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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ㅣ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어떤 책을 보는데 그 책 속의 한 인물이 일생동안 단 한 권의 책만을 읽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인물은 그 책을 마르고 닳도록 보다가 너덜너덜해지면 다시 새 책을 구입해서 보고는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단 한 권의 책만을 일생동안 읽으며 즐거워할 수 있다니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도 그런 책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토다 다카시의 <나폴레옹광>과 <뻔뻔한 방문객>, <그것의 이면>, <딱정벌레의 푸가>, 그리고 <밧줄-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는 적어도 두번, 또는 서너번은 족히 읽은 작품들이다. 일본 미스터리 단편집 하면 아토다 다카시 작품 한 편 정도는 수록되었었고 아토다 다카시의 이름으로 출판된 단편집이라면 이 작품들은 거의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나폴레옹광>은 말이 필요없는 아토다 다카시의 걸작이자 일본 미스터리 단편의 대표적인 단편으로 미스터리 팬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보고 싶어하는 작품이다.
작품들은 공포와 환상, 그리고 유머를 보여주고 있지만 가장 아토다 다카시다운 작품은 역시 일상에서 오는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역시 위의 작품들과 함께 <이>, <광폭한 사자>가 새롭게 읽은 섬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서 무심한 듯 나누는 부부의 저녁 대화의 마지막이 그렇게 오싹하게 끝날 수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짧은 분량의 작품으로도 작가의 공포는 너무 쉽게 전달되고 있다. 상상 이상의 공포로. <광폭한 사자>는 너무도 일에만 매달리고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여인의 순간적 일탈에서 오는 공포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일중독도 일종의 광기인 것은 분명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사랑은 생각 밖의 것>은 아토다 다카시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정말 주인공 말처럼 '이 놈도 저 놈도 하필이면 멍청한 상대를 고르다니...'라고 외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은 너무도 심각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샐러리맨이 등장한다. 그들의 고단한 일상이 그대로 전달된다. 어쩌면 샐러리맨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 하나의 길만 가야 하는, 그러면서 낙오되지 않도록 애써야 하는, 나중에 남는 건 허무함뿐인 남자들의 인생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을 공포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뒤틀린 밤>이라든지 <투명 물고기>, <창공>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는 상상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매여 있는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일탈에 대한 갈망과 그 갈망에 대한 두려움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것을 아토다 다카시는 정말 너무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이라면 어쩌면 옆에 두고 계속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수록 새로운 공포와 그 이면의 광기, 그리고 내 일상에 대한 생각이 겹쳐져 지루할 틈이 없으니까. 정말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이 필요없는 일본 미스터리 단편의 대가이다. 평생 읽어도 좋은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