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특급 살인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3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0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다아시경과 마술사 숀 오 로클란과 이제는 작별을 고할 때가 왔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하지만 그보다 시절이 하수상한 관계로 작품의 풍미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왜곡되어 영불제국이라는 SF 팩션이 아직까지 그들은 만족을 못하는 구나 싶고, 프랑스인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기분이 나빴겠구나 싶고 아일랜드인인 숀이 과연 이렇게 충성스러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팩션임에도 불구하고 잘 받아들일 수 없어 읽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마지막인데 참 아쉬웠다. 내 밴댕이 속을 어쩔 수 없으니 원... 가스등 불빛과 말들이 끄는 마치 소리가 아직도 다아시 경을 향해 달려가고 다아시 경이 그렇게 런던 거리를 다니겠지 생각되지만 내 안에서 가스등은 이미 꺼졌고 마차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으니 안타깝다.

<중력의 문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형적인 다아시경 시리즈가 표방하는 수사는 다아시경이, 증거의 검증은 마술사 숀이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지키며 밀실 살인을 풀어낸 작품이다. 밀실 살인의 고전적 트릭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고 무엇보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떨어진 유리창을 마법으로 다시 복원한다는 발상이 맘에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다아시경 시리즈가 SF 영화로 나올 만도 한데 궁금하다. 이 작품이 영화로 언제 만들어질지가.

<비터 엔드>는 <마술사가 너무 많다>에서처럼 마술사 숀이 기차 시간이 남아 술 한 잔 하기 위해 있던 바에서 시체가 된 남자를 만나고 공교롭게 다른 사건들이 많이 생겨 마술사가 없는 바람에 그곳 마술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돕다가 사건에 연관이 되고 그의 진술서가 급했던 다아시경까지 그곳에 오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이야기 자체는 아주 고전적이다.

<입스위치의 비밀>는 일종의 스파이물이다. 제국의 실험실에서 사라진 물건을 찾기 위해 살해당한 제국의 첩보원을 죽인 폴란드 첩자들을 찾고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다아시경과 마술사 숀이 위장을 해서 시골까지 내려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다아시경을 007로 만들기로 했는지 참 007스러운 다아시경의 별 모습을 다 봤다. 별로 안 어울렸지만.

<열여섯 개의 열쇠>는 <나폴리 특급 살인>과 연결되는 작품으로 사건보다는 사라진 문서를 찾기인데 놀라운 것은 마술로 젊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욕심이라니. 하긴 마술이 있는 곳인데 무슨 마술은 없고 흑마술은 없겠는가. 그러고 보니 숀과 흑마술사의 대결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면 다아시경이 소외되니 조연에게 그런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려나...

<나폴리 특급 살인>은 한 남자가 지팡이로 모질게 맞아 살해되고 기차안의 모든 승객이 용의자가 된다. 변장을 하고 대공의 비밀문서를 전달하러 가는 다아시경과 마술사 숀은 어떻게든 나폴리까지 갈 수 있게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고 마침 숀이 아는 사람이 경무관으로 기차에 조사하러 오는 바람에 일이 쉽게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차 안의 모든 승객이 아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고 살해된 자와 원한이 있다는 생각에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은근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패러디한 듯 보이면서 비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그런 대사까지 등장하니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감히 대가와 맞장을 뜨려하다니 기개는 가상하나 안 될 말씀. 하지만 나름 피해가며 잘 마무리 했다.

이렇게 아쉽게 다아시경과 작별을 하게 되었다. 마치 한 사람과 이별을 하는 느낌이다. 작품의 깊이와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허전하기만 하다. 안녕, 다아시경. 안녕 마술사 숀. 안녕 랜달 개릿. 그동안 여러분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작품 속에서 또 이런 낭만적인 느낌의 작품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안은 깜깜해도 책은 남아 있으니 당신이 그리울 때 언제든지 그 안으로 달려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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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족탐정이라...귀족탐정은 문제를 어떻게 추론하고 풀어나갈지 궁금하군요.
게다가 마술과의 조화라..(웃음) 담아놔야겠어요.^^
이런건 누가 만화로 안 그려주나~ 중세 분위기 좋은데.(웃음)

물만두 2007-09-06 13:41   좋아요 0 | URL
전 영화로 만들면 멋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답니다.
1편 세르브르의 저주부터 보세요~ 시리즙니다.

비로그인 2007-09-06 17:47   좋아요 0 | URL
오오, 그 정도입니까? 나중에 1편부터 꼭 봐야겠군요 ^^

물만두 2007-09-06 18:40   좋아요 0 | URL
그럼요^^

BRINY 2007-09-0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집, 그것도 마지막 작품이라니. 꼭 사야겠어요.

물만두 2007-09-07 11:08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stella.K 2007-09-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왠지 아가사 크리스티가 연상이 되는 제목 같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흐흐

물만두 2007-09-11 11:53   좋아요 0 | URL
시리즈라 1편부터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달랑 3권이니 계속 보심 좋겠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