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국 수상 애덤 랭의 고스트 라이터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라인하트 출판사의 회장을 만난 '나'는 자신의 장점이 뭐냐고 묻는 회장에게 대답한다.  

저의 장점은 무지입니다.  

라고. 독자들이 정책따위에 관심이나 있는 줄 아냐며,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뽑아 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 위해, 자신의 무지가 장점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로버트 해리스의 책 <고스트 라이터>에 나오는 장면이다.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이 부분에 '오호- ' 공감했더랬다.

바로 다음에 붙잡은 책에서 위의 말의 의미를 찾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도널드 톰슨의 <은밀한 갤러리>를 읽기 시작  

 

 

 

 

 

 

주제가 무려 '현대미술' 이고, 후루룩 봐도 그림은 하나 없고 (?!) 무려 500페이지 넘는 이 책을 덥썩 시작하지 못한 것은 당연할지도. 근데 이 빨간 표지가 자꾸 눈에 밟혀서, 한번 앞에만 슬쩍 읽어볼까. 하며 맨 앞에 나온 지은이의 글.부터 읽다보니 저자가 미술계 사람이 아니고, 그 쪽 분야의 학자거나 한 것도 아님? ' 하며, 뒤늦게 작가 이력을 보니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 슐릭스쿨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과 경제학을 가르치는 석좌교수이자 현대미술품 컬렉터.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하버드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마케팅과 경제학에 관한 책을 여러권 집필하였다. 라고도 한다. 엥? 

이건 경제학자가 쓴 현대미술 이야기인가? 라며 확 찜찜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를 읽다보니, 어느새 나는 이 책에 빠져 있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책 한 줄 읽지 않았고, 뉴욕에 갈 때마다 MOMA보다는 MOMA shop에 열중하고, 런던d에 갈 때면 테이트 모던에서의 감상보다 테이트 모던 꼭대기에 있는 카페에서 야경 보며 커피 마시는게 진정한 목적이 아닌가 싶은 내가 아니던가. ^^;  그렇지만, 어느 도시건 유명한 미술관들은 즐거이 순례하는 편이고, 천안의 아라리요 갤러리에 가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을 보며 '오- !' ' 오 -?' 하는 정도. 의 무지한 관심. 정도라 하자.    

이 책이 도대체가 이유를 알 수 없고, 이해를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현대미술 작품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 경매와 갤러리와 거물들이 펼치는 현대미술을 칩으로 한 머니게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 그 과정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나도 알 정도의 이름들과 거물들의 판이 나오고, 그 중간중간 알 수 없는 현대미술 작품들과 확인 안 된 가십들과 확인된 소문들이 나와 있으니 이 책 묘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이렇게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렇게 재미난 책을 써 내는 것이 바로 '무지'의 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서 '무지'란 그 업계의 사람이 아니라는거지, 저자가 무식한 놈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 마케팅 분야 교수에 그 자신 현대미술 컬렉터이기도 하다.  

대중이 봐서 이해 안 가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쏙쏙 뽑아 준다는 점에서 '무지'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공감.  

여튼, 지은이의 이야기는

소더비 간판 경매사 피터 윌슨과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윌슨은 경매를 반연극, 반도박의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78년 경매장이 연극무대로 변하면서 윌슨을 유명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7점의 인상파 회화 (르누아르, 반 고흐, 마네, 세잔 ) 로 구성된 제이콥 골드슈미트 컬렉션의 위탁 판매권을 따내고, 소더비에서는 경매를 소더비 역사상 처음으로 초대받은 사람만 드레스코드를 맞추어 입장할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로는 서머싯 몸, 커크 더글러스, 무용인 마고트 폰테인 등의 예술계 인사, 폴 멜론, 헨리 포드 2세와 같은 백만장자, 프랭크 J. 굴드의 미망인이자 당시 최고의 미술품 컬렉터로 알려진 플로렌스 굴드 등 유명인사 1,4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여섯번째 경매 작품이었던 세잔의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작품의 최저 수용가 12만 5000파운드였는데, 입찰은 이보다 훨씬 낮은 2만 파운드에서 시작되고, 입찰 싸움은 크뇌들러스의 롤런드 발레이와 폴 멜론을 위해 경매에 참가한 카스테어스의 조지 켈러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입찰가는 22만 파운드까지 올라갔고, 이 금액은 근대미술품이 경매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기록보다 2배나 높은 것이었다고 한다.  

켈러가 마지막으로 금액을 부르자 윌슨은 10초 정도 침묵을 지킨 후 의기양양하면서도 약간은 놀란 듯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더 부르실 분 안 계시지요?"
경매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런 다음 박수가 크게 터졌는데 딜러들과 컬렉터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 경매 현장에 대해 <데일리 메일 The Daily Mail>은 "마치 코벤트가든에서 벌어진 대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 멋진 경매 파티를 계기로 이후 10년간 소더비에서는 인상파 미술품 위탁이 쏟아져 들어왔다.
  

는 이야기.  

 프롤로그는 더 재미나다.  

데미안 허스트의 박제 뱀상어 조각 작품 (제목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이다. 뭔가 제목만 읽어도 머엉 - ) 에피소드로 프롤로그를 채우는데, 이게 완전 흥미진진이다.  

이건 뱀상어를 박제한거고, 무게는 2톤이 넘었으며, 1200만달러의 거액으로 팔아야했고, 이걸 과연 미술작품으로 보아야 하는지 미술계 사람들조차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200만달러라니. 생존 작가중 재스퍼 존스를 제외하고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한 작가는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작품은 팔렸다.'  

저자가 약간 밀당을 안다. ㅎ 어떤 주제이건 일단 글이 재미있어야 읽히는 법.  

이 백상어가 팔린 것은 브랜드 탓이었다고 한다.  

'현대미술계에서는 논리적인 판단력보다 브랜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최고의 브랜드를 여러 개나 달고 나온 희귀작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판매하겠다고 내놓은 컬렉터 브랜드는 찰스 사치
박제 상어의 재판매를 담당하게 된 에이전트는 세계 최고의 유명 미술품 딜러 브랜드인 래리 가고시안 뉴욕 갤러리
구매 가능성이 있는 컬렉터 쪽 브랜드로는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관장인 니콜러스 세로타 경 (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박제 상어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안타깝게도 미술관 예산이 한정)
가고시안이 구매력 갖춘 컬렉터들에게 접근했는데, 구입 가능성이 컸던 컬렉터가 엄청난 부자 헤지펀드 회사 경영자 스티브 코헨. 이라는 브랜드.  

'허스트, 사치, 가고시안, 테이트, 세로타, 코헨. 이제까지 미술품 판매에서 이렇게 유명한 최고 브랜드가 함께한 적은 없었다.'  

여기까지도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더욱 더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작품이 썩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작품 훼손에 식겁한 큐레이터들의 이야기. 허스트가 이것을 새 상어로 바꾸면 이것은 오리지널이냐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이야기.  

여튼, 이 썩어가는 박제 상어를 위에 이야기한 엄청난 부자 코헨이 뚝딱 사 버렸는데 

1,200만달러짜리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많아야 할까. 에 대한 고찰. 스티븐 코헨은 일주일에 1,600만달러씩 벌어들였다고 하니깐. 음...  

이 책이 언제 쓰였는지 안 찾아 봤고, 코헨이 헤지펀드 펀드 매니저라고 하니깐, 혹시 그 사이에 망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저급한 호기심에 찾아봤다. 2010년 포브스왈 미국에서 32번째로 부자인 분이셔 -  

여튼, 이야기는 현대미술의 위상에 관한 모마와 테이트 모던의 이야기까지 이어지고, 오오.. 이런거 재밌어! 이야기는 1200만달러짜리 쇼( 이 금액에 대해서는 아직도 소문이 분분) 를 기획한 찰스 사치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도판이 전혀 없다거나 한 건 아니다.
앞장에 몰려 있는 현대미술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  

 

 

 

문제의 뱀상어!  

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안 읽었으면 좀 후회했을 것 같다며, 성급하게 책에 달려들어 봅니다. 헤헤 -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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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1-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뽐뿌뽐뿌...ㅠㅠ

edit: 결국 지르고 옴...ㅠㅠ

하이드 2011-01-2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잘 지르셨어요. 함께 읽으면서 현대미술을 씹어 보아요 - ^^

moonnight 2011-01-2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이 책 재미있어요? +_+;;; 저는 하이드님의 리뷰를 보고 구입을 결정하려 했는데 페이퍼에서 바로 맘먹게 되네요. 호호 ^^;;;;; (키티님 따라 질러야겠어요. -_-;;)
 

 

 

 

 

하라 켄야.  

너무 멋있어서 막 화가 난다. 글을 읽다보면, 아, 이런 분위기, 아 이런 말투, 아 이런 상황과 기분 나중에 써먹어야지. 생각할 때가 있다. 하라 켄야의 글은 정말 버릴 문장이 없이 다 주옥같다. 문장들이 주옥 같은데, 짧은 에세이들 마다 기승전결은 어찌나 스무스하게 사람을 홀리는지. 마구 감탄하고, 황홀해하고, 깔깔대다가 문득 화가 나 버리는 것.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페이퍼는 아니고.  

지금 읽고 있는 <포스터를 훔쳐라 +3> 에 '사진가를 만나다' 라는 챕터  

저자가 매력을 느꼈던 위스키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때는 1980년대 말 경. 역 앞 벽에 붙어 있던 B배판짜리 위스키 광고 사진이었다. 거기 찍혀 있는 바카라 잔 두 개. 하얀 돌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특별히 기교를 부린 구석은 없는데 묘하게 눈길을 끄는 무엇이 있다. 따뜻하고 어딘지 인간미가 있으며 더구나 완벽하게 아름답다.'  

광고 사진은 인물 사진과 정물 사진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정물사진의 경우 렌즈발로 사물의 모습을 도려내어 그 모습이 유독 도드라지게 되며,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만, 아름다움에 제압 당하는 피학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 작품은 사진가 후지이 타모쓰의 작품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하라 켄야가 사토 타쿠라는 디자이너와 함께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 사진을 찍어줄 사진가로 후지이 타모쓰를 섭외하게 되고, 하라 켄야는 이전에 감동받았던 유리잔 사진에 대해  사진가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 그건 잔을 통해서 그 옆에 있는 사람을 찍어 보자는 발상으로 찍었던 사진입니다."
느릿한 말투로 후지이 씨는 말했다.
" 예를 들어 처칠과 스탈린이 아주 흡족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있다고 가정한다면 아주 좋은 술을 마시고 있겠지요. 그런 자리에 놓인 술잔을 찍으면 어떤 느낌이 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촬영한 겁니다. 나도 그때까지는 사람을 찍는 것과 사물을 찍는 것은 전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진 작업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물을 어떤 인격으로 바라보고 찍는 태도는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사물을 찍으면서 그 사물을 사용할 사람 생각하기.
꽃을 만들면서, 꽃을 찍으면서, 그 꽃을 받을 사람 생각하기. 
 

후지이 타모쓰의 위스키 사진이 궁금한데, 구글링 실패; 80년대 광고사진이라니깐 뭐;
대신 후지이 타모쓰가 무인양품 사진 등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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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1-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라 켄야가 누군지 찾아봤더니 무사비 교수네용~!
후배중에 무사비 나온 애가 있는데 아는 교수님인지 물어봐야겠어요 ㅋㅋㅋ
일단 책은 보관함에 넣고...;;;

잘잘라 2011-01-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막 화나고 그러죠. 그래두 그나마 다행(?)인건 그의 얼굴하구 몸매..(마저 훌륭했으믄 어쩔뻔..ㅎㅎ)
 
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로버트 해리스는 '임페리움'과 '폼페이' 와 같은 로마시대물로만 접했던지라, 현대물에는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더랬다.
'임페리움'이라는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워낙 좋아하는 로마 시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카이사르가 주인공인 이야기들만 보다 키케로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보며, 처음부터 영웅인 카이사르보다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인간다움을 볼 수 있어서였다.  

고스트 라이터는 제목처럼 유령작가,대필작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유령작가인 '나'가 다루는 애덤 랭이라는 영국 전수상, 매력적이고 영웅적인 대테러 전쟁을 선포하고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영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꽤 괜찮은 이야기이고, 지루할 틈 없이 쫀득쫀득한 문장들이라 '재미있는 좋은 책' 이라는 정도로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맘만 먹으면,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비애와 마지막 문장의 여운에 열광해서 '열라 좋은 책' 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각 챕터마다 앞에 나와 있는 유령작가에 대한 글은 이 책이 '유령작가' 에 대한 글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하게 인지시켜주고 있다. 벌어지는 사건들과 전수상이라는 거물의 이야기로 자칫 캐릭터의 직업으로만 설정되고, 스토리에 안 달라붙을 수도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대필작가로서의 '나'의 정체성과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잘 엮어지고 있다.  

일류까지는 아니였으나 필요한 사람들에 의한 필요한 평가에 의해 영국의 전 수상 애덤 랭의 대필작가가 되기로 한 주인공은 미국으로 가서 전 대필작가이자 애덤 랭의 오른팔과도 같았던 맥아라가 죽은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보안을 유지하며, 한달동안 애덤 랭이 머물고 있는 라인하트 출판그룹의 사장의 별장이 있는 에드거 타운이다. (케네디가의 그 에드거 타운이 맞고, 이런 배경과 그것에 대한 이미지가 이 소설의 분위기와 응집력을 형성한다.) 처음으로 겪게 되는 거물 정치가와 그를 둘러싼 생활. 엄청난 카리스마의 애덤 랭을 마주하며 그의 삶을 돌아보던 유령은  

전임자인 맥아라가 쓰던 글을 다듬고 마무리하고, 죽은 맥아라의 방을 쓰게 된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맥아라의 죽음이 과연 사고였던가. 싶은 의심스러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애덤 랭의 과거에 대한 의문들도 함께.  

미스터리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미스터리물로 보기에는 이 소설은 좀 특별하다. 
마지막의 반전이라면 반전이 꼭 필요한가. 싶을만큼,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지니고 있는데, 덮고 나면, 그것도 이야기의 일부분으로 버릴 수 없는 이야기구나 싶다.  

마지막 문장의 여운은 근래 읽은 소설들 중에 최고다.  

덧붙이자면, 그 여운에 가슴이 울렁거리며, 바로 옆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이렇게 했어야만 했나?? 빈페이지로 남겨둘 수는 정말 없었나?) 역자후기까지 읽게 되었다.  

그 신변잡기스러운 수다에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좋은 영화 보고 크레딧라인 보며 감동하고 앉아 있는데, 옆에서 끝나자마자 나가면서 콜라 엎는 격이다.  

역자후기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책에 대한 뒷이야기.( 번역자가 번역하면서 겪은 뒷이야기 같은건 노땡큐고, 작가의 뒷이야기 말이다.) 나 배경지식에 관한 이야기. 가쉽도 좋다. 그런 이야기 정도 외에 신변잡기, 수다, 잡소리 섞는거 질색이다.  

거의 읽지 않고, 읽더라도 시간을 두고 읽는데, 여운 가득한 마지막 페이지 옆에 있어서 궁금함을 못 참고 읽어버렸다. 
읽으면서 실제 모델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던지라.   

아주 오래간만에 느낀 여운에 꾸정물을 끼얹은 역자후기와 그걸 그렇게 바로 옆 페이지에 끼워 넣은 편집자 덕분에 
잔뜩 짜증이 나 버렸다.  

여운을 즐기고 싶으신 분이라면, 역자후기 따위는 없다 생각하고, 책을 덮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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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1-2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은 역자 후기는 일부러 안 읽어요. -_-;;;;; 괜찮은 후기들도 물론 있었겠지만 안 그런 게 태반인 듯 ;;
어쨌든 고스트 라이터는 보관함으로 ^^

하이드 2011-01-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고스트 라이터는 재미있었어요! ^^
 

훌륭한 책은 모두 다르지만 형편없는 책은 완전히 똑같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쁜 책을 수도 없이 읽은 후에 내린 결론이다. 너무나 형편없어서 출간될 수도 없는 책들. 그런 점에서 볼 때 책으로 출간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임에 분명하다.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나쁜 책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거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책이 반드시 진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만큼은 사실처럼 느껴져야 한다. 출판사에 있는 친구 하나는, 이것을 '수상비행 시험'이라고 부른다. 런던 시민들의 일상사를 그린 어느 영화에서 따온 말인데 주인공이 수상비행기로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템스강에 착륙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였다. 그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그 장면을 보자마자 그 영화를 볼 이유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로버트 해리스 <고스트 라이터> 中 -

 

 

  

로버트 해리스의 고스트 라이터, 유령 작가, 대필 작가에 나오는 위의 이야기는 꽤나 공감간다.
훌륭한 책, 혹은 열광하며 좋아하는 책은 그 성격이 각기 다 다르지만, 형편없는, 혹은 싫어하며 내던지는 책은 똑같다. 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글을 읽고 보니 그렇다. '진실성이 없는 글' 혹은 진짜 같지 않은 거. 가짜.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을 좋아한다. 키케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로마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일수도.
여튼, <임페리움>으로 시작해서 <폼페이>까지 읽고 나니, 집요할 정도의 당시 역사와 시대에 대한 조사는 읽는 나는 재미났지만, 저자는 리서치에 집착하는 스타일일 꺼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책도 재미나다!)   

알다시피 로버트 해리스는 닉 혼비의 매제다. 이런 관계 진짜 신기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왠지 가짜 같아! 헤헤
닉 혼비가 그의 매제, 로버트 해리스에 대해 이야기 해 둔 것을 페이퍼에 옮겨 둔 것이 있다.
재미있다. 로버트 해리스에 관심 가는 사람이라면

'닉 혼비와 책읽기' 페이퍼를 보아도 좋을 것이다.

현대물은 별로 안 땡겼는데, 그의 리서치가 시대물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현대물에선 글쎄 .. 싶었던 것.  

얼마전 구즈모님 트윗에서 고스트 라이터 이야기가 나왔고, 일미즐 장르문학 10선 어쩌구에서 또 이 책이 나와서
나온지 좀 된 책인데, 급 읽고 싶어지는거다. 내용도 뭣도 모르고, 그냥 고스트 라이터, 대필작가, 유령작가 이야기거니. 정도밖에 몰랐는데 말이다.  

요즘 나의 독서구매경향과는 꽤 동떨어져 있지만, 쨌든, 사고 싶으니깐, 샀는데  

오잉! 재밌다!  

이렇게 발랄할 수도 있었구나!
제법 유머와 진지가 잘 범벅이 된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덕분에, 다 읽기도 전에 <아크엔젤>과 <이니그마>, <당신들의 조국>까지 일단 보관함에 담는다. 당분간은 읽기 힘들겠지만, 또 로버트 해리스가 고파지면 읽으려고 말이다.   

록가수나 유명 운동선수 등의 자서전을 대필하던 주인공은 영국의 전수상 애덤 랭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다.
미국으로 건너가 한 달 안에 이전의 대필작가가 쓴 재미없어 죽을 것 같은 자서전을 다듬고 마무리 해야 한다.
이전의 대필작가이자 애덤 랭의 오랜 수하였던 남자는 자살했다. 그 남자의 자살을 둘러싸고, 애덤 랭이라는 거물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질듯 하다. ( 270페이지 정도 읽었다. 끝까지 재미나면 좋겠는데!)

그리고 또 하나, 구즈모님 트윗에서 <임페리움>2! 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도 완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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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1-19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 유령작가의 원작이네요.
임페리얼이랑 폼페이를 담아봐요..

하이드 2011-01-2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페리움 ( .. 임페리얼은 수..술이름 아닙니까? 아닌가? ^^a ) 이 제가 아끼는 작품이에요. 키케로 이야기. 아무것도 없던 남자가 실력으로 높은자리에 올라가는 와중의 심리 묘사, 그 배경에 꼼꼼히 모사된 로마.

멋져요. <폼페이>도 재미 있긴 했는데, 일단 전 <임페리움>!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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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눈이 퉁퉁 부었다. (원래도 좀 부어 있는 눈이긴 하지만 'ㅅ') 
서명숙 이사장의 두 번째 책 <꼬닥꼬닥 걷는 이 길처럼>을 읽은 탓이다.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재미나고 알차다.
클린 올레, 올레 패스포트 만들기, 토목공화국 대한민국 이야기에 나오는 주민위원회분들, 혹은 공무원들이 서명숙 이사장이 강연때 '나쁜 예' 로 들었던 그런 시멘트 쫙 깔아 놓은 길들을 다시 살리는 그런 이야기들 또한 감동적이다. 서명숙 이사장의 별명이 왕뚜껑이라고 한다. 성격 급하고, 공격적이고, 추진력 강한 그녀는 왕뚜껑이지만, 꽉 막힌 왕뚜껑은 아니다. 길을 낸다는 것. 공구리를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만 삽질을 하고, 돌을 옮기며, 작은 길들을 찾고, 지도에 적고 사람들이 다니기 좋게 다듬는 그녀는 땅의 길만 아니라 마음의 길도 잘 연다.  


제주도로 순간이동하고 싶게 만드는 책.  

그녀가 하는 길을 낸다는 작업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감사하고, 앓던 병. 몸의 병, 마음의 병을 낫고 돌아간다.
정말 보람있는 일이지 않은가.  
 
이 사람은 나의 멘토다.  

* 뒤에 대구올레가 나오는데, 가 보신 분 있으신가요? 아주 귀엽고 아기자기한 역사 속으로의 여행이라고 하여 부쩍 가보고 싶어졌다.

 나는 이런 감동스런 일상들이 모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첫번째 책인 <놀멍쉬멍..>은 그냥 그랬다. 뒤에 산티아고 여행기가 들어가 있는 것도 맘에 안 들었고.

제주올레에 다녀와서, 그리고, 아주 오래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제주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는 정도.

두번째 책은 표지도, 제목도, 그리고 제주올레가 뭔지 이젠 안다.는 생각까지 작용해서 별로 읽고 싶지 않았더랬다.

웬걸! 소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듬뿍인 이 책은 전편에 비해 더욱 더 제주올레 이야기를 잘 하고 있다. 제주 올레와 제주올레의 사람들. 제주올레를 찾는 사람들.  

그러니깐, 도대체 어디서 쿨쩍거려서 눈이 붓는데? 라고 묻는다면, 뭐랄까, 예를 들자면, 제주도 대중교통 기사들이 그렇게 불친절할 수가 없었단다. 버스기사도, 택시기사도. 무뚝뚝하고, 물어보면 씹고(?!), 공항에서 제주 올레 왔다그러면, 여기가 제주도니 여기서 부터 걸어가든가. 등등의 불친절로 민원이 쇄도하자, 켐페인에 들어간다. ( 이 중간의 서이사장의 노력이 눈물겹다.) 여튼, 현실인데, 소설처럼 친절해진 기사님들. 친절 사례들이 소개 되는데 난 왠지 눈물이 핑 - 왜 친절해졌는가에 대한 귀여운 분석들도 따라온다.  제주 올레 후 전해 대비 대중교통 이용률이 400% 신장했다고 한다.  사람 없는 섬에 사람이 많아지니 절로 친절해지게 되더라. 할망이나 말 안 듣는 애들만 태우다가 예쁘게 말하는 여자들 태우니 오는 말이 고와 가는 말이 곱더라, 제주가 너무 좋다면서 격찬하는 올레꾼들 보니, 제주 사는 자부심이 불쑥불쑥 생기게 되어 더 잘해주고 싶더라. 등등등  

특전사들이 길 내는 이야기도, 탐사꾼들이 길 찾는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무언가에 순수하게 몸과 마음을 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바쳤는데,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그 중 레파토리가 몇십년 동안 나눈 것보다 올레하는 동안 나눈 이야기가 더 많다는 이야기들.
살아봐야겠다. 더 감사하고 사랑해야겠다. 나는 아직 이렇게 가진게 많다. 등등  

올레가 치유의 올레로 많이 일컬어지는 건, 제주도가 여성성이 강한 섬이고 (남성성이 강한 곳으로 그랜드 캐년과 같은 압도적인 곳을 예로 들었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이 치유의 느낌, 안정의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두기도 했다. 설문대할망 전설 같은건 제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처음 들었고,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가면 제주도가 다시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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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1-1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멍쉬멍은 첫 몇 장 읽다가 고이 꽂아 두었다는 -_-;;; 왜 이렇게 안 읽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죠. 하이드님이 격찬하신 두번째 책을 보관함에 넣으면서, 놀멍쉬멍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

하이드 2011-01-17 12:34   좋아요 0 | URL
놀멍쉬멍은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었거든요. 편집의 문제일수도 ..하지만 제주올레를 알리게 된 책이니 의미가 깊죠. 근데, 꼬닥꼬닥은 정말 재미났어요. ^^

Joule 2011-01-1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추천 눌렀고 땡쓰투도 누르겠습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인가.

하이드 2011-01-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취향일지는 잘 모르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