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카드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번 작품은 좀 뜬금없이 시작한다. 한 소녀가 흑인박물관에서 한 지나간 과거의 자기 조상에 대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읽다가 누군가에게 폭행당할 위기를 넘긴다. 그런데 그 범인은 다시 찾아와 자신을 봤을 수도 있는 목격자를 경찰 바로 앞에서 살해하는 대담함을 보이며 그 소녀의 목숨을 계속 위협한다.

 

링컨 라임에게 넘겨진 이 사건은 순전히 라임이 병원에 가지 않기 위한 핑계로 맡은 거지만 그 범인이 남긴 12번째 타로 카드의 교수형 당하는 그림은 어떤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거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인 남자까지 그 소녀를 찾으려고 하고 그 소녀의 부모는 부재중이고 같이 사는 삼촌은 믿음직하지 못하니... 그런데 그 소녀는 무슨 이유로 살해 위협을 당하는 것일까? 할렘에 사는 고등학생 흑인 소녀일 뿐인데.

 

그 소녀가 관심을 가졌던 기사는 140년 전 미국 남북전쟁의 시발점이 된 노예해방에서 한 흑인 노예가 어떤 상황에 노여 있었는가를 알려준다. 140년 동안 변한 것이 무척 많은 것처럼 보이는 데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린 소녀는 말한다. “싸움은 예전과 다름이 없어요. 적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 더 어려워졌을 뿐이죠." 어떤 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건 이런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들도 알 수 있는데 그곳에 사는 흑인들은 얼마나 절실히 느끼면서 살지... 흑인다운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키며 문화로 발전시키고 예전 같은 삶, 하층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바람이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소녀의 조상이 5분의 3인 인간에서 자신들의 후손은 10분의 9인 인간으로 그리고 동등한 인간이 되기를 바랐듯이 동등한 권리는 누가 손에 쥐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 갖는 것이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권리라는 것은 또 다른 동등하지 않은 조건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인 링컨 라임은 공감한다.

 

이 말은 또한 범죄 그 자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범죄는 예전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예전 범죄는 아직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면식범이거나 자신이 표적이 될 만한 이유를 나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왜 범죄에 희생되어야 하는지 모른 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적이, 범죄자가 누군지, 왜 그러는지 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점을 조금만 넓혀본다면 인간의 역사는 항상 나아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아마도 10분의 9를 넘어서 10분의 10이 되는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은 바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알지 못했고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처음 접하는 미국 흑인의 한 역사를 보여주고 오늘을 살아가는 할렘을, 뉴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 이 작품을 제프리 디버가 잘 사용하는 반전과 뛰어난 세부 묘사, 트릭과 범인들의 활약상, 라임의 현란한 현장 분석과 예리한 색스의 관찰력을 무력화시키고 좀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소재다. 제프리 디버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링컨 라임 시리즈가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현장에 서 있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12번째 카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다뤘더라면 하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그것이 지닌 무게감이 너무 커서 다음번에라도 다시 한 번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작가가 자세히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 너무 잔인한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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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6-1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링컨 라임이다.
하여튼 만두님만 보고 있으면 잽싸게 알 수 있다니까요??? 기대 만땅!!!

물만두 2007-06-19 10:53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를 보시고 책도 보셔야죠^^

홍수맘 2007-06-1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라임 시리즈"가 오늘따라 더 눈에 들어오네요.^^

물만두 2007-06-19 10:53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그럴때는 무조건 보셔야합니다^^

bongbong 2007-07-21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 라임'시리즈는 동화같은 환타지를 주는거 같아요..제프리 디버는 실망시키는법이 없네요 <인간의 눈물>과 <작은 승리>편에선 기어이 눈물을 쏟게 만들고 ㅠ ㅠ
곧 나올'메이든스 그레이브'가 엄청난 작품이란 얘길 들었습니다.
기다리기도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