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가 드디어 노스텔지어로 미스터리의 변죽만 울리다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독특함이 아닌 미스터리 그 자체를. 그런데 노스텔지어는 그럼 빼놓은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노스텔지어는 리세의 어린 시절 가족에 대한 노스텔지어다. 하지만 그것을 노스텔지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전개과정이 좀 그렇다. 그것보다는 순수했던 시절과 이별을 고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노스텔지어보다는...

어린 시절 살았던 백합장으로 돌아온 리세를 맞아주는 건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자리와 피를 나누지 않은 할머니가 재혼한 할아버지의 딸들인 아주머니 두 분뿐이다. 판이하게 성격이 다른 이들은 리세가 이 집에 돌아온 것이 할머니가 남긴 주피터라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감시하고 리세는 빨리 사촌 오빠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고등학교 생활을 한다. 옆집 친구는 소꿉친구가 소개해준 남학생 때문에 고민을 하고 그 친구의 병약한 동생은 리세에게 그 집에서 나와야 살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그때 그 집 고양이가 독에 중독되어 죽고 친구를 좋아하던 남학생은 실종되고 보물을 찾던 작은 아주머니는 할머니 49제를 하고 돌아오니 죽어 있다.

도대체 주피터는 무엇이고 그 집에서 안 좋은 일들이 왜 자꾸 일어나는 것일까? 리세는 세상은 근본적으로 악하다고 생각한다. 그 위에 작게 선이 행복하게 떠 있는데 그 선도 악에 물들기 너무 쉽다고 말한다. 이제 리세는 진정한 악의 길로 들어서려는 것이다. 그런데 리세가 가고자 하는 악의 길은 어떤 길인지 작가는 앞으로 계속 전개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리고 온다 리쿠가 왜 제목을 이렇게 정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로 제목을 스포일러로 만드는 작가가 또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야 늘 그런 작가라 그런가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다. 뭐, 그래도 읽어봐야 스포일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거지만. 백합꽃이 등장했을 때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이 리세가 가물가물 생각나지 않던 단서를 기억하는 것처럼 나 또한 마지막에 이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흠... 작가와 통하였나? 하지만 이 작가 생각을 듣고 싶다. 무슨 뜻으로 이런 작품을 전개한 것인지...

미스터리가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온다 리쿠라 새로웠지만 마지막 한 장에서의 마무리가 이 작품과는 너무 안 어울린다. 리세의 어린 시절은 이렇게 끝이 나고 황혼녘 백합향은 아직도 남아 있다. 온다 리쿠의 경고인지 모르겠다. 노스텔지어의 마법사가 노스텔지어를 포기하니 좀 안 어울렸다. 작품은 괜찮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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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7-2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 않나요? ^^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에는 스토리에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걸로 보여요.

물만두 2007-07-26 09:54   좋아요 0 | URL
그게 두 작가의 다른 점이겠죠^^

2007-07-28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7-28 10: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멜 보냈습니다^^

미미달 2007-09-2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 이름 예술이지 않나요? ㅋㅋ

물만두 2007-09-27 13:30   좋아요 0 | URL
흐흐흐 예술이었죠. 이름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