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을 도전하던 친구가 새벽 감성에 합격 하게되면 실무에 들어가기 전 제주도에서 휴가를 만끽하려고 미리 제주도 장기 숙소를 예약해버렸다. 그러다 그 예약을 깜빡 잊고 지내버렸고, 일주일 전 알람에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예약을 취소하려니 위약금이 너무 아까웠고, 주변에 여유가 있고, 비혼이며, 1인 가구에 프리랜서인 주인공에게 양도하게 된다. 선의로 양도받은 것이지만 선심 쓰는 듯한 친구의 태도에 여행 전부터 살짝 기분이 상해버렸다. 타인의 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타입인지라 관계 그 사이에 미세한 금이 느껴졌다. 제주도에서는 자신의 이름인 최유진이 아닌 오세정으로 불리게 된다. 친구의 이름으로 예약된 것을 굳이 고치지 않은 것이다. 이 섬에서는 최유진이 아닐 수 있고 누군가 이름을 물어본다면 오로라라고 대답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두 달, 본인의 선택으로 살 수 있는 두 달, 규칙은 있지만 규칙이 없는 자유로움을 선택할 수 있는 제주도의 삶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삶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러다 집에서 죽은 검은 새를 발견하게 되고, 생활 폐기물로 버려야 할 동물 사체를 불법이지만 관리인과 함께 땅에 묻어주기로 한다. 새의 죽음은 관리인과 두 사람의 비밀이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사랑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마음이기도 하고 끝이 없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연락처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지만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 확인하고 끝내는 부분이 참 마지막 다웠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나오는데 작가님의 후기에도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다고 했다. 둘의 크기가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 그림자가 드는 두 단어라고 했다. 짧은 단편이었지만 꽤 잘 표현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가장 변화가 많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한 사람을 온전히 갈망하는 감정의 크기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마음의 크기가 그려지게 했다. 작가님의 문체가 그리워진 참에 위픽 시리즈로 만나 반가웠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