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국 수상 애덤 랭의 고스트 라이터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라인하트 출판사의 회장을 만난 '나'는 자신의 장점이 뭐냐고 묻는 회장에게 대답한다.  

저의 장점은 무지입니다.  

라고. 독자들이 정책따위에 관심이나 있는 줄 아냐며,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뽑아 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 위해, 자신의 무지가 장점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로버트 해리스의 책 <고스트 라이터>에 나오는 장면이다.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이 부분에 '오호- ' 공감했더랬다.

바로 다음에 붙잡은 책에서 위의 말의 의미를 찾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도널드 톰슨의 <은밀한 갤러리>를 읽기 시작  

 

 

 

 

 

 

주제가 무려 '현대미술' 이고, 후루룩 봐도 그림은 하나 없고 (?!) 무려 500페이지 넘는 이 책을 덥썩 시작하지 못한 것은 당연할지도. 근데 이 빨간 표지가 자꾸 눈에 밟혀서, 한번 앞에만 슬쩍 읽어볼까. 하며 맨 앞에 나온 지은이의 글.부터 읽다보니 저자가 미술계 사람이 아니고, 그 쪽 분야의 학자거나 한 것도 아님? ' 하며, 뒤늦게 작가 이력을 보니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 슐릭스쿨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과 경제학을 가르치는 석좌교수이자 현대미술품 컬렉터.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하버드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마케팅과 경제학에 관한 책을 여러권 집필하였다. 라고도 한다. 엥? 

이건 경제학자가 쓴 현대미술 이야기인가? 라며 확 찜찜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를 읽다보니, 어느새 나는 이 책에 빠져 있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책 한 줄 읽지 않았고, 뉴욕에 갈 때마다 MOMA보다는 MOMA shop에 열중하고, 런던d에 갈 때면 테이트 모던에서의 감상보다 테이트 모던 꼭대기에 있는 카페에서 야경 보며 커피 마시는게 진정한 목적이 아닌가 싶은 내가 아니던가. ^^;  그렇지만, 어느 도시건 유명한 미술관들은 즐거이 순례하는 편이고, 천안의 아라리요 갤러리에 가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을 보며 '오- !' ' 오 -?' 하는 정도. 의 무지한 관심. 정도라 하자.    

이 책이 도대체가 이유를 알 수 없고, 이해를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현대미술 작품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 경매와 갤러리와 거물들이 펼치는 현대미술을 칩으로 한 머니게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 그 과정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나도 알 정도의 이름들과 거물들의 판이 나오고, 그 중간중간 알 수 없는 현대미술 작품들과 확인 안 된 가십들과 확인된 소문들이 나와 있으니 이 책 묘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이렇게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렇게 재미난 책을 써 내는 것이 바로 '무지'의 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서 '무지'란 그 업계의 사람이 아니라는거지, 저자가 무식한 놈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 마케팅 분야 교수에 그 자신 현대미술 컬렉터이기도 하다.  

대중이 봐서 이해 안 가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쏙쏙 뽑아 준다는 점에서 '무지'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공감.  

여튼, 지은이의 이야기는

소더비 간판 경매사 피터 윌슨과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윌슨은 경매를 반연극, 반도박의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78년 경매장이 연극무대로 변하면서 윌슨을 유명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7점의 인상파 회화 (르누아르, 반 고흐, 마네, 세잔 ) 로 구성된 제이콥 골드슈미트 컬렉션의 위탁 판매권을 따내고, 소더비에서는 경매를 소더비 역사상 처음으로 초대받은 사람만 드레스코드를 맞추어 입장할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로는 서머싯 몸, 커크 더글러스, 무용인 마고트 폰테인 등의 예술계 인사, 폴 멜론, 헨리 포드 2세와 같은 백만장자, 프랭크 J. 굴드의 미망인이자 당시 최고의 미술품 컬렉터로 알려진 플로렌스 굴드 등 유명인사 1,4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여섯번째 경매 작품이었던 세잔의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작품의 최저 수용가 12만 5000파운드였는데, 입찰은 이보다 훨씬 낮은 2만 파운드에서 시작되고, 입찰 싸움은 크뇌들러스의 롤런드 발레이와 폴 멜론을 위해 경매에 참가한 카스테어스의 조지 켈러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입찰가는 22만 파운드까지 올라갔고, 이 금액은 근대미술품이 경매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기록보다 2배나 높은 것이었다고 한다.  

켈러가 마지막으로 금액을 부르자 윌슨은 10초 정도 침묵을 지킨 후 의기양양하면서도 약간은 놀란 듯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더 부르실 분 안 계시지요?"
경매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런 다음 박수가 크게 터졌는데 딜러들과 컬렉터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 경매 현장에 대해 <데일리 메일 The Daily Mail>은 "마치 코벤트가든에서 벌어진 대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 멋진 경매 파티를 계기로 이후 10년간 소더비에서는 인상파 미술품 위탁이 쏟아져 들어왔다.
  

는 이야기.  

 프롤로그는 더 재미나다.  

데미안 허스트의 박제 뱀상어 조각 작품 (제목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이다. 뭔가 제목만 읽어도 머엉 - ) 에피소드로 프롤로그를 채우는데, 이게 완전 흥미진진이다.  

이건 뱀상어를 박제한거고, 무게는 2톤이 넘었으며, 1200만달러의 거액으로 팔아야했고, 이걸 과연 미술작품으로 보아야 하는지 미술계 사람들조차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200만달러라니. 생존 작가중 재스퍼 존스를 제외하고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한 작가는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작품은 팔렸다.'  

저자가 약간 밀당을 안다. ㅎ 어떤 주제이건 일단 글이 재미있어야 읽히는 법.  

이 백상어가 팔린 것은 브랜드 탓이었다고 한다.  

'현대미술계에서는 논리적인 판단력보다 브랜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최고의 브랜드를 여러 개나 달고 나온 희귀작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판매하겠다고 내놓은 컬렉터 브랜드는 찰스 사치
박제 상어의 재판매를 담당하게 된 에이전트는 세계 최고의 유명 미술품 딜러 브랜드인 래리 가고시안 뉴욕 갤러리
구매 가능성이 있는 컬렉터 쪽 브랜드로는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관장인 니콜러스 세로타 경 (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박제 상어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안타깝게도 미술관 예산이 한정)
가고시안이 구매력 갖춘 컬렉터들에게 접근했는데, 구입 가능성이 컸던 컬렉터가 엄청난 부자 헤지펀드 회사 경영자 스티브 코헨. 이라는 브랜드.  

'허스트, 사치, 가고시안, 테이트, 세로타, 코헨. 이제까지 미술품 판매에서 이렇게 유명한 최고 브랜드가 함께한 적은 없었다.'  

여기까지도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더욱 더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작품이 썩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작품 훼손에 식겁한 큐레이터들의 이야기. 허스트가 이것을 새 상어로 바꾸면 이것은 오리지널이냐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이야기.  

여튼, 이 썩어가는 박제 상어를 위에 이야기한 엄청난 부자 코헨이 뚝딱 사 버렸는데 

1,200만달러짜리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많아야 할까. 에 대한 고찰. 스티븐 코헨은 일주일에 1,600만달러씩 벌어들였다고 하니깐. 음...  

이 책이 언제 쓰였는지 안 찾아 봤고, 코헨이 헤지펀드 펀드 매니저라고 하니깐, 혹시 그 사이에 망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저급한 호기심에 찾아봤다. 2010년 포브스왈 미국에서 32번째로 부자인 분이셔 -  

여튼, 이야기는 현대미술의 위상에 관한 모마와 테이트 모던의 이야기까지 이어지고, 오오.. 이런거 재밌어! 이야기는 1200만달러짜리 쇼( 이 금액에 대해서는 아직도 소문이 분분) 를 기획한 찰스 사치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도판이 전혀 없다거나 한 건 아니다.
앞장에 몰려 있는 현대미술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  

 

 

 

문제의 뱀상어!  

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안 읽었으면 좀 후회했을 것 같다며, 성급하게 책에 달려들어 봅니다. 헤헤 -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tty 2011-01-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뽐뿌뽐뿌...ㅠㅠ

edit: 결국 지르고 옴...ㅠㅠ

하이드 2011-01-2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잘 지르셨어요. 함께 읽으면서 현대미술을 씹어 보아요 - ^^

moonnight 2011-01-2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이 책 재미있어요? +_+;;; 저는 하이드님의 리뷰를 보고 구입을 결정하려 했는데 페이퍼에서 바로 맘먹게 되네요. 호호 ^^;;;;; (키티님 따라 질러야겠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