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것부터 이야기할까. 세노 갓파라는 이름은 저자의 이름이다.(실명인지는 모르겠으나, 만화이름 같기도 하고, 요괴이름 같기도 한 머리에 쏙 들어오는 이름임에는 분명) 그는 그래픽을 전공하고, 독학으로 무대미술가가 되어 지금은 그 분야의 거장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과 같은 독특한 세밀화와 간결한 문체의 에세이스트로도 유명하다. 

서점에서 처음 봤을때, 강렬한 컬러와 표지의 세밀화, 길쭉한 판형이 눈에 확 들어온다. 길쭉한 판형의 책이 눈에는 띄어도, 보통은 읽기 불편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종이는 얄팍하니 넘기는 맛이 있으며, 겉표지는 하드커버로 책을 받치고 읽을때 중심을 잡아준다. 중간중간 세밀화가 많고, 한장에 걸친 그림도 많은데, 책이 잘 넘어가고, 잘 펴져줘서, 읽는데 편했다. 사소하지만,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 아니겠는가. 저자가 해외출판에 까다롭다고 하는데, 그런 저자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보았다.  

이 책은 '인도'에 대한 책이다.
보통 여행서라하면, 실질적인'정보'를 얻거나, 역사 , 정치, 문화적 배경을 공부하거나, 현지의 느낌을 잘 전해주는 생생한 글을 보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여행서는 여행서 꽤나 보는 나로서도 본 적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은 내가 한 권의 여행서에서 기대하지 않는 여러가지를 다 담고 있다. 이 책이 20년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그 곳이 '인도'여서 더 그렇겠지만, 여전히 생생하며, 여행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책에 나오는 글의 80% 정도는 문화와 역사적 배경, 유적지에 대한 글이다. 이를테면, '18세기 중반까지 이 지방을 지배하고 있던 와디야르 왕가는 가신이었던 하이드라 알리에 의해 무너지고 왕권을 빼앗겨 버렸다. 알리의 자식인 티푸 술탄이란 남자도 용맹하고 정치력이 있었던지, 광대한 요새도시를 세우고 점점 영토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강대한 이웃 나라 하이드라바드와 마라타와의 전투에다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신화적 배경과 건축에 대한 글들은 이전 앙코르와트에 갔을 때 힌두신화와 건축에 대한 글들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어, 비교적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위와 같은 글들이 80%라면, 읽어내기 힘들까 생각들지도 모른다. 나머지 10%는 현지인들과 '모든 다양함이 혼재되는 그것이 인도다'로 함축되는 인도에 대한 이야기.나머지 10%를 유머섞인 자학 정도로 보면 되는데, 이 것들이 적절히 분배되어, 꽤나 단숨에 재미나게 읽어 버렸다. 매 페이지에 나오는 세밀화를 보는 것 역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고 말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나의 '가고 싶은 나라' 리스트 저 아래에 '인도'와 '중국'이 있다. 힘들고, 불편하고, 더럽고, 위험할 것 같아서인데.. 이 책을 읽으니, '조금'은 가고 싶어졌다.  

* 마하자라는 '왕'

이런 정도의 세밀화를 앞에 두게 되면, 나같은 덤벙이는 십자수 이불을 앞에 둔 기분이 되어 버리고 말아 땀이 삐질삐질 난다.
저자의 세밀화에 대한 강박은 대단하여, 창문 하나하나까지도 그대로 그려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세노 갓파는 자신이 묶는 호텔방 역시 세밀화로 그리는데, 가격, 방번호, 온도 등의 정보는 물론이고, 방에 있는 세세한 소품까지도 빼놓지 않고 꼼꼼히 그려낸다. 흑백인점을 감안하여, 색상까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적어주고 있다.
그의 그림은 여행지에서도 인기가 좋아, 거리의 예술가로 치켜세워지는가 하면, 방값을 디스카운트 받기도 하고, 방이 없어도, 내주게 만드는 인기있는 그림이다.  

'방그림은 어느 호텔에서나 흥미를 끈다. 어디서나 공통된 반응은 룸서비스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담당하는 방이 정확히 그려지는 걸 재미있어 하며 "앗! 여기 전화가 그려져 있다!" 하고 기뻐한다. 매니저급의 사람들은 다른 호텔 방과 열심히 비교해 본다." 

이 책에서는 아무래도  관광안내 책자에도 나와 있다는 '레이크 팰리스' 호텔이 가장 궁금했다. 그 외에는 하우스보트. 호수 위에 떠 있는 호텔들.

인도에서는 기차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하는데, 1등급에서 3등급까지, 각각의 등급은 또 냉방칸, 침대칸, 냉방 없는 칸 등으로 나누어져서 가장 저렴한 자리와 가장 비싼 자리가 열배까지 차이난다고 한다. 기차 여행을 할 때에는 줄자를 꺼내들고, 앉은 칸의 의자의 높이, 길이, 넓이부터 시작해서, 그 칸의 모든 것!을 줄자로 재어 수치를 내고, 역시 '세밀하게' 그려 넣는 것이 취미이다. 그 외에 차장의 복장이라던가, 조식에 나오는 것들고 가격들. 즉, 이치는 여행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그림'으로 담고자 하고, '글'로 상호보완하고 있다.

쉰의 나이에 젊은이, 아니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여행하는 저자의 여행을 보는 것은 즐겁다. 인도라는 곳은 궁합이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세노 갓파와 인도의 궁합은 꽤나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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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pie 2009-02-1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명이랄까, 아명은 하지메예요. :] [소년 H]의 H가 하지메의 이니셜이고요. 그런데 데뷔 후에 갓파라는 이름이 너무 유명해져서 이름을 갓파로 변경했다고...그러니 이제는 '본명' 세노 갓파인 거죠. ^^; 역시 하이드님 말씀대로 정말 머리에 쏙 들어오는 이름이라 이렇게 된 거겠죠.

하이드 2009-02-17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군요. 그의 무대미술가로서의 모습도 궁금해요. ^^
 
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그녀의 데뷔작인 <여섯번째 사요코>의 조연으로 나오는 전직 판사 세키네 다카오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열두개의 단편이 담겨 있다. 각각의 단편들은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완결이 아닌, 범죄의 트릭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어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마 세키네 다카오가 '전직' 판사인 것도 그와 같은 여운을 남기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작가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물건이라던가('요변천목의 밤'), 시詩라던가('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장소라던가('급수탑'), 사진이라던가('뉴멕시코의 달') 를 여러가지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Ansel Adams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키네 다카오는 그 세대치고는 큰 키에 셜록 홈즈 타입의 관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매력적인 탐정이다. 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다카오의 삼남매와 남편 못지 않은 추리력을 지니고 있는 부인까지도 대단한 개성의 소유자이다.  

국보급 다완 전시를 보러 가서 다완에 얽힌 옛친구의 죽음의 사정을 추리하게 되는 '요변천목의 밤'은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단편이고, '신D고개의 살인사건'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이야기. '급수탑'은 옛 급수탑 주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상을 밝혀내는 서스펜스가 있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코끼리와 귀울음'은 아주 짧은 단편으로 코끼리에 얽힌 옛이야기를 회상하는 노부인의 이야기. 이 작품이 표제작으로 된 것은 글자수를 맞추기 위한 이유였다고 한다. 원제의 표지가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과 같은 디자인의 표지로 만들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는 나카하라 주야의 시에서 따온 제목인데, 이 시는 작년 말에 소개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서도 인용되는 시였던지라 반가웠다.  

'왕복서신'과 같이 편지글로만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도 있고, 다카노 세키오의 아들과 딸이 나오는 '탁상공론'과 같이 싱거우면서도 잔잔한 웃음을 짓게 하는 작품도 있다.  

온다 리쿠에서 순정만화스러운 주인공들을 빼고, 장편 양을 단편으로 줄인다면, 이런 담백하고, 좋은 여운이 남는 작품집이 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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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4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4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의 고독>의 경우, 민음사 세계문학으로 가지고 있다가, 두권인 것이 싫어서, 정리하고,
문학사상사의 안정효 번역으로 다시 사서 소장하고 있다.
마르케스의 책은 영어버전으로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번역본의 경우, 어떨때는 우리말번역보다, 영어번역이 쉬이 읽힌다.

무튼, 한 권짜리 <백년 동안의 고독>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뭔가 또 새로 나왔다.
들어가서 보니 번역에 남윤수.로 되어 있다. 프로필을 보니...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중어중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교육 전공.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청주대학교.단국대학교.한림대학교 강사 역임.
현재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
저서로는 『한문강독』『한국의 화도사 연구』 편저로는『양백화문집』등이 있음.
 


... 이런 프로필의 번역가가 번역한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살 수 있을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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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1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예요..
이 포스트를 보니 다시 읽고 싶네요.
다시 읽어봐야 할 책 목록이 점점 길어지네요.

stella.K 2009-02-1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본국어 가지고 번역을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요? 중역을 했겠죠?
믿을만 한가...?쩝

조선인 2009-02-1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 2월에 징비록과 이 책을 동시에 출간하셨네요. 음음음... -.-;;

비연 2009-02-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흠...전 민음사 걸로 가지고 있는데...안정효님 번역도 괜챦을 것 같군요~

어서오세요씨 2009-02-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번역가의 프로필이 없었으면 차라리 모르고 사는 독자도 있었을 듯. 낄낄
 
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범죄자 피해 모임에 다니던 두 여자가 어느 날 잔인하게 살해된채 발견된다. 하피스트이던 한 여자는 양 손을 절단당한채 교회 제단 앞에 죽어 있고, 또 다른 한 여자는 교회 문 앞 돌쩌귀에 잔인하게 머리를 망치질하듯이 박아 후두부가 완전히 손상된채 발견된다. 잔인한 살해수법으로 본청에서는 특별 수사본부가 만들어지고, 희생자의 유일한 공통점인 범죄자 피해 모임을 조사하던중 자원봉사로 나온 변호사 나카조 겐지가 과거 열네살에 네명을 살해하고, 그 중 한명의 목을 잘라 교문 앞에 전시해 두었던 엽기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베테랑 형사인 오코우치는 알리바이가 확실한 나카조에게 직감적으로 무언가 있음을 느끼고, 그의 뒤를 쫓으며, 사건에 다가가게 되는데...  

650여페이지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하다. 잔인한 살인으로 시작하여, 유력한 용의자인 나카조의 엽기적인 과거의 범죄. 그 범죄에도 불구하고, 소년원에서 몇년의 갱생과 정신감정 후, 사회에 나와 아무런 제재없이 변호사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습,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당한 킬러. 범죄를 증오하고, 범인을 좇는 형사들.  각각에 대해 어느 한 곳 치중하지 않고, 무게 중심을 골고루 나누어 이야기는 묵직한 수레를 힘겹게 밀듯이 시작하여, 그 무게는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가속이 붙게 된다.  

형사들. 오코우치 형사를 중심으로 본청의 베테랑 형사들이 범죄를 상대하는 힘겨운 일상이 펼쳐진다. 작품 속에 여러번 언급 되는 니체의 '마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기도 마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는 범죄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자와 싸우는 것이 일상인 형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외에도 본청에서의 경찰과 공안간의 갈등. 경찰 중에서도 커리어(국가시험을 보고 들어온 경찰)와 논커리어의 갈등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하드보일드. 잔인한 살인자를 쫓는 사람이 또 있다. 그 역시 형사들과 같이 프로페셔널이다. 다만, 그는 어둠에 속한 어둠의 프로페셔널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킬러. 그가 억지로 위장한 유일한 평범한 생활의 조각이 잔인한 살인자에 의해 부서졌을때, 그는 죽지 않기 위해서 죽이고, 일로써 죽이는 것 외에 자신과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어든다.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는 그를 히로라고 불렀다. 히로의 존재는 처음부터 경찰, 그 중에서도 눈 밝은 오코우치 형사의 눈에 들어오지만, 공안과의 알력으로 수사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그런 와중에 사건의 경찰, 범인, 히로의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범인을 찾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범인. 사이코패스 이야기는 이전의 많은 소설에서 보았고, 앞으로도 많은 소설에서도 볼 것이다. 그것은 평범한 독자가 읽기에, 너무나 멀리 떨어진, 말그대로 '소설같은' 이야기이고, 티피컬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에서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저자인 가노 료이치는 범인과 범인의 투명한 친구에 대해서도 일단은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다. 앞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독자의 눈을 놓치지 않는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서늘한 감정과 뜨거운 감정이 번갈아 독자를 고문한다. 간만에 읽은 쉬이 읽히지 않는 근래 보기 드문 일본 미스터리였다. 이 작가의 책이라면, 이름만으로 얼마든지 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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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9-02-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죠?ㅠ ㅠ흐흑..가노 료이치 다른 소설도 빨리 보고싶어요...ㅠ ㅠ
 

일본미스터리 카페/클럽 중에선 아마 가장 유명할 네이버의 '일미문즐(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 카페에서는 매년 회원들을 상대로 그 해에 출간된 일본 미스터리 소설중 회원들의 투표로 탑10을 뽑는다. 벌써 2월이니 조금 늦은감이 있긴 하지만, 1월 말일까지 투표를 받고 2월 초에 집계된 2008 일본 미스터리 탑10을 옮겨본다.  


1. 가노 료이치 <제물의 야회>

엽기적 살인마, 살인 청부업자, 고독한 형사의 삼파전을 그린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소설. 크게 두 파트로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형사 파트는 형사들의 동료애나 경찰 내부의 대립, 그리고 범인 체포에 대한 집념의 수사 등이 담긴 경찰소설이다. 저격자의 파트는 뒷골목에 사는 남자들의 피투성이 항쟁, 고난도 액션 등이 담긴 범죄소설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두툼한 양의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작년 여름에 출간된 후 별 소리소문 없는듯 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1위!
65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소설로, 주말에 날잡고 읽으면, 그 주말이 다 뿌듯한 독서가 될 것이다. 
 


2.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Best 10에 오른 작품으로 밀실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차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평범한 대학생 유키 리쿠히코. 그런 그에게 갑자기 등 뒤에서 한 미녀가 말을 걸어왔다. 그 여자와 함께 들여다본 잡지 귀퉁이에 실려 있던 광고에는 시급 112,000엔, 엄청난 고액의, 엄청나게 수상한 아르바이트가 실려 있었다. (알라딘 책소개中)  

미스터리 소설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도 있고, 시리즈가 나온다면, 2부도 기대된다. 클로즈드 서클에 아르바이트 생들이 들어가는 방마다 있는 무기와 살인 방법은 유명한 고전 미스터리속에서 하나씩 따왔다. 영화 <큐브>와 같은 현대적인 분위기와 고전 미스터리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소설. 단숨에 읽는 재미만은 최고  

3. 오리하라 이치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 1권. 도둑맞은 추리소설 신인상 응모작을 둘러싼 원작자와 도작자의 추격전을 그린다. 도착 시리즈는 작품 전면에 '서술트릭'을 명시하고 있다. 서술트릭이란 작품 내에서 텍스트의 구성과 서술만으로 트릭을 만들고, 그와 함께 적절한 힌트를 제공하며, 독자를 속이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에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표지 그림.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느낌이다.
올해에 도착시리즈 2권 <도착의 사각>이 출간 예정에 있다. 일견 유치한 범인과 희생자이지만, 그 유치함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서술트릭은 결론의 한마디를 알아버리면, 그 재미가 활 떨어지지만, 이 책의 서술트릭은 스포일러도 힘들고, 결말을 알아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는 복잡한 형식을 취한다.  

 4. 오츠이치 <GOTH> 

나온지 얼마 안되어 판금조치 당한 불운의 책.
판금은 풀렸다고 들었으나, 여전히 판매는 안되고 있는듯 하다.

언젠가부터 말그대로 '쏟아져나온'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소설이다. 주인공 남녀가 학생인 것이 문제가 되었을까? 단편 연작인데, 사건들은 예상하듯이 잔인하다. 몇가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지만, 몬스터는 몬스터일뿐. 픽션은 픽션일 뿐.  

오츠 이치는 호오를 떠나서 천재라고 불리우는 젊은 작가이다. '쏟아져나오는' 사이코패스 소설 중에 이 소설은 오츠 이치만의 독특한 향을 풍기고 있다. '리스트 컷', '개' 가 인상 깊었다.  

 


  
  5. 미야베 미유키 <낙원>

<모방범>으로 홈런을 치더니, 그 후의 이야기격인 <낙원>에서도 연속 홈런이다. <낙원>에서는 여기대로 진행되는 사건이 있긴 하지만, <모방범>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미미여사 특유의 사건관련자 모두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최고의 작품인 <화차>와 <모방범>을 떠올리게 하는 수작. 

 

 

 

6. 이사카 고타로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마왕>의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 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2008년 제 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오락소설이지만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쿨한 감성과 철학,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등으로 깊이를 더했다. (알라딘 책소개中)

이사카 고타로 안티에서 다시 보게 만들어준 작품. 개인적으로 여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탑10에 들꺼라고 예상했다. 추격전과 영화같은 클라이막스, 적은 빅브라더인데, 그 안에 흐르는 비틀즈의 자장가 골든 슬럼버스.. 추억과 긴박한 추격전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서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 책이다.  

 

7.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에 오른 하라 료의 추리소설. 신주쿠에 사무소를 둔 중년 사립탐정 사와자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 맨 뒤에 '말로라는 사나이'라는 단편으로 에필로그를 대신했다. (알라딘 책소개中)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챈들러 오마주. 시리즈이므로, 두번째에는 좀 더 하라 료의 냄새를 풍기기 바란다. 이 작품은 너무도 완벽하게 챈들러의 하드보일드를 도쿄 밤거리에 재현하였다. 등장인물, 사건, 탐정, 골목, 하다못해 탐정사무소까지도 챈들러의 냄새를 숨길 수 없다.
2편이 더 기대되는 작품.  

 

8.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의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리소설. 벗어날 수 없는 최악의 날씨,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화려한 저택, 수상한 거주인들, 묘하게 얽힌 인간관계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의지라도 가진 듯 불길한 사건이 일어나는 키리고에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그린다. (알라딘 책소개中)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관시리즈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관시리즈보다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 역시 관시리즈를 다 읽었기 때문. 시리즈 작가를 읽는 재미는 그 패턴을 알고 읽는 것에 있기에, 관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9.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용의자 X의 헌신>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한 인기 작가의 죽음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두뇌 게임이 펼쳐진다. 작가의 죽음에 얽힌 기나긴 악의의 여정을 탐구하며 '왜,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 수사관의 수기, 주변인의 증언과 회상, 그리고 해명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성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에 적재된 악을 파헤쳐가는 인간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알라딘 책소개中)

후더닛(who dunnit)의 who가 아니라 why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꽉 짜인 플롯에 뒤집히고, 뒤집히는 반전도 흥미만점이며, 수작, 범작, 졸작할것 없이 쏟아져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친 독자들이라도, 이 작품만은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10. 요코미조 세이시 <이누가미 일족>

세 편의 영화, 다섯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인기작. 의문스러운 가족에게 유언장이 공포된 날 이후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 손자들은 차례차례 살해되고,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누가미 가문의 부를 상징하는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기쿠(국화)의 모양으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주범으로 인해 연쇄 살인의 규칙이 만들어지지만 공범들이 변칙을 더해가고, 주범은 공범의 존재를 모른다. (알라딘 책소개中)

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에 흐르는 이 기괴함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이누가미 일족'에 나오는 그 복잡한 유언장 이야기라던가, 상징들, 늘어가는 시체들, 긴다이치! 일본 미스터리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 2008년에 나온 일본미스터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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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중에서 읽은것은 GOTH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뿐이네요.나머지 것도 어서 읽어봐야 겠군요.요즘은 추리 소설붐인지 워낙 많이나와 취사 선택이 정말 어렵습니다.

하이드 2009-02-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은 다 읽었습니다만, 저의 탑10과 6개 정도 겹쳐요. ^^

Apple 2009-02-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제가 뽑은 것이 5위안에 다 올라와있네요.^^ 제물의 야회, Goth, 도착의 론도 뽑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08년에는 그다지 재밌었던 일본소설이 많지 않았던것같아요.
근데 의외네요. 별로 보는 사람 없는 것 같던데, 제물의 야회가 1등을 하다니...허허...

하이드 2009-02-13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누가미 일족, 골든 슬럼버스, 황금을 갖고 튀어라. 이 세권 골랐더랬어요. ^^
제물의 야회는 정말 의외죠. ㅎ

뷰리풀말미잘 2009-02-1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미조 세이지 작품 중에서는 어떤 게 좋은가요?

하이드 2009-02-1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 좋아요! 처음 나온 순서대로<혼징 살인사건>부터 읽는 것이 좋지만, 굳이 재미있는 순서라면,
<옥문도>-<이누가미 일족>-<혼징살인사건>-<팔묘촌>-<악마의 공놀이> 순이에요. <옥문도>와 <이누가미 일족>은 무슨무슨 순서할때 빠지지 않는 두 권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