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켄야.  

너무 멋있어서 막 화가 난다. 글을 읽다보면, 아, 이런 분위기, 아 이런 말투, 아 이런 상황과 기분 나중에 써먹어야지. 생각할 때가 있다. 하라 켄야의 글은 정말 버릴 문장이 없이 다 주옥같다. 문장들이 주옥 같은데, 짧은 에세이들 마다 기승전결은 어찌나 스무스하게 사람을 홀리는지. 마구 감탄하고, 황홀해하고, 깔깔대다가 문득 화가 나 버리는 것.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페이퍼는 아니고.  

지금 읽고 있는 <포스터를 훔쳐라 +3> 에 '사진가를 만나다' 라는 챕터  

저자가 매력을 느꼈던 위스키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때는 1980년대 말 경. 역 앞 벽에 붙어 있던 B배판짜리 위스키 광고 사진이었다. 거기 찍혀 있는 바카라 잔 두 개. 하얀 돌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특별히 기교를 부린 구석은 없는데 묘하게 눈길을 끄는 무엇이 있다. 따뜻하고 어딘지 인간미가 있으며 더구나 완벽하게 아름답다.'  

광고 사진은 인물 사진과 정물 사진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정물사진의 경우 렌즈발로 사물의 모습을 도려내어 그 모습이 유독 도드라지게 되며,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만, 아름다움에 제압 당하는 피학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 작품은 사진가 후지이 타모쓰의 작품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하라 켄야가 사토 타쿠라는 디자이너와 함께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 사진을 찍어줄 사진가로 후지이 타모쓰를 섭외하게 되고, 하라 켄야는 이전에 감동받았던 유리잔 사진에 대해  사진가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 그건 잔을 통해서 그 옆에 있는 사람을 찍어 보자는 발상으로 찍었던 사진입니다."
느릿한 말투로 후지이 씨는 말했다.
" 예를 들어 처칠과 스탈린이 아주 흡족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있다고 가정한다면 아주 좋은 술을 마시고 있겠지요. 그런 자리에 놓인 술잔을 찍으면 어떤 느낌이 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촬영한 겁니다. 나도 그때까지는 사람을 찍는 것과 사물을 찍는 것은 전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진 작업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물을 어떤 인격으로 바라보고 찍는 태도는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사물을 찍으면서 그 사물을 사용할 사람 생각하기.
꽃을 만들면서, 꽃을 찍으면서, 그 꽃을 받을 사람 생각하기. 
 

후지이 타모쓰의 위스키 사진이 궁금한데, 구글링 실패; 80년대 광고사진이라니깐 뭐;
대신 후지이 타모쓰가 무인양품 사진 등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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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1-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라 켄야가 누군지 찾아봤더니 무사비 교수네용~!
후배중에 무사비 나온 애가 있는데 아는 교수님인지 물어봐야겠어요 ㅋㅋㅋ
일단 책은 보관함에 넣고...;;;

잘잘라 2011-01-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막 화나고 그러죠. 그래두 그나마 다행(?)인건 그의 얼굴하구 몸매..(마저 훌륭했으믄 어쩔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