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문기담 - 추리편 김내성 걸작 시리즈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김내성의 <쌍무지개뜨는 언덕>을 본 게 초등학교때다. 그 작품이 김내성의 작품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때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새삼 기특하게 느껴진다. 그 작가가 우리나라 추리문학의 대부라 부를만한 인물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내가 왜 <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이야기하는고 하니 작가의 이 단편집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사랑과 가족을 소재로 미스터리 작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내성표 사랑과 미스터리다. 

<연문기담>은 재치 만점의 작품이다. 김내성표 코지 미스터리 내지는 일상의 미스터리라고 부르고 싶다. 올드미스로 불리는 명랑시인이 장안의 화제인물인 음악 박사에게 러브레터를 받지만 서로 썼네 안썼네 하며 신경전을 벌이다 마지막 미스터리가 풀린다는 내용이다. 이런 작품은 지금 시대에도 통할 법한 유머러스한 작품이었다.  

<타원형의 거울>은 일본잡지 프로필에 실린 김내성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데뷔작이라니 놀랍다. 추리소설 잡지에서 화제의 미해결 사건을 소재로 공모전을 한다. 사건의 내막은 한 집안에 아내와 남편,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가 같이 산다. 사건은 벌어지게 마련이라 아내가 살해당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내연남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남편은 아내를 못 잊어 자살을 한다. 여기에 내연남이던 시인이 공모전에 자신의 추리를 써서 보내 당선이 되는데 그는 당선 직후 두려움에 떨게 된다. 마지막 반전이 역시 김내성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상범인>은 김내성이 만든 탐정 유불란이 등장하는 첫 작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남편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자 무죄를 증명하고자 연극을 만들어 당시 사건을 자신의 추리로 관객과 경찰 관계자,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범인에게 대결을 신청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가 지목한 범인은 피하지 않고 그의 장단에 맞춰준다. 너무 쉽게 풀려 오히려 마지막까지 결말을 짐작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나저나 나는 김내성이 만든 탐정 유불란이 참 맘에 안든다.  

<벌처기>는 깔끔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작품 속에서 그 시대 인텔리 계층의 생각을 알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영화를 보러가는데 그 영화가 독일이 만든 일종의 선전 영화가 아닌가 싶다. 또한 그들은 독일에 대한 사상을 좋아하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웃는다. 일본의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려니 하고 싶어도 좀 찜찜했다. 하지만 추리소설로만 보면 좋다. 범인과 변호사, 증인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알리바이 트릭이 무너진 점을 밝히는 마지막에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비밀의 문>은 처음 시작부터 결말이 보이기는 했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황금가면에 대한 약간의 패러디와 그것과 함께 단편들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애정에 대한 문제를 잘 결합한 작품이다. 박사의 가장 중요한 것을 훔치겠다는 괴도 그림자의 편지, 그 편지에 살인 광선검을 지키려는 박사와 혼기 찬 박사의 딸과 그 딸에게 청혼한 세 청년. 단순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힌다면 그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흔히 이 시대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우리나라 과학자의 살인광선검 개발이라든가 하는 점은 그냥 소설로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 나와도 아버지들이 갈등하게 되는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내성이 그렇게 일찍 타계하지만 않았더라도 우리나라 추리소설계는 달라졌을거라는 말이 지배적이다.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새롭게 김내성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내성의 작품 출판을 계기로 더 좋은 국내 작가들이 더 많이 나와주고 국내 작가들이 더 좋은 글들을 써주기를 기대해 본다. 꿈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으니까. 읽는 내내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0-07-27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원형의 거울은 무슨 단편집에서 본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절대 끝은 기억나지 않는~ 아무래도 장바구니만 묵직해집니다^^

물만두 2010-07-27 21:13   좋아요 1 | URL
잡지에 실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라면 예전에 나온 걸 읽으셨던지요. 김내성 작가 작품은 정말 한국 미스터리팬이라면 꼭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스피 2010-07-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김내성 단편집인것 같군요.타원형 거울은 계간 추리인지에 실린것 같은데,마인의 재간이후 김내성 작품이 재 발굴되는것 같아서 무척 반갑습니다^^

물만두 2010-07-28 14:16   좋아요 1 | URL
단편집입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