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ㅣ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가 93살이 넘게 산다. 세상에나. 나는 한 번도 홈즈가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49살에 은퇴하고 시골에서 양봉을 한다는 것도 의아했더랬다. 그러다가 한 50살이 넘어 삶을 마감하지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할아버지 홈즈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상상에 일침을 가하는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까지 여행을 하고 온 홈즈를 만나게 된다. 홈즈는 거의 건망증의 수준을 넘어서 방금 전에 한 일도, 자신의 쓴 글의 내용도, 가정부가 한 말도 잊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어 그것에 대한 두려움과 지팡이를 두 개를 쥐고 다녀야만 하는 보행의 불편함과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겉으로는 불쾌해하면서도 로저가 잡아주는 손길을 기대하는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명탐정 홈즈가 아닌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홈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품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홈즈의 일본 여행기와 홈즈의 일상 속에서 가정부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하는 삶과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쓰고 있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나뉜다. 그 세부분은 홈즈의 머리가 뒤죽박죽인 것처럼, 기억력이 예전만 못한 것처럼 돌아가며 등장하기도 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끼어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우리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홈즈가 은퇴를 하게 된 이유와 하필이면 꿀벌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는지를.
나이가 든다는 것은 홈즈에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아무리 명탐정이라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장수 식품을 연구하고 로열젤리 마니아가 된 홈즈의 모습이 이전의 홈즈의 모습과 분명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다. 누구나 젊었을 때와 나이가 들었을 때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홈즈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런 트리뷰트 작품이 나올 때마다 원작가인 코넌 도일이 이 작품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해을까? 코넌 도일의 이 나이의 홈즈를 어떻게 그렸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작가 미치 컬린의 의도는 분명하다. 인간 홈즈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그가 그 많은 사건 가운데 어떤 사건을 떠올릴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그래도 홈즈는 인간이었다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홈즈가 아니더라도 아흔이 넘은 어르신들의 모습은 모두 비슷할 것이다. 나이가 주는 삶에 대한 관조적 분위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자신은 결국 그저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날아가는 파리보다 나을 것도 없는 존재였다는 깨달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욕심 하나쯤 가지고 있는...
홈즈면서 홈즈가 아닌 것 같은 색다른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이게 뭐야?’ 하고 봤는데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되어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이 갔다. 홈즈 팬이 아니더라도 홈즈가 은퇴한 이유는 무척 궁금할 것이다. 그럼, 이 책을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