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을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나는 이 책으로 엄마한테 머리를 맞았음을 고백한다. 내가 보는 책은 보통 살인사건으로 끝난다. 살인, 암살, 독살은 기본이라 이제 엄마는 놀라지도 않는다. 오죽했으면 <이웃집 살인마> 표지를 보시고 마릴린 먼로같다고 하셨을까. 하지만 이 작품 제목이 엄마를 화나게 했다. "네 가족을 안 믿으면 누굴 믿을래?" 딱 딱 딱... 살인보다 엄마에게 쇼킹한 제목이었다. 재미있어서 맞은 거 금방 잊었다가 책 덮고 또 맞아서 생각났다.

이런 가족이 있나. 스펠만 가족같은 가족도 없으란 법은 없다고 본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첩보원 부모따라 아이들도 첩보원이 되는 작품도 있었으니까. 일단 재미있다. 장황한 가족 소개가 이 가족의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계속 나올 시리즈 2탄에 대한 포석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직 경찰이자 사립 수사관 - 이 작품에서는 사립 탐정을 사립 수사관이라고 쓰고 있다. - 인 아버지, 엄마, 변호사 오빠, 가업을 어려서부터 교육받고 집이자 사무실인 가정에서 일을 하는 주인공 이자벨, 그리고 나이차이 많이 나는 여동생 레이, 그리고 방탕한 생활이 모토인 레이 삼촌.

평범하다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이 작품의 시작은 이자벨이 경찰 조사실에서 스톤 경위에게 자신의 일대기라 할 수 있는 지금까지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 일어난 건지는 한참 뒤에나 알 수 있다. 마치 한편의 시트콤을 섞어서 여러편 보는 것 같았다. 물론 모두 스펠만 가족 이야기로 구성된. 하지만 내용들이 어쩌면 그렇게 늘어지지 않고 쉬지 않고 재미있는지 마지막 이자벨 대사를 빌어서 말하자면 '우리 가족은 서로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 딱 들어 맞는다. 지나친 재미는 가족의 사생활에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사건은 가족간의 사생활 침해, 도청, 미행, 협박 등 다른 가정과 다른 이 스펠만 가족의 일상 생활 모습과 이자벨의 연애를 위한 몸부림, 그리고 십년도 더 지난 실종 사건의 조사와 마지막 사건으로 이어지며 스릴과 서스펜스는 없지만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유쾌함을 준다는 측면과 일상의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보여지는 색다른 작품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만족을 준다. 마지막 끝날때도 범상치 않게 끝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읽어보면 정말 참신하고 기발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대사는 살아서 톡톡 튀고, 인물들은 책 속에서 마음껏 개성을 발휘한다. 거기에 가끔 등장하는 증거제출용 도청 테이프는 스톤 경위가 아마도 입술을 깨물지 않았을까 연상하게 만든다. 웃지 않기 위해. 마지막에 이자벨과 스톤 경위 사이에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정말 궁금하다.

나름 이런 협박과 협상이 애교로 여겨질 가족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동생들 협박할 사진 찍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우리집은 절대 안먹혀서 안되지만 말이다. 암튼 재미있다. 나름대로 가족간의 애정도 과시하고 소소한 미스터리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번째 작품이 기대되게 만든다. 레이가 크면 스펠만사의 큰 재원이 될 것 같다. 이자벨보다 소질이 더 있다. 내 동생이라면 끔찍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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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5-2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들 협박할 사진이요? ㅎㅎ
그게 뭔대요? 알고 싶어지네...
이 책 무지 재밌나 보군요. 기억하겠슴다.
근데 언제 읽어보나?@#$%^&*

물만두 2008-05-22 11:42   좋아요 0 | URL
아, 동생들이 찍어서 헌납한 사진인데 가끔 내가 협박하곤 하지만 자폭수준이라 씨도 안먹힙니다^^;;;
네, 한편의 시트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가족애가 엄청난 작품이죠^^

레몬향기 2008-05-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기대되네요~~

물만두 2008-05-23 15:59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기발합니다^^

Koni 2008-05-2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좀 무시무시한 내용인가 했는데, 시트콤 같다니 제목은 어쩌면 역설인가 보군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만두님 리뷰를 읽으면 갖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져서 큰일이에요.^^

물만두 2008-05-26 10:11   좋아요 0 | URL
네, 가족밖에 없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