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그로밋 > 언젠가 우리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네...
왜 쓰는가?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품절


"자네가 보내 준 글 말인데...." 그가 문득 생각난것처럼 말했다.
"그 글을 읽으면, 언젠가 우리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네. 하루는 길거리에서 웬 낯선 사람이 어머니에게 다가오더니, 사뭇 상냥하고 우아한 어조로 어머니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칭찬했지. 어머니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도 없었고, 머리카락이 다른 부위보다 특히 돋보인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네. 하지만 그 낯선 사람의 칭찬 덕분에 어머니는 그날 온종일 거울 앞에 앉아서 머리를 매만지고 치장하고 감탄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자네 글도 나한테 꼭 그런 역할을 해주었어. 나는 오후 내내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찬탄했다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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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간만에 하루키의 책을 샀다.그의 소설은 엉뚱하고, 진지하고, 허무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의 잡담들이다. 내가 읽고 싶어 하는 것은 '그' 다. 하루키라는 사람을 읽는 것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일상의 여백의 부제는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읽기이다. 작가가 좋아하는 네가지. 여기에 몇가지 더 포함시킨다면 맥주와 재즈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루키의 잡담은 관찰에서 나온다. 자신을 관찰하기, 주변을 관찰하기, 사람을 관찰하기, 고양이를 관찰하기. 등등등.

 범인들보다 약간 더 호기심 많고 약간 더 글 잘 쓸 뿐인 하루키의 책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때 '나도 이정도는 쓰겠다'며 팔걷어붙인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당연히 쉽지 않았고, 하루키만큼 쓰는 작가들도 안나타났으며, 하루키는 여전히 그 이름으로 부동의 베스트셀러이다. 

이제 나이 조금 더 들어서 다시 읽게되었는데, 하루키라는, 근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작가의 여백있는 일상은 많이 부럽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 그의 아내가 찍어준 사진들이 조그맣게 여백을 채우고 있는 이 책은 참 예쁘기도하다.

하루키가 일상에서 건져내는 것들이 나의 지루한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도 활력을 가져다 준다. 하루키의 이책에서 재미를 느꼈던만큼의 여백이 내 일상에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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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몇 년 전 읽은 후 안 읽었는데, 다음에 하루키책을 또 읽게 된다면, 이걸 읽고 싶네요.

poptrash 2005-05-1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소소한 글들, 좋아요. 이 책은 안읽어봤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새 장편 소설은 언제쯤 번역이 될런지.

하이드 2005-05-1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새 장편소설이 있나보죠? 이번에 하루키를 읽고 싶다는 맘이 오랜만에 들어서 그 많은 책들!중에서 열심히 골랐는데, 이 책 아주 맘에 듭니다. '슬픈 외국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2부격인 책이에요. 하루키가 외국생활 하면서 느낀 소소한 점들. 더 정돈되고 더 부럽고 그렇더라구요.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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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포토카피.


포토카피는 '복사하다' 는 뜻이다. 존 버거는 이 책에서 사람을, 순간을, 의미를 복사하듯 글로 옮긴다. 이 책은 존 버거의 또 다른 책인 '본다는 것의 의미' 나 '말하기의 다른 방법'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에 연장되는 멋진 책이다.


존 버거 책의 매력은 항상 군더더기가 없고 가장 적절한 시간에 가장 적절한 단어로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첫느낌은 조금 달랐다. 비유적인 표현도 많고 최대한 자세히 상황을 묘사하려는 듯 보였다. 이질감을 느끼며 책장을 여러장 넘기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포토카피.

존 버거는 '보는 것은 말하는 것에 선행한다' 고 말해왔다. 말하는 것의 다른 방법. 말 하는 것의 덧없음 혹은 그 뒤의 말해지지 않은 빙산의 드러나지 않은 나머지 부분과도 같은 부분들에 대해 얘기해 왔는데, 이건 또 다른 그의 '말하기(표현하기) ' 위한 시도이구나 싶었다.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영어권 미술 평론가이기도 한 예사롭지 않은 관찰력과 심미안의 소유자인 존 버거가 만나서 포토카피하는 인물들 한명 한명에 대한 묘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에서 일견 가장 쉬워보이는 '묘사' 에서, 3-4장을 채 넘어가지 않는 짧은 순간의 묘사에서 삶과 삶의 의미를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존 버거의 눈을 빌려서.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시작했던 이 책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존버거의 책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 되어 마음에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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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05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ㅜㅜ 생각 안나. 그분이 가셨어요.
알라딘은 날라간 내 리뷰를 백업해내라. 해내라.

하루(春) 2005-05-05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하지 마세요. 대신 추천해 드리죠. 좋은 책인 것 같군요.

하이드 2005-05-0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하루님. ㅜㅜ 네. 정말 좋은 책이에요. 존 버거 시작할때 처음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딸기 2005-05-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입니다.

하이드 2005-05-0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딸기님!!

돌바람 2005-05-1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표지 사진이 주는 끌어당기는 힘에 비해 내용은 좀... 사진이 더 있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원서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존 버거의 책은 사진과 이야기를 함께 읽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말하기의 다른 방법', '제7의 인간',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는 제겐 잊을 수 없는 책이지요. 듀안 마이클과는 다른 사진의 정적인 세계, 이야기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으니까요.

하이드 2005-05-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표지를 제대로 안 봤군요. 알라딘의 이미지로는 제대로 안 보이니 집에가서 봐야겠지만요 ^^ 저는 개인적으로 존 버거의 책들중 이런 책들이 좋아요. 장 모로(이름 맞게 썼나요? -_-a) 의 사진이 들어간 책들은 그 나름으로 좋고, 그림과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도 좋지만, 글로써 그림을 그리고 글로써 사진을 찍는 존 버거의 책들(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과 이 책 열화당에서 나왔는데, 같은 사이즈의 굉장히 정적이면서 무한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에요.) 보면 경외감이 들정도랍니다. '결혼을 향하여'란 소설도 사 놓고 있는데, 어떨지 궁금해요. '제 7의 인간'은 얼마전에 포켓의 형태) 와 함께 샀는데, 역시 기대됩니다.

비로그인 2007-10-1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진 책이예요. 원서로 사들여 그의 말을 그대로 듣고싶어요. 님이 사신게 있음 보고싶어요

유부만두 2015-03-27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 읽어싶어요, 했더니
북플이 하이드님 10년전 리뷰를 추천!

하이드 2015-03-27 08:32   좋아요 0 | URL
와.. 십년전의 제 리뷰군요! 으아아아..
 

어서 쓰자 10시쿠폰!

열시에는 쿠폰 받는걸 까먹고,

밤에는 쿠폰 쓰는걸 까먹고, 그러고 며칠이다. 이눔의 건망증 같으니라구.

사야할 책은

 두둥

 

 

 

  역시 같은 작가의 라틴 아메리카 소설의 이해

 

 

 

오늘 잔뜩 도착해서 좀 쉬었다 사고 싶긴 하지만,

... 방금 책장정리를 시작했다. 좀 ... 사도 되지 않을까?

 카레를 좋아하는 선수가 나오는 일본소설이라.

 

 

 

 음. 일단 풍월당을 읽어야 겠지만, 생각난김에, 상품권 받은김에

 

 

 

 무엇보다도 이 책이 너무 사고 싶다.

 

 

 

 

 그렇게 재미있다고들 하시니.

 

 

 

 

 영혼의 마법사는 무슨 내용일지 짐작도 안감.

 

 

 

 

 살까말까 고민인데, 가뜩이나 머리나쁘고 아는거 없는데, 번역의 문맥마저 안 맞는다면 안 읽느니만 못할 것 같아서 계속 고민중 -_-a

 

 

 

 두 개 중에 한 개만. 아마도 계속 미루어오던 '일상예찬'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눈에 들어 온 '라파엘전파'를 사지 싶다.

 

 

 

 

 

 

 

헥헥 오늘은 여기까지.  -0-

알라딘상품권리뉴얼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상품권이 50,000원이다.

안받은척 하고 호크니의 책 지른다. 흠흠 .

근데, 그걸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기뻐할 수 만은 없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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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5-0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 하이드님 아니면 저도 깜빡할뻔 했어요...

울보 2005-05-0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하이드님이시다,,,

하이드 2005-05-0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껀 역시 주문 못했어요 -_-+
11시 59분이었는데 우어어어어어

실비 2005-05-0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당첨 되셨군여. 축하드려염~ 저 책들 우와... 많다.^^

panda78 2005-05-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아- 또 책을 한아름! ^ㅁ^

명화의 비밀은 몇 년 동안 별렀더니 이제는 욕심도 안 나는군요. ㅎㅎ

일상예찬이랑 라파엘전파는 다 빌려서 읽었는데
두 책 다 좋았어요. 다만 라파엘전파에 있는 그림들이 훨씬 화사하긴 하더군요. ^^;;

하이드 2005-05-0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명화의 비밀. 오늘 진중권 책 읽다가 카메라 옵스쿠라 읽으면서, 어, 이거이거 호크니, 호크니! 혼자서 발광하는데, 몇장 넘기니 아니나 다를까 나오더군요. 다른 더 사고 싶은 책 생기기전에 책 닫고 당장 샀습니다. ㅎㅎㅎ

로드무비 2005-05-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00원, 2500원 티켓의 농간에 우리가 너무 놀아나는 것 같아요.^^;;

하이드 2005-05-0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yes24는 4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2000원 주는데 =+=
 
월든 - 포켓북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5년 2월
품절


내가 숲으로 간 것은, 깊은 사고에 따라 살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시하고 인생이 가르쳐 주는 것을 내가 배울 수 있을 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며, 죽음에 직면해서야 자신이 살아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꼴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또한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서는 체념하는 것도 싫었다. 나는 깊이있는 삶을 살며 인생의 정수를 철저하게 들이마시고, 스파르라 인처럼 인생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모두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늠름하게 살며, 폭넓게 그리고 뿌리까지 풀을 베어버려, 생황을 구석까지 몰고가서, 최저의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만약 인생이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개의치않고 그 참된 하찮음을 통째로 손에 넣어 그것을 세상에 공표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168쪽

어느날, 나는 우연히 무지개의 한쪽 끝에 서 있었다. 무지개는 대기의 낮은 부분에 가득 넘쳐서 주위 초목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색이 들어간 수정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는 긋한 신비함을 느꼈다. 그것은 무지개빛의 호수엾으며, 그속에서 나는 한동안 돌고래처럼 생활을 했다. 만약 무지개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면, 내일과 생활도 및으로 채색되었을지도 모른다. 철도의 둑길을 걷고 있을때, 나는 종종 내그림자 주위로 빛의 띠가 생겨나는 것을 보고 이를 신비하게 여기며, 나는 틀림없이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곤 했었다.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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