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ph Menzel
(1815-1905):
Das Balkonzimmer, 1845, Öl auf Pappe, 58 x 47 cm

서문

모든 감각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 여름철, 우리는 침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난다. 망사 커튼에 비쳐든 햇빛이 물결무늬를 만들어내고, 빛을 받은 커튼은 바르르 떠는 듯 보인다. 겨울철, 침실 창유리에 새빨간 빛이 뿌려지면 사람들은 동 트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잠결에도 그 소리를 알아듣고 절망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서 종이에 올빼미나 다른 육식동물을 그려 창문에 붙인 다음, 주방으로 가서 향기로우면서도 조금 씁쓸한 커피를 끓이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면 한두 가지 감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 뿐이다. 감각이라는 레이더망을 통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현미경, 청진기, 로봇, 위성, 보청기, 안경 등의 도움을 받아 감각을 확대시킬 수 있지만, 감각을 넘어서는 법은 알지 못한다.

감각은 의식의 경계를 규정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났으므로, 우리는 바람 몰아치는 감각의 경계를 거닐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마약을 하고, 서커스를 구경하고, 정글을 탐사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황홀한 향수를 구입하고, 진귀한 요리에 거액을 지불하고, 새로운 미각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 ( 중략)...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 하는데, 머리는 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최신 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은 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과 효소를 따라 몸 전체를 여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감촉, 맛, 냄새, 소리, 빛이라는 복잡한 경이로움을 분주히 인식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다. 그리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그 범위와 평가는 어떤지, 감각과 관련된 민속과 과학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감각 관련 언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또한 다른 감각적인 인간들을 기쁘게 해주고(내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덜 감각적인 마음들도 잠시 쉬면서 감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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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1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맘에 드는 서문입니다!

하이드 2005-04-1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아돌프 맨첼의 '마리엔 가의 창에서 본 풍경'이라는 그림이 옆에 있는데, 오오 이그림이 훨씬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릴케 현상 2005-04-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자명종소리에 비몽사몽 일어나지 않나요^^ 웬 망사 커튼... 받아쓴 정성에 추천 한 표

하이드 2005-04-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제 로망을 깨지 말아주세요. 자명종소리에 불끈화내며 일어나서 때리듯 끄고, 다시 자고, 개가 밥달라고 막 제위를 밟고 다녀야, 그제야 끙 하며 일어난답니다. -_-a 저도 침실 창문의 따사로운 아침햇살과 더불어 아침새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에 또 사랑하는 이가 가져다주는 모닝커피 ///ㅂ/// 냄새와 뽀뽀로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구요.

BRINY 2005-04-1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무척 맘에 듭니다. 저 방의 안보이는 구석의 안락의자에 편히 기대앉아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