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인디고 : 밤을 달리는 자들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가끔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딘가에서 진탕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나를 웃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럴 때 <클럽 인디고>같은 장소에 가게 되는 것이다. 꽃미남에, 개그맨 뺨치는 재주를 가진 남자에, 멋진 근육맨에 각양각색의 남자들이 외로움에 지치고 삶에 찌든 여자들을 위로해준다. 호스트들. 이 귀여운 호스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사명감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라고 해도 각자 알아서 즐기면 되는 거고.  

그런 이들의 사장은 평범한 일반인이다. 건강서적 대필 작가로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 다카하라, 편집자로 일하는 시오야, 시오야가 얼굴 사장으로 믿고 있는 정체불명의 전설의 호스트라는 유야, 그리고 개성강한 호스트들과 여기에 더욱 개성강한 이웃 트렌스잰더 나기사 마담까지 정말 특이하지 않은 이들이 없다. 이런 특이한 이들이 시부야의 밤에 일어나는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경찰보다 빠른 기동력과 인맥을 무기로. 

모두 네 편의 단편의 연작 모음으로 이루어졌는데 처음 시작은 <인디고의 밤>을 통해 다카하라와 시오야가 어떻게 호스트 클럽을 내게 됐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클럽 인디고의 손님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 사건에 클럽 인디고의 호스트가 연류되자 여장부 다카하라가 발벗고 나서게 된다. <원색의 소녀>는 호스트 넘버 원 존타가 지인의 딸을 잠시 맡았다가 아이를 무시무시한 밤거리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이야기다. 호스트라도 모두 클럽 인디고의 호스트같으면 좋으련만 아닌 호스트가 더 많으니 이 작품 속 호스트들이 빛나는 것이겠지.  

<센터 거리 NP 보이즈>는 나기사 마담의 의뢰로 구청장 딸의 음란 사진으로 협박을 하는 인물을 잡기 위해 헌팅족들의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정말 이런들 어떠하리가 아닐 수 없다. 삼십대인 다카하라가 이해를 못하는데 사십대인 나는 오죽하랴. <밤을 달리는 자들>은 건전한 호스트 대 불량 호스트의 한판이다. 클럽 인디고에서 크로노스라는 새로 생긴 호스트 바로 스카우트된 빙고가 도움을 요청한 뒤 빙고를 지명하던 손님이 도와달라고 왔다가 달려오는 차를 보자 기겁을 해서 도망을 간다. 그리고 빙고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인 마에시바는 치정사건이라 생각하고 손을 떼라고 하지만 다카하라는 나기사 마담과 함께 문제의 호스트 바에 잠입해서 정체를 밝히려고 애를 쓴다.   

아무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호스트 바는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나쁜 짓만 안한다면 뭐는 안괜찮을까마는 답답한 현실속에서 메마르고 푸석푸석한 낮을 보낸 이들에게 마음 놓고 재미나게 하루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밤이 그래서 다시 다음 하루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면 잠깐의 위안거리, 여흥으로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린 너무 팍팍한 삶속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찌들어가는 신세 아니던가. 놀아도 좋고 고민이 있다면 해결을 부탁해도 좋은 클럽 인디고같은 곳이 내 주변에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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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2-2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알라딘 서재는 안될까요? ^^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네요.

물만두 2009-02-26 12:06   좋아요 0 | URL
왜 안되겠어요^^

이매지 2009-03-0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
표지가 왠지 슬쩍 공포스럽네요;;;

물만두 2009-03-07 15: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전 제것도 몰랐어요.
표지는 자세히 보면 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