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만 스탈. perky 님;;;

 

 

 

 

 맨날 까먹다가 드디어.

 

 

 

 

 

 

 

미하엘 엔데. 사실 내 서재이름이 neverendingstory 다. 쿠폰도 주니, 어디 한번

 사실 내 전공이다. 간만에 한번.

 

 

 

 오- 안 살 수 없지!

 

 

 

 

 발터 벤야민의 책도 하나 슬쩍.

 

 

 

 

 아이용이라는게 좀 걸리긴 하지만 .

 

 

 

 오랜동안 보관함에 있었다.

 슬슬 사주자.

 

 

 가격때문에 조금 고민. 실물을 좀 봐야겠는데;;

 

 

 

 

이럴수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을 넣으려는데, 책넣기가 안된다. 책 그만사라는 신밧드님의 계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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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1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내가 올린건데, 수정도 삭제도 안된다. 덴장!

하이드 2005-04-15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추천은 된다

울보 2005-04-1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그러네,,
내 쪽에는 이것이 사라졌던데..
사세요,,,,
저도 자유의 감옥에 눈독들이고 있습니다,,저도 강추하고가지요,,,

하이드 2005-04-15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안 주무시고. 또 서재나들이 하시는겁니까? ^^
음. 지르지요!

울보 2005-04-15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마이페이퍼에 들어가면 작성자란에 님의 이름은 사라지고..
"책 사겠다는데 누가 뭐래"만 떠요....재미있지요..

하이드 2005-04-1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러게요 ^^;;;

perky 2005-04-1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하일엔데 책들 괜찮나요? 아직 한권도 안읽어봤는데 끌리네요. ^^; 그리고 잘 지르셨어요. ^^

하이드 2005-04-1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안 읽어 봤어요. 근데, 어제 알라딘 오류나는 바람에 주문도 못했다지요. -_-a

panda78 2005-04-1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하엘 엔데 책들은 후회하지 않으실 듯.. ^^
끝없는 이야기는 초5- 중2까지 제게 있어 최고의 책이었답니다. ^^
 

Adolph Menzel
(1815-1905):
Das Balkonzimmer, 1845, Öl auf Pappe, 58 x 47 cm

서문

모든 감각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 여름철, 우리는 침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난다. 망사 커튼에 비쳐든 햇빛이 물결무늬를 만들어내고, 빛을 받은 커튼은 바르르 떠는 듯 보인다. 겨울철, 침실 창유리에 새빨간 빛이 뿌려지면 사람들은 동 트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잠결에도 그 소리를 알아듣고 절망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서 종이에 올빼미나 다른 육식동물을 그려 창문에 붙인 다음, 주방으로 가서 향기로우면서도 조금 씁쓸한 커피를 끓이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면 한두 가지 감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 뿐이다. 감각이라는 레이더망을 통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현미경, 청진기, 로봇, 위성, 보청기, 안경 등의 도움을 받아 감각을 확대시킬 수 있지만, 감각을 넘어서는 법은 알지 못한다.

감각은 의식의 경계를 규정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났으므로, 우리는 바람 몰아치는 감각의 경계를 거닐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마약을 하고, 서커스를 구경하고, 정글을 탐사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황홀한 향수를 구입하고, 진귀한 요리에 거액을 지불하고, 새로운 미각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 ( 중략)...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 하는데, 머리는 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최신 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은 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과 효소를 따라 몸 전체를 여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감촉, 맛, 냄새, 소리, 빛이라는 복잡한 경이로움을 분주히 인식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다. 그리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그 범위와 평가는 어떤지, 감각과 관련된 민속과 과학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감각 관련 언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또한 다른 감각적인 인간들을 기쁘게 해주고(내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덜 감각적인 마음들도 잠시 쉬면서 감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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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1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맘에 드는 서문입니다!

하이드 2005-04-1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아돌프 맨첼의 '마리엔 가의 창에서 본 풍경'이라는 그림이 옆에 있는데, 오오 이그림이 훨씬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릴케 현상 2005-04-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자명종소리에 비몽사몽 일어나지 않나요^^ 웬 망사 커튼... 받아쓴 정성에 추천 한 표

하이드 2005-04-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제 로망을 깨지 말아주세요. 자명종소리에 불끈화내며 일어나서 때리듯 끄고, 다시 자고, 개가 밥달라고 막 제위를 밟고 다녀야, 그제야 끙 하며 일어난답니다. -_-a 저도 침실 창문의 따사로운 아침햇살과 더불어 아침새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에 또 사랑하는 이가 가져다주는 모닝커피 ///ㅂ/// 냄새와 뽀뽀로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구요.

BRINY 2005-04-1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무척 맘에 듭니다. 저 방의 안보이는 구석의 안락의자에 편히 기대앉아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열림원 이삭줍기 13
실비나 오캄포 지음, 김현균 옮김 / 열림원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반정도나 읽고 나서야 그녀의 주파수에 힘겹게 '나'를 그럭저럭이나마 맞출 수 있었다. 나의 조울증과는 또다른 타입의 조울증을 앓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그녀의 책은 왠지 작가가 피눈물을 혹은 검고 끈적끈적한 눈물을 질질 흘리며 무섭게 써내려갔을 것 같다. 결코 담담하지 않다.

그녀 마음 속의 폭풍을 문틈으로 살짝 엿보았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무섭다. 희망이나 애원, 원망, 기대도 없고 자기파괴만이 있을뿐이다. 귀를 막고 소리치지만 남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전혀. 과연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여덟개의 짧고 긴 단편들로 이루어진 오캄포의 소설은 그렇게 그렇게 전혀 이해불가에서 갑자기 찌르는듯 깊고 둔중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이 책 섣불리 추천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칼비노를 비롯한 많은 라틴 작가들의 존경과 칭송의 대상이 되었다. 독특한 환상문학 패러다임을 구축한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보르헤스는 '이해할 수 없는' 잔혹성을 오캄포 문학의 특징이라고 했으며 아르헨티나의 국가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그녀의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잔인하다' 는 극단적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녀의 단편들이 '이해할 수 없고' '지나치게 잔인한' 것은 그녀가 파괴하는 것이 그녀가 잔혹하게 뭉게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나는 더 잔인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같은 말을 막연하게 바꿔가며 반복하곤 했지.(...) 그녀의 집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는 그녀의 가족들에게 그녀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털어놓았지. 나는 홍당무가 된 그녀의 얼굴을 비웃으며 창피를 주었어. 그런 비밀들이 벗겨지고 나니 그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나는 잠자코 냉정하게 그녀의 욕설을 들었고, 해명을 요구하며 내 앞으로 보낸 그녀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어.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감쌌어. 나는 아버지를 자극해 아버지의 입에서 용서하지 못할 상소리가 튀어나오게 했어. (...) 직장문제로 겪었던 우여곡절은 얘기하지 않을게. 이제 곧 당신 귀에도 소문이 들어갈 거야.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게 되었어. L.S. 는 나를 집에 들이는 것도 꺼려했지.

나는 사흘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었어.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고 나를 찾는 사람도 없었어. 마침내 해방의 순간이 찾아온 거야. 아무 죄책감 없이 목숨을 끊을 수 있었어.  - 연속中-

'속죄'에서는 너무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는 카나리아를 잘 다루고 소심하나 긍정적이고 무엇보다도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다. 아내도 그런 남자를 사랑한다. 그들의 이웃이 아내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아내도 남자도 다 눈치챌정도로 노골적이다. 남자는 그 이웃과 친해진다. 그리고 성격이 변한다. 한번 . 그리고 또 한번. 남자의 사랑의 결말은 슬프고 끔찍하다.

진한 감정의 파편들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이 단편들. 그녀를 이해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중의 하나다. 이 책. 섣불리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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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4-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입글 읽어봤을땐 상당히 끌리는데요? 술술 읽히는 것이 번역도 깔끔하게 된것 같구..기회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 (아, 나는야 갈대.)

하이드 2005-04-1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두요.
 

작년부터 리뷰를 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누구나 인정하기는 힘든 '책의 질'보다는 물량주의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한달에 몇권씩 읽었는지 리스트 업을 하기 시작한 작년 8월은 알라딘을 시작한 작년8월이고, 미스테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작년 8월이다.

리뷰를 쓰면서 책의 내용을 한번 더 돌아보고, 월말에 리스트업 하면서 또 한번 생각해보고 그러면서 소화를 시킨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상하를 읽는 것과 에쿠니 가오리( 이름 맞나? -_-a) 의 책 한 권읽는 것을 같이 카운트 한다는 것이 공평치 않다는데서 물량주의의 문제점은 드러나지만, 애써 외면하며 한달에 스무권, 스물한권. 그런식으로 권수를 헤아리는 것이다. 근데 나는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거의 안 읽으므로 한달에 한두권씩 읽는 그림책( 30분이면 읽는) 을 요주의하여야 할것이긴 하다. 한번은 그림책은 0.5권 혹은 0.2권으로 카운트를 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10분이면 읽는 그림책이라고 해서, 그림 그린 사람들이 도스토예프스키만큼 고민 안했을리도 없고, 10분만에 술술 그려냈을리도 없다 싶어서 여전히 한권으로 카운트를 해야지 고민한다.

2004년 리스트는 숨어버렸고, 2005년의 리스트를 보면, 매달 초 1-10일은 하루나 이틀에 한권씩의 리뷰가 꾸준히 올라오고 중순에는 2-3일에 한번 올라올까말까 하면서 점점 뜨문뜨문해서 결국 30일에 20여권의 리뷰가 올라가게 된다.

'권수'에 집착하고 '장르'에 집착하는 무엇이 선인지를 망각한듯한 나의 이 집요한 독서 버릇은 미스테리 소설 많이 읽을때는 반 이상은 타장르의 소설을 읽자.가 모토였고, 리뷰의 카테고리를 국가별로 나눈 다음에는 카테고리별로 독서를 하자. 가 모토였던적도 있다. 그러나 모토는 모토에 머무를뿐.

내맘대로 끌리는대로 읽는다. 다만 섣불리 잡으면 이달의 리뷰는 다 종칠것 같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며칠째 들었다 놨다 하고 있고, '빈서판' 역시 표지를 펼쳤다 말았다 하고 있다는거.

한달에 삼십권 이상 읽지 않기. 따위를 목표로 잡아서 삼십권을 3주안에 읽으면 나머지 한주동안 느긋하게 시간걸리는 독서를 할 수 있을래나.

으으으 이 말도 안되는 집착에서 벗어나기란 서재의 달인 5000원적립금에 집착하지 않기보다 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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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권... 허걱...

울보 2005-04-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대단해요..

울보 2005-04-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912783

하이드 2005-04-11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목표는 백권은 못잡겠습니까만.^^;;; 한달에 정작 읽는건 이십권 정도라구요. 술술 잘 넘어가는 책도 다 포함해서요. ^^

날개 2005-04-1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얘기하든, 하이드님이 독서광인건 부인할 수가 없어요..^^ 대단해요~~!

Phantomlady 2005-04-1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권이라 흠흠.. 나도 할리퀸 로맨스까지 포함하면 그리 될 거 같다마는.. -_-;

perky 2005-04-12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치를 들었다놨다 하고 계신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조금만 더 읽어보면 정말 재밌으실 거예요. 아가페적 사랑 이야기에요. ^^ (그의 4대 장편중엔 가장 읽기 쉬웠던 책이었어요,저에게는.)
사실, 저는 일년에 100권 이상 읽기. 같은 목표 안세운지 오래됐어요. 한때 그런 목표 많이 세웠었는데, 그러고나면 두꺼운 책들을 잘 안읽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자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질 좋은 책들만 읽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암튼 하이드님 정말 대단하세요. 꾸준히 읽으시는 독서열과 계속적으로 구입하시는 많은 책들, 여러장르의 책들을 골고루 읽으시는 모습..언제나 존경할만 합니다. ^^

하이드 2005-04-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perky님 소설읽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보시면 제 독서리스트는 꽝일껄요? ^^a 아,저도 빨리 물량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snowdrop/ 동생이 빌려오는 열권, 스무권짜리 환타지소설까지 합하면 잘나가는 달은 백권도 읽을껄 ㅋㅋㅋ

하이드 2005-04-1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앙신의 강림 마지막권 봐야하는데;;; 동생이랑 나랑 '앙신의 강림' 이후 모든 환타지가 허접해보이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구.

marine 2005-04-1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저도 한동안 그것 때문에 고민이었어요 제가 한창 독서에 탐닉할 때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매일 두 권에서 세 권까지 읽었다니까요 그러다 보니 복잡하고 어려운 책은 잘 안 읽게 되고, 나중에는 권수 채우기에 급급했답니다 그 때 제 이상향은 다치바나 다카시였죠 ^^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워낙 없어 일 주일에 한 두권 씩 부담없이 읽고 있습니다

하이드 2005-04-1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나님 오래간만이여요! 생각나네요. 나나님 새벽에 일어나서 책 두권씩 막 읽고 그러시던거. 전 마음만 조급하지 그렇게는 못하구요. 여튼 이런 조급증도 한때이길 바래요. ^^
 
 전출처 : moonnight > 잔인했던 나를 후회하며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도너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는 찰리 고든은 서른을 넘은 나이이지만 지능은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엄마와 누이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고 조금이라도 더 영리해지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되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고 친구들도 더 좋아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정말 기적같은 제안이 들어온다. 뇌수술로 그를 천재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SF적인 발상으로, 수술받기를 선택한 찰리가 스스로 쓰는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다. 어린아이의 맞춤법으로 서툴게 써내려가는 글들이 어느 순간부터 어렵고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내용이 되어간다. 그와 함께 찰리의 내부에서 저능아 찰리와 천재 찰리가 분열된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도 오버랩된다. 이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잃어버린 자아에 괴로와하던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실험쥐 앨저넌에게 변화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퇴행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실험대상에서 주체적 실험자로 자리를 바꿔 행한 연구에서 찰리 자신역시 그 과정을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보고서는 서서히 처음의 어린아이와 같은 맞춤법과 내용으로 바뀐다.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무대 이쪽 찰리의 대사가 끝나면 불이 꺼지면서 반대쪽 창문안의 찰리를 비추고.. 이런 상상을 하며 글을 읽었다.

꽤 오래전에 어딘가에서 서평을 읽고서 주문한 책이다. 읽을 책들이 줄을 서 있는 관계로 이제서야 집어들게 되었는데.. 약간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던 느낌과는 달리 근무 틈틈이 읽던 책을 덮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천재가 되면 친구도 더 많이 생길 것이고 더욱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보에서 천재가 된 그를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멀리했다. 예전에 그를 보며 자신의 우월함에 자부심을 느꼈던 사람들은 이제 찰리로 인해 스스로가 오히려 모자란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던 거다.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교수에게 찰리는 절규한다.

 

그렇게 나를 창조해 낸 듯 생각하지 말라고.

바보였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인간이었다고.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국민학생이었을 적, 나의 반에도 찰리 고든 같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코가 묻어있는 얼굴로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리지 못해 가끔은 옷에도 실례를 해서 온 반에 냄새가 풍기기도 했었다. 힐끔거리고 수군거리는 아이들 속에서 항상 무표정한 얼굴의 그애. 당연히 함께 놀아주는 친구가 없어서 그애는 늘 혼자였다. 어느 일요일이었나, 엄마가 친구가 왔다고 해서 나가보니 문앞에 그애가 서 있었다. 나는 당황했고 왜 왔어? 내뱉고는 쑥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참을, 지금 기억으로는 몇 시간을 그 아이는 문앞에 서 있었고 나는 집안에 숨어서 훔쳐보다 그애가 어느 순간 없다는 걸 알고는 안도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도 그애를 무시했고 얼마 후 그 아이는 전학을 갔던가 아니면 학년이 바뀌었던가..

책을 읽으며 난 내내 그 아이를 떠올렸다.

아무에게도, 한 번도 털어놓지 못한 이 이야긴 철들며 내 마음속 한 구석에 늘 어둡고 무거운 기억이었다. 그 아인 어떻게 우리집을 알았을까. 그 아인 왜 나를 찾아왔을까.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걸까.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아이의 마른 몸과 하얀 얼굴. 아무말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던 그 눈은 흐릿한 영상이지만 확연히 남아있다.

나와 다른 사람. 몰개성적이고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당시의 나는 무척이나 어렸고, 그만큼 무지하고, 이기적이고 또 잔인할 수 밖에 없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지금의 내가 과연 더 나은가 생각하면 두렵다. 내가 아무리 착한 척, 좋은 사람인 척 해도 조금 더 사회적으로 포장되었을 뿐 내 안에 든 나는 그 어린 시절, 문앞에 서 있는 아이의 면전에서 등을 돌리고 마는 야멸찬 인간이 아닐까. 나 역시 그 애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란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다. 그 때는. 

번역후기에서, 머리가 좋아진 후 그가 처음 읽은 것이 "로빈슨 크루소"이고 퇴행이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돈키호테"임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천재의 지능을 가지고서 결국 얻은 것이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고독과 모든 것의 덧없음이란 것.

고독한 천재보다 행복한 바보가 낫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난 공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가끔 저렇게 살아서 뭐해. 바보로 살 바에야 첨부터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나았겠는걸. 이라고 말하기 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겠다. 타인을 동정하거나 그들의 인생을 정의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는 걸. 내가 함부로 내뱉는 말 한 마디가 내 무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편견을 보여 줄 뿐이라는 걸.

이 책이 1959년에 처음 씌어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최근까지도 tv며 영화, 연극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건,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겠지. 원제는 <flowers for Algernon>인데..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빵가게 찰리.. >보다는 원제 쪽이 훨씬 더 애틋하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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