을 탄생시켰듯이 그녀 또한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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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11-0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자의 건강법>이 나쁘지 않았던 저로서는, <적의 화장법>이 무척이나 관심가는 작품입니다.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쌓여있는 추리 소설들로 인해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지만요.

물만두 2004-11-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럼 제가 또 스포일러성 글을 썼나요? 문제되면 지적해주세요. 이 책 좋습니다...

진/우맘 2004-11-0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의 화장법과 앙테크리스타만 읽으면 노통은 끝...!!!

물만두 2004-11-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노통 좋아하시는군요. 흠...

IshaGreen 2004-11-1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거 같던데요...

물만두 2004-11-10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요?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