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猶不及!

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인간의 삶은 모방의 삶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부모에 의해 부모가 가진 여러 가지를 모방하며 배우게 되고 더 나아가서 학습하며 잘못된 모방은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것만을 취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어른이 되어 형성된 인격이나 가치관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 안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살인자에 의해 그 인생이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전에 어떻게 살았든 앞으로 살아갈 기회를 타의에 의해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자의 가족은 그로인해 또한 나머지 인생이 비틀리고 만다. 누가 이들의 삶을 이렇게 만들 권리를 부여한 것도 아닌데 범인은 말할 것도 없이 형사와 매스컴, 그리고 가까이에서는 이웃과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들에게 관여를 한다. 그건 관심이 아니다. 피해 입은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며 잔혹하게 대하는 사디스트적 관음증이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그 동안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토해내고 있다. 그 말들은 언어를 뛰어 넘어 거대한 사회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넘쳤다. 너무 넘쳐서 공감을 했던 사실까지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거의 마지막에는 오기로 어떻게 되나 보자는 식으로 대하게 만들었다. 간단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나열한 것은 작가 또한 하나의 거대한 연극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인물 하나를 창조해서 독자에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인물은 요시오 할아버지다. 손녀가 실종되어 살해되고 별거중인 딸은 그 소식에 정신을 놓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범인에게 농락당하고 그러면서도 끝까지 손녀의 목숨을 늙은이에게 줘서 살인자를 잡게 해달라고 말하고 살인자를 대면해서도 어른으로써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일갈하는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어른상이다.

그런 인물이 우리 주위에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어른을 못보고, 그 분들의 말씀에 귀기우릴 생각을 하지 않고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왜 살인자는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가? 우리는 그런 범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췄었는데 그것보다 우리가 잘못된 길을 걸을 때 누군가 따끔하게 야단치는 어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따끔함조차도 참아내지 못할 정도로 이 사회는 총체적 부실로 붕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부모의 가르침도 싫어하는 요즘 옆집 할아버지의 일갈에 귀기우릴 젊은이가 누가 있을지...

우리 삶이 모방의 삶이라면 제대로 된 사람의 삶을 모방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제대로 된 삶을 모방할 수 있도록 앞 서 가는 분들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가 삶이라는 인생의 무대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열심히 잘 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은 그 무대를 이루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 개개인이 주어진 자리에서 만족스런 삶을 위해 나아가는 한 진짜 아름다운 모방의 삶들이 남아 전해질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