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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지음, 송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우연히 마법에 사용되는 주술도구들을 아내의 방에서 발견한 사회학자 노먼은 아내 탠시가 그것을 믿은 것은 낯설고 작은 대학교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아내의 신경증 탓이고 자신의 무심한 탓이라 여기며 그것을 없애게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마지막 것까지 없앤 순간 이상한 전화를 받게 되고 자신이 학과장이 유력하다고 생각했는데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고 마치 자신이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자신의 교수실 창에서 보이는 가고일 석고상이 점점 모양이 변하며 급기야는 모든 사물이 달라 보이는 일이 벌어진다. 도대체 그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도 신경증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
처음에는 도대체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잘 몰랐다. 하지만 마지막에서야 이 작품의 반전은 드러나고 읽을수록 기묘한 환상소설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인 어떤 시사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대학, 그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암투, 정치적으로 나가기 위해 학생의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낙제생을 낙제시키지 말기를 바라는 학장과 교수의 아내들의 고상한 척하는 모습의 답답함과 시대적으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강의할 수 없는 교수, 그 틈에 끼어버린 젊은 아내...
노먼은 학과장이 되면 그것을 발판으로 좀 더 좋은 대학으로 옮길 욕심이 있고 나이 든 교수 부인은 젊게 보이려는 욕심이 있고 또 다른 교수 부인은 결혼 전에 잘 나갔을 텐데 남편을 위해 꿈을 접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자질을 과시하려 하는 등 이런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이 마법이라는 소재로 잘 엮어져서 하나의 멋진 소설을 만들어냈다.
1943년 작품이니 작품 속에서 노먼의 말들이 얼마나 충격적일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하지만 노먼이 연구하는 원시 사회와 현대 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점, 특히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늘날에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져 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단순히 마법에 대한 환타지 작품이 아니고 환타지, 고딕, 미스터리까지 모든 것이 있는 서서히 독자를 몰입하게 유도하는 작품이다.
마법은 인간이 볼 수 없다는 것, 인식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불완전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원시시대에도 마법은 있었고 지금도 마법은 있다. 우리는 그것을 미신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괴담이나 전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 알 수 없음이 끊임없이 마법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것이 분명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보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 있음을 알았을 때 자신이 오랜 세월 믿고 연구했던 모든 것을 제쳐두고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몸을 던져 행동에 옮길 수 있을까? 노먼을 보며 눈에 보이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는 것만을 주장하지 않고 말보다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우리가 바라는 영원한 마법은 바로 이런 마법일 것이다.
지금 당신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남편들이여, 이 책을 읽고 아내를 자세히 보시길... 어쩜 아내의 화장대 깊은 곳에서 흙 한줌, 머리카락 몇 가닥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의 아내도 마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