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켄지&제나로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자 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을 보게 되었다. 와우~ 이렇게 출판을 할 거면 시리즌데 차례대로 출판해주면 좀 안되나 또 푸념을 하게 된다. 뭐, 2, 3편이 나온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켄지가 원래는 영웅 소방관 아버지 아래서 학대받고 자란 아이라는 사실과 제나로가 남편에게 매를 맞으며 그래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였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처음 알았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사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런 내력 또한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두 주인공 켄지와 제나로에 대해 알게 되는 일인지라 짚어본다. 

켄지는 아버지가 시의원까지 했던 인연으로 상원의원 멀컨에게서 사라진 청소부를 찾아줄 것을 의뢰받는다. 그 청소부가 내부 기밀을 가져갔다나. 어쨌든 켄지와 제나로는 청소부 제나를 찾아 나서는데 켄지가 호텔을 나서자마자 따라오는 미행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제나가 켄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멀컨의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순간 그녀는 누군가의 총에 맞고 숨진다. 그녀의 남편은 갱단의 우두머리고 그녀의 아들 또한 아버지의 반대파 조직의 우두머리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새도 없이 켄지와 제나로는 휘말려 들고 갱단의 전쟁은 시작된다. 

작품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색깔론을 들고 나온다. 흑인들이 더 많이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흑인을 조롱하고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켄지 또한 그에게 총을 쏘는 흑인들에게 '깜둥이'소리를 내뱉는다. 흑인은 백인을 싫어하고 백인은 흑인을 싫어하고 모든 인종은 각기 다른 인종을 싫어한다. 그러면서 싫어하는 건 싫어하는 거고 나쁜 건 나쁜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흑인이 갱이 되는 것이 인종차별때문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력을 쥐고 흔드는 백인 정치인이 나쁜 놈이 아닌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인종차별이라는 말에 눈 멀고 귀 먹어 모든 것을 그것 하나로 몰아가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어리버리 바보같은 켄지라도, 매 맞고 사는 제나로도 알 수 있는 것을 사람들은 애써 알려하지 않는다. 알아봤자 입맛만 쓸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사랑해도 모자랄 자식을 학대하는 아버지가 있고 자신의 실패로 인해 의처증에 걸려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신문 기사를 읽을 때는 좋아하다가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된 기자도 있다. 그리고 무조건 흑인을 조롱하는 술주정뱅이를 두들겨 패는 백인 형사도 있다. 그런 곳이 미국이다. 아니 그런 곳이 인간이 사는 곳이다. 그러니 속이지는 말자. 그리고 싫은 것과 나쁜 것은 구별이나 하고 살자. 민주주의는 어느 별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작품을 쓴 너무도 능숙함과 독자를 자신의 글에 익숙하게 만드는 솜씨가 놀라웠다. 데뷔작이 멋있고 대단해서 놀란게 아니라 데뷔작이 한 열 편 정도 베스트셀러 작품을 낸 작가의 작품같이 느껴져서 놀랐다. 4, 5편을 먼저 읽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서도 아니다. 전혀 데뷔작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많은 켄지&제나로 시리즈 중 한 편처럼 느껴져서 이 작가가 괴물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신인의 첫 작품이라는 신선함도 약간의 미숙함도 과도한 열정도 없는 이 냉정한 작품이라니. 마치 전쟁 영웅이 전쟁 전에 한 잔 하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전장에 나서는 것 같지 않은가.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읽으면 뒷맛이 쓰다. 개운하지가 않다. 사건이 끝난 뒤 켄지와 앤지가 느끼는 감정과 같다. 그것은 그들이 노골적으로 허물을 드러내고 속을 뒤집어 보이기 때문이다. 달라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달라지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을 켄지의 배위에 아버지가 남겨 놓은 상처 자국처럼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없어지기를,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그래서 단순하고 무식하게 나오는 순진한 무정부주의자이자 무기 판매상이자 총 쏘는 걸, 폭력을 너무 좋아하는 부바가 오히려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의지하고 싶고 세상에 아주 깨알만큼이라도 정의가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머리에 든 건 쥐뿔도 없으면서 생각만 하려고 하는 나와 다르지 않은 켄지, 앤지, 그리고 작가까지도 두다다다다다 날려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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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4-2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렸던 책입니다..ㅋㅋ 제발 정말이지 시리즈물은 순서대로..라고 부르짖고 싶어지는.
그래도 출판해준다니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니요..;;;; 님 리뷰 보니 또 확 땡기네요.
곧 사서 읽어야겠슴다..ㅋ 추천도 꾸욱~

물만두 2009-04-20 22:30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다 마는 출판사가 즐비하니 감사해야죠.
어쩌겠어요 ㅡㅡ;;;

무해한모리군 2009-04-21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또 사일이나 걸리네요 ㅠ.ㅠ
(알라딘이 저만 미워하나봐요 --)

물만두 2009-04-21 10:25   좋아요 0 | URL
신간인데 왜 그리 오래 걸릴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4-21 13:37   좋아요 0 | URL
몇가지 같이 주문했는데 좀 오래걸리는게 있었나봐요 ^^

물만두 2009-04-21 18:57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