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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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목욕을 하지 않는다. 
어제도, 엊그제도, 욕실에 같은 색의 수건이 걸려있는 걸 알아차려 버렸다.
평소와 같이 퇴근길을 맞아주는 모습이었으나 대답은 달랐다. 

"여보 목욕했어?"

" 목욕은 이제 안 하려고" 

" 안 한다고?" 

사실 남편은 오늘 조금 피곤해 보이는 모습 이외에는 별 달리 달라 보이는 모습은 없었다. 

다른 사건을 생각해 보니 한 달 전쯤 남편이 푹 젖어 집에 들어왔던 일이 떠올랐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누군가 장난으로 그랬다고 대답했고, 입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후배한테 물세례를 맞았다고 했다. 그날 분명히 침울해 보였지만 다음날부터 평소와 같았다. 

샤워 거부 사건 이후 화장실 세면대에는 2리터짜리 페트병 생수가 놓여 있었고 남편은 생수로 수건에 적셔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남편의 몸에서 씻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부인 이 쓰이는 결심을 하고 입을 열게 된다.

"오늘도 목욕을 안 할 거야?"

"혹시 냄새나?"

"응 자기는 모르겠어?"

"실은 나도 알아"

사실 목욕을 하면 소독약 냄새가 나고 좀 아프다고 목욕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목욕을 거부하는 이유를 밝힌 남편은 목욕 거부를 계속 이어가기 시작한다.

일단 이 책은 비위가 좀 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적나라한 표현 덕에 텍스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관문을 무사히 넘기면 남편의 샤워 거부는 짐작할만한 사건이 딱하나 찝찝하게 걸리는데 이걸 대놓고 물어보지 못하고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그리고 그 시점은 부인의 남편에 대한 평소보다 짙어진 관찰에서 시작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독자와 함께) 어떻게 하면 남편을 씻길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는데 이 평범한 부인의 고민은 도쿄 사회의 사람들의 사회적 태도와는 무관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거기다 한 사람이 씻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한 부부의 생활권의 선택권과 그리고 어릴 적 도쿄를 떠나오기 전 강가에 떠나보냈던 물고기 다이후짱과 남편에 이입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조금 색다르게 대비되는것도 볼거리였다.
일단 샤워 거부에 대한 정확하게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자신의 선택으로 씻지 않는 이쓰미의 남편과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이쓰미의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씻지 않는 과정에서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서 짧지만 강렬했던 소설이었다.
부모조차 아들에게 대놓고 말하지 않고 며느리에게 닦달하는 모습이라던가, 샤워를 계속하지 않아도 본인에게 대놓고 말하지 않는것이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풍월로들은 일본 사회의 단면을 이야기하는것같아 뭔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져 이 소설이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고 마지막까지 남편의 선택을 위해 다이후짱을 놓아주듯 놓아줘버린 선택의 파장이 열린결말이자 파격적으로 생각되어졌다. 그래서인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의 소설을 원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고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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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1-31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한강작가님의 <채식주의자> 느낌이 나네요? ㅋ 이유가 궁금합니다~!!

러블리땡 2025-02-01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자요 진짜 채식주의자 생각나는 작품이었어요 ㅎㅎ 이유다 싶은게 살짝 나오긴 하는데 진짜 그것때문인가 싶은 이유라 ㅎㅎ 샤워안하는 이유보다 이소설은 결말이 파격적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