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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 원정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1월
평점 :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의 최초의 역사서라고 할 만한 위대한 저술.
갈리아 땅에서 로마 군이 겪었던 온갖 고생들을 읽으니, 옛 사람들이 정복 전쟁을 영웅적인 업적으로 본 이유를 알겠다. 1년에 한 권씩 지난해의 전투 경과가 출판될 때마다 기뻐하며 신간 <갈리아 전기>를 열독했을 로마 독자들을 떠올리면 카이사르의 인기가 이해된다.
외교와 정치 상황의 변화, 전투의 진행, 갈리아와 게르마니아의 풍습, 여러 부족들과 접하는 로마인들의 태도가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카이사르의 간결하고 우아한 문체와 냉철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죽기 전에 일부만이라도 원어로 읽어보고 싶다.
역자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 중 '도륙하다'와 '팔팔한'의 적절성에 의문이 든다. 더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한국어 단어는 없을까.
갈리아는 전체가 세 지역으로 나뉜다. 그중 한 지역에는 벨가이족이, 다른 지역에는 아퀴타니족이, 세 번째 지역에는 그들 자신의 말로는 켈타이족이라 부리지만 우리 말로는 갈리족이라고 부르는 자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말과 관습과 법이 모두 다르다. 갈리족은 가룸나 강을 경계로 아퀴타니족과, 나트로나 강과 세콰나 강을 경계로 벨가이족과 떨어져 있다. 이 세 부족 가운데 벨가이족이 가장 용감하다. 그들은 로마 屬州의 문명과 문화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사람의 마음을 유약하게 만드는 사치품을 수입하는 상인들이 그들을 찾아가는 경우가 극히 드문 데다, 레누스 강 건너편에 사는 게르마니족과 가장 가까이 접해 있어 이들과 늘 교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갈리족 중에는 헬베티이족이 가장 용감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에서 게르마니족을 물리치거나 또는 적의 영토로 쳐들어가 거의 날마다 게르마니족과 교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1-1) - P22
적군은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소리 지르며 사비누스의 진지로 진격해야 한다고 했다. 갈리족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으니, 최근에 사비누스가 싸우기를 망설였다는 점, 탈영병이 그들의 짐작을 확인해주는 말을 했다는 점, 베네티족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사람은 대개 자기가 바라는 것을 믿는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3-18) - P104
그리하여 사비누스가 해전에서 카이사르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바로 그 시각에 카이사르도 사비누스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반기를 들었던 모든 부족이 즉시 티투리우스 사비누스에게 항복했다. 갈리족은 성질이 급해서 덜렁 전쟁부터 일으키고 보지만 성품이 유약해서 패배를 꿋꿋하게 참고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3-19) - P105
이 사건을 보고받은 카이사르는 갈리족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염려스러웠다. 그들은 서둘러 결정을 내리고 언제나 정치적 변혁을 열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믿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갈리족은 나그네를 보면 싫다고 해도 붙들고는 각각의 나그네가 이런저런 일에 관해 들었거나 알고 있는 것을 물어보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군중이 상인들을 에워싸고는 그들이 어디를 거쳐왔으며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도록 강요하곤 한다. 그들은 종종 그런 이야기와 풍문을 믿고 중대 사안을 결정했다가 금세 후회하곤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맹신하는 데다 대부분의 정보 제공자가 그들의 구미에 맞는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4-5) - P117
브리탄니아인들이 전차를 타고 싸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먼저 전차를 타고 사방을 쏘다니며 날아다니는 무기를 투척했는데, 대개 말들의 위협적인 모습과 요란한 바퀴 소리만으로도 적군의 대열을 능히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 다음 기병 부대들 사이로 들어가서는 전차에서 뛰어내려 보병으로 싸운다. 그 사이 마부들은 싸움터에서 조금 물러나 주인들이 적군에게 고전할 경우 자기들 곁으로 재빨리 물러날 수 있도록 전차들을 세워둔다. 그렇게 그들은 전투에서 기병대의 기동성과 보병 부대의 안정성을 결합시킨다. 날마다 반복되는 훈련과 습관 덕분에 그들은 경사진 가파른 지형에서도 전속력으로 말을 달릴 수 있고, 번개같이 말을 세우고는 방향을 틀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차의 채 주위를 돌아다닐 수 있고, 멍에 위에 서 있다가 거기서 재빨리 도로 전차 안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 (5-33) - P135
모든 함대가 정오경 브리탄니아에 도착했으나 그 지역에 적군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나중에 포로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다수의 적군이 그곳에 집결해 있었으나 로마군 함선이 많은 것을 보고 겁에 질려 해안을 떠나 고지에 숨었다고 했다. 지난번에 건조된 함선들과 일부 개인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건조하게 한 개인 소유 함선들을 포함하여 8백 척 이상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5-8) - P146
그쪽에 히베르니아가 있는데 어림잡아 브리탄니아 크기의 절반쯤 되며, 브리탄니아가 갈리아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브리탄니아에서 떨어져 있다. 그 중간에 모나라는 섬이 있다. 그 근처에는 더 작은 섬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데, 몇몇 작가들에 따르면 그 섬들에서는 동지 때 밤이 한 달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우리가 탐문해봐도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물시계로 정확히 계측해본 결과 그곳은 밤이 대륙보다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5-13) - P149
이 군단에는 티투스 풀로와 루키우스 보레누스라는 용맹무쌍한 백인대장 두 명이 있었는데, 둘 다 수석 백인대장이 두 명 있었는데, 둘 다 수석 백인대장으로의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누가 더 훌륭한 전사인가를 놓고 늘 다투었고, 주요 보직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중략) 두 사람은 적군을 여러 명 죽이고 무사히 보루 안으로 돌아와 크게 갈채를 받았다. 이렇듯 두 사람의 경쟁과 싸움에는 행운이 따라 두 사람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돕고 서로 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둘 중 누가 더 용감한지는 결판날 수 없었다. (5-44) - P168
누군가 먼저 적대행위를 시작했다는 사실에 야만족은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태도가 일변하자 카이사르는 거의 모든 부족의 충성심을 의심했다. 아이두이족과 레미족만은 예외였다. (중략) 하지만 갈리족의 그런 태도 변화는 그다지 놀랄 일이 못 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주된 이유는 전장에서 어느 종족 못지않게 용맹을 떨치던 갈리족이 이제는 거런 명성을 잃고 로마 국민의 통치에 복종하게 된 것에 몹시 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54) - P176
드루이데스들의 교리는 브리탄니아에서 생겨나 그곳에서 갈리아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그들의 교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자들은 그것을 배우려고 대개 브리탄니아로 건너가곤 한다. (6-13) - P192
갈리족은 모두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중병에 걸렸거나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은 인신을 제물로 바치거나 바치겠다고 서약하고는 드루이데스들이 그 제사를 주관하게 한다. 그들은 한 사람의 목숨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불사신들의 노여움을 달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들은 부족의 이름으로도 그런 제사를 지낸다. 그들 중 더러는 거대한 신상을 이용하여 그 신상의 버들가지로 엮은 사지를 산 사람들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나서 아래쪽에 불을 지르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화염에 휩싸여 죽는다. 그들은 현장에서 잡힌 절도나 강도나 그 밖의 다른 범죄자를 제물로 바치면 불사신들이 더 좋아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범죄자들이 없으면 그들은 죄가 없는 사람들조차 서슴지 않고 제물로 바친다. (6-16) - P194
게르마니족의 관습은 갈리족과는 아주 다르다. 그들은 종교적 업무를 주관할 드루이데스들도 없고 제사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이 신으로 여기는 것은 태양신, 불의 신, 달의 여신처럼 뭄으로 볼 수 있고 확실히 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들뿐이다. 다른 신들에 관해서 그들은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 그들은 사냥과 전쟁으로 평생을 보내며, 어려서부터 힘든 일과 지구력을 몸에 익힌다. 그들 사이에서는 동정을 가장 오래 지킨 자가 칭찬받는다. 그렇게 하면 더러는 키가 더 큰다고 믿기도 하고, 더러는 체력과 근육이 더 강해진다고 믿기도 한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여자와 교합하는 것을 그들은 큰 수치로 여긴다. 하지만 그들은 성의 문제를 숨기려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남자와 여자는 강에서 함께 목욕하고, 짐승 가죽이나 짧은 모피 옷만 입고 다녀 신체가 대부분 노출되기 때문이다. (6-21) - P196
세상만사에는, 그 중에서도 특히 전쟁에는 運이 중요하다. 바실루스가 방심하고 아무 준비도 않고 있던 암비오릭스를 마주친 것도, 사람들이 그가 도착했다는 소문이나 보고를 듣기도 전에 그가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도 순전히 운이었다. 마찬가지로 암비오릭스가 무구를 모두 빼앗기고 전차와 군마도 노획당했지만 그 자신은 죽음에서 벗어난 것도 운이었다. 갈리족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개 숲가나 강가에 집을 짓는데, 마찬가지로 그자의 집도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그자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자의 친구와 동료들이 좁은 숲길에서 로마군 기병대의 공격을 잠시 막아내자, 그들이 싸우는 사이 그자의 부하 가운데 한 명이 그자를 말에 태웠고, 도망치는 그자를 숲이 가려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암비오릭스를 위험에 빠뜨린 것도, 암비오릭스가 도주하게 해준 것도 운이었다. (6-30) - P202
이 연설은 갈리족에게 듣기 싫지 않았으니, 무엇보다도 베르킹게토릭스가 그런 패배를 당하고도 낙담하여 숨거나 군중의 눈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보기에 그는 선견지명과 예지가 있는 듯했다. 아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그가 처음에는 아바리쿰을 불태우자고 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장군들은 이번 패배로 위신이 떨어진 데 반해, 그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날로 영향력이 커졌다. (7-30)
- P234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카이사르가 전장에서 늘 입고 다니던 진홍색 외투를 보자 적군은 그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적군은 자신들이 서 있던 고지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사면을 따라 기병대와 대대들이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을 보자 공격을 개시했다. 양쪽에서 함성이 일자, 그에 화답하듯 방책과 방어시설들에서도 함성이 일었다. 아군 병사들은 창을 던져버리고 검으로 싸웠다. 갑자기 배후에 아군 기병대가 나타나고 더 많은 대대가 앞에서 다가오자 적군은 등을 돌려 도주했다. 그러자 아군 기병대가 추격하여 도주한ㄴ 적군을 도륙했다. 레모비케스족의 지도자이자 지휘관인 세둘리우스는 살해되고, 아르베르니족인 베르캇시벨라우누스는 도주하다가 생포되었으며, 74개의 군기가 카이사르 앞으로 보내졌다. 그 많던 군사들 가운데 무사히 진지로 돌아간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7-88) - P275
이튿날 베르킹게토릭스는 회의를 소집해놓고 자기는 이번에 사리사욕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유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운명에는 누구나 굴복해야 하는 만큼 로마군에게 보상하기 위해 자기를 죽이든 아니면 산 채로 넘겨주든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그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도록 카이사르에게 사절단을 파견하자, 그는 무기를 넘기고 주동자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그가 진지 앞 보루 안에 자리 잡고 앉자, 그곳으로 주동자들이 인도되었다. 베르킹게토릭스가 인계되고, 무기들이 땅에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아이두이족과 아르베니족의 충성심을 되찾는 데 이용하려고 이들 부족의 포로들은 따로 제쳐두고, 나머지 포로는 모든 병사에게 각각 한 명씩 전리품으로 나눠주었다. (7-89) - P276
(인용자 주: 8권을 덧붙여 쓴 히르티우스가 발부스에게 보낸 머리말) 다른 작가들이 아무리 공들여 문장을 다듬어도 카이사르 수기들의 우아한 문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오. 그의 수기들은 그런 중대 사건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저술되었지만, 만인에게 칭찬받음으로써 미래의 역사가들은 그의 업적에 관해 기술할 기회를 얻었다기보다 오히려 잃은 것 같소. 그렇지만 우리가 그의 글재주에 남들보다 더 찬탄해 마지않는 이유는, 남들은 그가 얼마나 실수 없이 잘 저술했는지는 알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쉽게 빨리 수기들을 완성했는지 알기 때문이오. 카이사르는 유창하고 세련되게 글을 쓸 줄 알뿐더러 자신의 의도를 더없이 정확하게 표현하는 남다른 재능이 있소. (8-1)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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