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42 3
코테가와 유아 지음 / 세주문화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이 만화는 다음 권이 추가될 때마다 읽는 이의 머리에 둔기를 가격하는 정도가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이다.
광적인 종교집단에 의해 희생적으로 탄생된 괴물을 죽이고 이룩한 공공의 선이 과연 참된 정의인지 골몰하게 했던
전작 "ANNE FREAKS"보다 "사형수 042"에선 좀 더 수위를 올려 아주 고문을 해 볼까 하고 작정한 듯 느껴졌다.
아니 작가의 의도가 뭐였든 간에 읽는 나로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3권에선 애초의 실험의 오류를 지적한다.
주인공처럼 동정적인 과거와 호감가는 외모, 수동적인 살인유형이 아닌,
모자살해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포악한 전형적인 사형수가 실험의 2번째 케이스로 등장한다.
그는 실험에도 비협조적이며, 생명을 중시여기기는 커녕 실험을 진행하는 시이나 박사까지 죽이려고 한다는 설정인데,
여기서 이 만화를 읽는 독자는 (나를 포함하여) 나도 모르게 심판을 내리는 성급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본 만화의 주인공이고, 동정적인 면모와 감정에 상처를 입고 회복되지 못한 사형수042에게는 사형제도의 폐지와 방면까지 은연중에 바라게 되고,
반대로 2번째의 포악한 사형수에겐 단죄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만화라지만 과연 그럴 권리를 누가 준 것일까?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평생동안 종신형의 봉사를 행하게 된다면, 과연 몇달이 지나 평생토록 삶의 의미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머리에 폭탄이 있는 감정의 억제를 막고 로봇처럼 청소나 하라는 말인데, 어쩌면 사형보다 더 극악한 처벌제도가 아닌가?
또 사형제도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 법을 집행하는 이는 바로 우리 인간인데, 그 죄의 유무를 판결하는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맹목적인 인권보호'를 무기로 범죄로 인해 공공의 안녕이 위협받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명확한 일이다.

그런 회의적인 생각과 결론 안나는 문제를 가득 안고 있음에도 이 만화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망가짐 캐릭터 연출과 코믹한 대사를 사이에 뿌리지만,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을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독자를 울고 웃게 만드는 KOTEGAWA Yua, 그 특유의 저력 탓일 것이다. 

특히 3권은 피실험체로 다룰 뿐이었던 사형수042를 '인간 타지마 료헤이'로 자각할 수 있었던 시이나 박사의 자각과
그로 인해 실험의 목적에까지 회의를 갖는 에피소드가 크게 다가와서 읽는 이까지 딜레마로 몰고 가는 수작이다.
4권에서도 예의 긴장과 감동을 잃지 말고 잘 이어줬으면 하는 기대와 함께 혹 읽어보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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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으슬으슬에 콧물이 찍찍 나왔는데도 감기인줄은 몰랐다. 하긴 감기 앓아본 지가 언제더라? 한 몇년됐지?. 그래서 감기 증상인지도 파악을 못하고, 매운 걸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더니, 왠걸 아침엔 몽롱에 뒷골 띵, 의욕없고, 힘도 없고, 열과 콧물은 범벅이 되서 날 괴롭히고, 목은 억세게 아파서 말 하려면 먼저 인상부터 쓰게 된거지.몽롱하게 일 하다가 도저히 능률도 안 오르고, 남은 근무상태가 걱정이 되서 외출허가 받고 약국부터 다녀왔다. 약 먹은지 1시간, 오호.. 약빨이 받는다. 상쾌해지고 몸이 힘든것도 견뎌질만 하다. 기분까지 평소보다 업 된 것이, 이게 '감기약'의 효과인가? 하며 놀라는 중이다. 감기가 들었다면, 이제 대충 살만해졌다는 청신호겠지. 여유가 생기면 몸도 아프기도 한다니까 환영할 일이다. 감기? 나 한테와라, 감기약도 먹었겠다, 이제 아플 여유도 있으니 오늘 부턴 자리보전도 함 해보고 싶거던. 약빨하니 생각이 났는데, 한동안 공연을 못 봤다. 이번 주말 쯤엔 몸좀 풀어볼까? 도 봐야되는데, 어디로 튀어볼까?

오늘 아버지와 간만의 통화. 새삼스레 느껴지는 아버지의 전화응대는 대략 두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이상 無(찰칵!), 다른 하나는 왜 전화했냐고 언성 부터 높이는 바람에 안부인사 드릴 틈도 안주는 것. 실제론 안 그런데, 당신께선 전화로 만나면 인격이 변하시는 것은 뭣 때문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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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6-1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전 여태까지 아버지께 쓴 편지가 한 장도 없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네요. 일흔셋의 연세로 아직 건강하신 편인 아버지께 내일은 전화라도 드려야겠어요. 제 서재에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종종 만나기로 해요. ^^

불한당들의 모험 2004-06-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아 오면서 아버지께 직접 편지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답니다. 아마 한번은 건넬 수 있을 것 같긴해요, 누구처럼.
 



이삿짐 쌀 실제적인 시간은 이제 5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도 원치않는 책이나 CD같은 건
버려두고 가길 바라는 식구들의 저주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나홀로 새벽에 몇시간을 음악과 영화를 싸는데 매진했다.
박스에 주워 담으며 한 때 죽고 못 살았으나 듣지 않는 CD들이 수두룩.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많아져서 사실 태반이 '장식품'이나 마찬가진 실정인데,
왜 미련을 못 버리는 걸까?
이사가서도 자리 차지한다고 얼마나 구박을 받을지 훤한데.....
여섯 박스... 흑. 아직 MD 같은 것들은 아직도 방치된 상태.

내일은 책도 싸야겠지.
"갖고 가고 싶음 혼자 나르쇼~"가 되더라도,
주루룩 꽂아놓고 흐뭇한 웃음 짓는 그 찰나를 위해서 또 포기를 못하겠지.
아버지가 내 책들을 타인에게 선심 쓰듯 줘버리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으니
내 등골이 휘어져야지 별 수 있나.

언제쯤 내가 소유한 물건들에서 헤어나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걸까?
음악을 듣고 온전히 감성화 되어서 CD가 필요없고,
한번 읽은 책은  온전히 이성으로 변하고,
본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철학으로 심장에 각인된다면,
그것 너무 과한 욕심인가? 도대체 인생 살아가는데 또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야.


덕분에 오늘은 wilco에 푸욱 잠긴다. 마음에 홍수가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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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6-1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고 씨디고 부장물처럼 갇혀있는 것이 많아 버리기도 많이 버렸네요.남도 줘버리구요.버려도 놔둬도 완벽하게 만족스런 방법은 아니어서 골머리 앓던 기억때문에 이제는 뭘 사는 것 자체를 줄이려고 발버둥치는 중입니다.
 

언젠가 범죄문학의 역사를 다룬 책에서 본 바에 의하면,
공격본능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는 이들은 실제로 범죄물을 즐긴다고 했던거 같다.
그래서 나 스스로 범죄물 뿐만 아니라, 싸이코가 등장하는 영화나 책들을 즐겨 읽는건가하면서 당연시했었고. 오죽하면 아직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영화가 <<성스러운 피>>일까.
또한 질병의 한 은유로 천재들의 일부가 가졌던 정신질환들도 창조의 부산물이거니 하며 약간 경외시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뷰티풀 마인드>> <<아메리칸 싸이코>><<레퀴엠>>등의 영화를 그저 재미로만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저 그렇게 즐기는 질병(?)으로 여겼던 정신병이 내 주변부로 들어왔기 때문에.

20년만에 초등학교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고.
그렇게 썩 친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만 하면 꼴등을 두고 다투던 급우였기에 반가워하며 만났다.
전화로 전해진 그 친구의 목소리가 약간 어눌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맞선 얘기도 했지만, 세상에는 좀 특이한 친구도 있는 법이니까 넘어갔다.
그런 사소한 것은       만 아니라면 용서할 수 있으니까.

참으로 많이 달라져 있는 친구였다.
키는 그다지 자라지 않았고, 살은 많이 쪘지만,
화장솜씨며, 옷 입는 감각도 제법 있어뵈서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 안부와, 다른 친구들 안부까지 물으며 파르페 한 컵을 거뜬히 먹어 넘겼다.
그 후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하니까 당겨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얘길 요약해보면, 자신의 찐~ 살덩이들은 정신병원에서 먹은 약 때문이고,
친구들은 모두 자신에게 인연을 끊자고 했단다.
왜냐면 자신이 중학교 때 미국애인들이 따라 다녔기 때문이었다고.
그러다 전국적인 조직의 우두머리가 또 자신에게 반해 따라다녔는데,
별명이 엄지공주였다고 한다. 그녀가 지나가면 모두들 "형!수!님!"하며 일렬로 서서 절을 해댔대나.
그 후 그 조직 오야붕이 친구 때문에 자존심을 다쳐서 중학교 이후 부터는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고.
집으로도 찾아오고, 전국으로 도망을 다니면 다 쫓아오고, 취직을 하면 몇달을 못 버티게 하고,
결혼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어머니까지 미쳐서 돌아가시게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그녀의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하니까 그 친구 아버지가 '특수부'(?)에 있어서
사정을 알아봐줬는데, 미국이 곧 그녀를 도우려고 하니 조금만 참아봐라고 하더라고.
요즘 미국 사정이 안 좋아서 친구의 전화도 도청을 하니 복수한다고 나서지 말라고 충고까지 하더라는데,
이래도 거짓말을 하는 거냐고 친구는 힘주어서 말했다.

그녀의 이야길 들으며, 황당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대로 일어서서 와 버리기엔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녀는 어떻하다가 그런 과대망상증에 휩싸이게 되었을까? 그녀의 가족은 그녀를 도울 수 없는걸까?
정신병원에선 어떤 치료를 받았던 건지? 정신병을 앓고 있음에도 그녀의 일상은 어떻게 굴러가는 것인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같이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림까지 먹고 가자고 권유하면서,
몇 시간이나 질문을 해댔다.
친구 말의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짚어내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녀가 가련하기도 했다.
아직도 그녀에겐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들이 남았는데, 혼자 몸도 건사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또 그녀가 나를 만나려고 떼를 쓰면 어떻해야 할지.
미국과 일본, 러시아까지 나서서 해결 안되는 그녀의 문제를 나보고 해결해달라고 매달리면 어떻해야 할지.

영화나 책 속에서만 겪던 정신병이란 질병을 가진 사람이 내 주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생경스럽기도 하고,
일상의 조그만 불편함으로 의미를 바꿔버린 우정 때문에 마음이 편치않아진 하루였다. 우정이라고 할만한 즐거운 추억하나 공유한 적이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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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6-1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인들은 소통이 가능할 거라 생각해서 가까이 가보면 소통이 불가능하고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소통의 초입부터 막혀버린 것일까요? 문득 들러 둘러보다가 플레져님의 서재에서 퍼왔던 요리페이퍼에 낯익은 닉이 있어 웃다가 갑니다.타인의 방에서 마주치는 나의 이름은 참 낯설군요.방이름에서 느껴지는 보르헤스,카프카,폴 오스터.핀치러너 조서는 낯설어 뭘까? 갸우뚱하다 갑니다.아,해가 반짝 나왔군요.빛나는 하루 되길.

프레이야 2004-06-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대망상... 영화 뷰티플마인드를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사람이 친구로 있다면 느낌이 또 다르겠어요, 정말.
 
 전출처 : 플레져 > 고추장 수제비

재료 : 밀가루, 밀가루를 반죽할 수 있는 빵빵한 팔 힘과 시간!! 고추장, 멸치 우린물,

다진 마늘, 감자,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호박, 소금. 

일단 밀가루 선택은요..요새 제일 제당에서 나온 쫀득 쫀득 인지..쫄깃 쫄깃 인지..
약간 노리끼리한 포장지의 밀가루 있거든요..(젤 작은 사이즈요..)
그걸로 해보세요..울엄마가 그러는데, 굉장히 쫀득 하데요..

계란을 넣을 때도 있고 넣지 않을 때도 있구요..
반죽은 약간 촉촉한 상태로..하시구요,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는 것처럼..찰지게 하시는게 좋죠..)
국물을 끓이는 동안에도 젖은 행주로 반죽을 씌어주세요..

국물은..멸치로 국물 우려내시구요 (저는 멸치 한가지로만 해요..^^)
멸치 건져낸다음, 고추장과 다진 마늘 적당량 풀어내구요..감자를 넣어주세요.
호박도 있으시면 넣구요..
어느 정도 감자가 익으면 밀가루를 오물조물 떼어 국물에 입수 시키면 됩니다..

가끔..울엄마는 밀가루 반죽 할 때 소다를 약간 섞으시더라구요.
그러면 훨씬 더 쫄깃 쫄깃 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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