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지음 / 민음사 / 2023년 7월
평점 :
전국 최대 규모의 분양형 아파트!
대학병원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파트에서 병원까지 전용 통로가 있는 곳은 유일하다고, 단점이자 장점이자면 장례식장이 집 앞에서 보이는데 누군가는 살다가 장례식장으로 직행하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는 이곳은 실버 아파트라고 했다.
60대에 들어선 작가님은 어쩌다 보니 실버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파트보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경기도 일대의 전원주택을 모두 뒤져보다 싶이 해서 주택에 처음 들어갔으나 사정이 생겨 6개월 만에 신축 아파트 전세로 들어갔다가 가진 돈에 맞는 아파트를 찾다 보니 이곳 실버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실버 아파트였지만,
스타일리쉬하게 60년 가까이 살아왔으며, 어떤 곳에서는 50대로 보이기도 하는 동안 외모를 듣기도 했다고, 손주도 없고 밖에서 할머니라고 불린 적도 없다 보니 실버라는 자체 인식이 안되었고, 결국 실버 아파트의 적응기라기보다 실버 아파트 관찰자로써 생활하게 되었다고 했다.
실버 아파트에 입성한 순간 '할머니'와 '어르신이'라는 단어로 지칭된다고 한다. 그렇게 실버 아파트 입주민이 된 순간부터 보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소방차 구역에 주차는 어디서나 금지이지만 실버 아파트는 더 조심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언제 비상상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인들만 사는 아파트라 다른 점은 또 있다.
층간 소음이 거의 없고, 어둠이 내리면 단지는 거의 진공상태처럼 고요해지며 출근하는 사람이 없고 일찍 잠자리를 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359일이 거의 침묵 모드라고 한다.
젊은이와 어린아이가 없으니 놀이터와 어린이집이 없는데 노인정도 없다고 했다. 건물 전체가 노인정이라고 생각해서 일까? 민원이 많은 부분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의문이었던 부분이었다.
1년 365일 식사가 제공되다 보니 음식 냄새가 없고, 헬스장, 사우나, 골프 연습장 및 바둑이나 체스 서예 등을 할 수 있는 수많은 동호회가 존재한다고 했다.
아파트 근처에 있는 산을 등산하며 다른 노인들을 만나왔던 이야기나 나이 들수록 꽃처럼 예쁘게 단장하는 노인들 모습들, 누구보다 일상을 열심히 채워가는 모습이라던가, 치매와 죽음에 관한 속 편한 이야기들이 어느 책에서도 다루지 못한 주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타인 먼저 생각하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관찰자로써 실버 아파트 주민들을 관찰해왔다지만 작가님 스스로의 노년의 마음 준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대리 경험한 기분이 들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내가 노인이 된다면, 혹은 내가 실버 아파트의 입주민이 된다면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생각해 보게 되었고, 죽음을 기다리는 노년이 아닌 새로운 경험이 계속되는 시간이자 누군가에게 짐이 아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까지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던져진 숙제라고 생각이 든다. 언제나 젊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게 다가올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해 누구나 처음은 초보 노인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