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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계절 - 일본 유명 작가들의 계절감상기 ㅣ 작가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9월
평점 :
4계절을 대하는 작가들만의 자세가 궁금했고,
작가는 계절을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는지가 기대되었다.
책의 계절은 가을, 겨울, 봄, 여름 순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가을은 외로운 사람에게 울창한 억새와 숲의 기운을 나눠주는 계절이자, 감 익는 계절이었다. 세계가 벌거숭이처럼 헐벗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가을만의 기백을 알려주었다. 온갖 잡념을 다 날려버리고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을 읽고 가을을 떠올리게 해줘서 지금의 계절을 더 잘 느끼고 생각하게 해줬던 시간이었다.
겨울은 꽁꽁 언 날씨를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화롯불 앞이 얼마나 따뜻할지, 한겨울의 서릿발이 날리는 날씨가 얼마나 차가운지, 추운 동짓날의 단호박찜 또한 한국 정서는 아니지만 한겨울의 일본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줬고, 어느 작가는 눈 오는 날의 고즈넉을 기억할 수 있게 글로 표현하고 있었다.
봄에는 초봄에 내리는 비의 쾌활함과 따뜻함을 이야기하며 하늘의 영혼과 초목의 정령이 나누는 속삭임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봄비의 쾌활함이라면 겨우내에 얼어있고 멈춰있던 세상의 생동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에 글 한 소절에 계절을 바로 떠올리게 되었던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한겨울보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에 생기는 고드름에 대한 이야기와 봄을 알리듯 자라나는 머위 꽃대와 고사리, 그리고 원추리 새싹을 글로 그리며 산천초목의 봄 오는 소리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벚꽃의 계절에 대한 설명이 눈부셨다.
여름은 장마철의 비 오는 날의 풍경과 한여름 가장 필요한 필수품인 부채와 시원한 맨발의 소중함을 찬양하고, 낮보다 짧은 밤이 얼마나 소중한지와 여행을 부르는 계절에 대한 작가 개인적 추억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었다.
여름이 아직 지나가지 않은 계절에서 겨울과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 개개인의 취향이 담긴 계절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덕분에 계절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건 축복일 수 있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계절은 생각보다 내게 엄청나게 많은 추억을 안겨주고 있었고, 지루하지 않은 과거들로 채워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작가들의 사계절을 간접 체험하며 막상 사계절이 아닌 일 년을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이 시기쯤엔 이걸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 없이 살아가는 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하며, 덕분에 절실하게 계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뿐 아니라, 작가 개개인의 추억을 함께 기억하고, 계절 여행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고 생각하며 사계절 중 한 개라도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