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범죄자 피해 모임에 다니던 두 여자가 어느 날 잔인하게 살해된채 발견된다. 하피스트이던 한 여자는 양 손을 절단당한채 교회 제단 앞에 죽어 있고, 또 다른 한 여자는 교회 문 앞 돌쩌귀에 잔인하게 머리를 망치질하듯이 박아 후두부가 완전히 손상된채 발견된다. 잔인한 살해수법으로 본청에서는 특별 수사본부가 만들어지고, 희생자의 유일한 공통점인 범죄자 피해 모임을 조사하던중 자원봉사로 나온 변호사 나카조 겐지가 과거 열네살에 네명을 살해하고, 그 중 한명의 목을 잘라 교문 앞에 전시해 두었던 엽기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베테랑 형사인 오코우치는 알리바이가 확실한 나카조에게 직감적으로 무언가 있음을 느끼고, 그의 뒤를 쫓으며, 사건에 다가가게 되는데...  

650여페이지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하다. 잔인한 살인으로 시작하여, 유력한 용의자인 나카조의 엽기적인 과거의 범죄. 그 범죄에도 불구하고, 소년원에서 몇년의 갱생과 정신감정 후, 사회에 나와 아무런 제재없이 변호사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습,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당한 킬러. 범죄를 증오하고, 범인을 좇는 형사들.  각각에 대해 어느 한 곳 치중하지 않고, 무게 중심을 골고루 나누어 이야기는 묵직한 수레를 힘겹게 밀듯이 시작하여, 그 무게는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가속이 붙게 된다.  

형사들. 오코우치 형사를 중심으로 본청의 베테랑 형사들이 범죄를 상대하는 힘겨운 일상이 펼쳐진다. 작품 속에 여러번 언급 되는 니체의 '마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기도 마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는 범죄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자와 싸우는 것이 일상인 형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외에도 본청에서의 경찰과 공안간의 갈등. 경찰 중에서도 커리어(국가시험을 보고 들어온 경찰)와 논커리어의 갈등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하드보일드. 잔인한 살인자를 쫓는 사람이 또 있다. 그 역시 형사들과 같이 프로페셔널이다. 다만, 그는 어둠에 속한 어둠의 프로페셔널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킬러. 그가 억지로 위장한 유일한 평범한 생활의 조각이 잔인한 살인자에 의해 부서졌을때, 그는 죽지 않기 위해서 죽이고, 일로써 죽이는 것 외에 자신과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어든다.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는 그를 히로라고 불렀다. 히로의 존재는 처음부터 경찰, 그 중에서도 눈 밝은 오코우치 형사의 눈에 들어오지만, 공안과의 알력으로 수사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그런 와중에 사건의 경찰, 범인, 히로의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범인을 찾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범인. 사이코패스 이야기는 이전의 많은 소설에서 보았고, 앞으로도 많은 소설에서도 볼 것이다. 그것은 평범한 독자가 읽기에, 너무나 멀리 떨어진, 말그대로 '소설같은' 이야기이고, 티피컬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에서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저자인 가노 료이치는 범인과 범인의 투명한 친구에 대해서도 일단은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다. 앞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독자의 눈을 놓치지 않는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서늘한 감정과 뜨거운 감정이 번갈아 독자를 고문한다. 간만에 읽은 쉬이 읽히지 않는 근래 보기 드문 일본 미스터리였다. 이 작가의 책이라면, 이름만으로 얼마든지 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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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9-02-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죠?ㅠ ㅠ흐흑..가노 료이치 다른 소설도 빨리 보고싶어요...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