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인사이드 메피스토(Mephisto) 15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장호연 옮김 / 책세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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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우리에게 무언가 있다가 사라지면 화를 낸다. 그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끊임없이 왜? 를 되풀이하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법은 없다고 따지게 된다. 누구나 모두 마찬가지다. 빼앗기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데이비드 셀리그는 초능력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능력을 타고 났다. 누군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읽는 능력으로 그는 세월을 보냈지만 그 능력 때문에 행복하지도 않았고 그 능력을 자기에게 맞게 사용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그에게 저주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다 늙어 마흔이 넘은 그에게 그가 가진 단 하나의 남과 다른 능력이 사라지려 한다. 왜 하필이면 이제야? 그는 혼란스럽고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을 돌아본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절망감. 나이가 들어 점점 죽음을 향해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상실한 젊음에 대한 느낌일 수도 있고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인해 보통의 삶조차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할 때도 있고 이상이 망상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오는 자괴감일 수도 있다. 그러니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사는 거다. 거기에 더할 말은 필요 없다. 왜 나만? 이라는 질문보다 더 멍청한 질문은 없으니까. 그럼 너 아닌 다른 사람의 상실은 있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잖아. 그거 잔인한 생각이다. 위험한 발상이고.

 

그런데 셀리그, 누구나 겪는 일을 개똥철학 펼치듯 한가득 풀어놓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 그렇게 살아. 누구는 그렇게 안사냐고. 저자가 참 마음에 안 든다. SF로 봐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다. 셀리그가 초능력을 가졌다는 것 빼면 SF적인 것은 거의 없다. 이래도 되는 거냐고...

 

다잉 인사이드... 다잉 아웃사이드는 없고?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고 그 주변부, 내면이든 외면이든 그것은 각자 알아서 생각하고 만들어 나가면 그뿐이 아닐까 싶다. 너무 냉소적인가? 마지막의 침묵 속에 살아가겠다니 그건 기특한 일이다. 하긴 나이나 지적인 능력 같은 것이 인격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홍학을 봤다. 홍학이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하더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한 거구나. 홍학, 우리는 솔직히 말하면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태초부터 얼마나 많은 종이 멸종하고 지금도 멸종하고 있는 지 알 수는 없지만 홍학을 본 순간 홍학은 저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중 얼마를 먹는데 할애하고 기타 등등 어쩌구저쩌구를 떠나 그냥 저 붉은 무리가 이 지구에 있다는 사실이 멋있었다.

 

홍학도 그러하니 쓸데없는 지구에서 바퀴벌레만도 못한 인간일망정 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한 거 아닐까. 아시겠습니까? 셀리그씨? 실버버그씨? 이 몸은 그리 생각합니다요. 그리고 사회적인 면은 지금의 미국을 보면 그다지 논하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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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3-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나만? 에서...나에게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런 진리를 이성으로만 깨우치고 감성으로는 늘...헤매게 되긴 하지만요...
전 늘 님의 리뷰 볼 때...별 숫자부터 헤어봐요,,ㅎㅎㅎ

물만두 2007-03-2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전 늘 누군가 제 옆에서 그럴때마다 그건 너무 뻔뻔하다고 말합니다. 저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자신이 편해지잖아요^^
별점은 늘 4개 아님 5갠데요^^ㅋㅋㅋ

모딘 2007-03-2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오해도 없고 그로인해 서로 상처주는 일도 없지 않을까하는. 셀리그는 왜 좀더 현명할 수 없었을까요?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위치였을텐데. 상대가 듣고 싶은 말만 할 수 도 있을테고, 그가 원하는 행동을 더 앞서나가 할 수 도 있었을텐데. 상대방의 생각을 그대로 알 수 있다는 것 역시 저주인가 봅니다. 셀리그의 내부로부터 죽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죽어가는 자신의 능력인가, 더이상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한 자신의 마음인가하는 점이 말입니다.

늘 물만두님을 스토킹하다 오늘에서야 글을 남기네요. 거의 매일 읽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고요. 건강조심하세요. 날씨가 변덕이 심하네요.

물만두 2007-03-2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모님 그게 초능력을 가진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요? 더 가져 더 좋아진다면 불공평한 세상이 더 불공평하잖아요. 셀리그는 어쩌면 작가의 그런 의도를 반영한 인물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밖에 안나가서 날씨는 상관없는데 님은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