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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뻔뻔한 오사카 유람기
사석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마흔을 바라보는 평범한 아빠가 평범한 엄마랑 초등학생 아이 둘을 데리고 일주일동안 여행을 간다. 평범한 관광 코스를 돌아 보는 평범한 여행자 답게 사진을 잔뜩 찍었다. 그리고 거기에 평범한 기행문을 덧붙였다. 아이들 이야기와 아이들 사진이 유난히 많은데(호텔방에서 파자마 입고 뒹굴거리는 사진까지 있다!), 특히 아빠랑 붕어빵인 딸아이에 대한 사랑이 팍팍 느껴졌다. 그야말로 보통의 아저씨라는 느낌. 두 시간만에 다 읽었는데, 감동적이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초등학생 애들을 데리고 오사카에 가려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런 평범한 얘기가 어떻게 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서 알라딘에서 '사석원'을 쳐 보니 꽤 많은 책이 뜬다. 대부분은 삽화를 그린 동화책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도 예쁜 그림들이 많았다. 명화는 못 되더라도 다정하고 느낌이 좋다. 그림책 외에 여행기를 두 권 냈는데, 대폿집 순례기는 반응이 좋고 쿠바 여행기는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었다. 그럴 만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이 작가, 좋게 말하면 소탈하고 나쁘게 말하면 저속하다. '아저씨' 수준이되 '작가' 수준은 아니다. 쿠바 수준은 아니고 대폿집 수준이다. '수준' 운운에 저자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다. 대폿집이 상징하는 80년대스러운 풋풋함은 이 메마른 시대에는 인간적 매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작가'가 될 수 없다.
고상한 척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떠오르는 말을 마구 늘어놓기 전에 생각을 좀 하라는 얘기다. 이 책에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한 흔적이 없다. 자신의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느낌. 책의 제목처럼 명랑 뻔뻔하다.
솔직한 것도 좋다. 편견과 증오심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동양화를 곁들인 여행기"에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