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아이들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서 클라크 외 지음, 가드너 도조와 엮음, 김명남 외 옮김 / 시공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종교와 과학의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종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가 정치라는 권력의 힘을 가진 후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하려 하고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만이 최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에 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까지 당했다. 우리가 아는 갈릴레오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가 종교를 믿든 안 믿든 간에 미약한 인간이 어찌 신의 섭리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신의 말씀은 단지 종이 위에 적힌 것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를 어릴 적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딱 그 동화가 생각이 났다. 종교와 과학이 지나칠 때 위험수위를 넘어갈 때 그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에 대한 균형을 잡기 위해 이 작품들이 창작된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가 만들어졌듯이.

여기 실린 열세편의 단편은 모두 과학과 종교의 충돌을 다룬 작품들이다. 중세의 종교재판도 볼 수 있고 다원우주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종교를 비판하기 위한 작품들이 아니다. SF란 장르가 과학적 사고를 다루는 픽션이니만큼 그 과학적 사고가 종교 문제와 좀 더 많이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진지하게 다루고 싶었을 뿐이다. 갈릴레오가 말했듯이 신께서 인간에게 지성과 이성, 비판의 능력을 주셨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셨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신께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시기 위해서 잔인하게 인간을 핍박하라 하시지 않으셨으리라 믿는다.  또한 과학을 과학만을 위한 것을 위해 쓰이게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주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지나침은 인간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행위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고 말하고 있다. 종교가 과학과 함께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니 우주 만물을 신께서 창조하셨다면 인간이 작은 돌멩이 하나, 날벌레 하나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과학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대립보다는 손을 잡고 서로를 인정하고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공격보다는 타협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마도 과학과 종교 모두 바라는 것은 이것일 것이다.

나는 적당한 과학과 적당한 종교가 인간에게 더 나은 길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그 길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바로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독특한 SF 엔솔로지다. 이렇게 동일한 소재로 모은 단편집을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미 갈릴레오의 아이들인 우리들은 한번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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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6-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서재 이뻐요^^ 님의 끊임없는 독서열엔 정말..감탄감탄..
전 요즘 넘 게을러져서 책도 그렇고 리뷰도 그렇고..쩌업 ㅜㅜ
좀 정비를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 듯 싶어요..ㅋ

2007-06-15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6-1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감사합니다. 만순이가 촌스럽다고 바꾸라고 해서 바꿨습니다^^;;; 책이야 늘 읽는건데요^^
속삭이신님 앗, 감사합니다^^

가넷 2007-06-1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험 치고 오는 길에 질렀습니다. 그런데... 표지가 상당히 압박스럽군요..-_-; 보니까 본 단편들도 있고...ㅎㅎ 뭐 그렇게 상관없는 부분이지만요;

물만두 2007-06-16 10:45   좋아요 0 | URL
그늘사초님 저는 외적인 건 그다지 신경을 잘 안써서요. 저도 2편인가 3편 봤던거더라구요. 하지만 이렇게 모아서 보니 색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