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닉 혼비를 좋아한다.
몸과 마음이 꾸질꾸질한 싱글 남성의 심리를 닉 혼비만큼 쿨하게, '영국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는 없기 때문이다.
닉 혼비를 좋아하고, 책에 대한 책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에 대한 책은 더 까다롭게 보는 편인데, 산 지 오래되었으나, 이제야 읽기 시작한 <닉 혼비 런던 스타일 책읽기>는 첫챕터부터 마음에 쏙 든다.
닉 혼비 특유의 위트가 문장마다 절절히 넘쳐난다. 간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완전 몰두하여 킥킥대며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앞부분 열장 정도밖에 안 읽고, 책을 강력추천하는 일은 잘 없지만(... 정말?) 이 책은 앞 열장만 괜찮고, 뒷부분이 다 병신같더라도(그럴리 없잖아!) 책 산 돈이 안 아까울 것이니, 일단 겸손하게 열장 딸랑 읽은 상태지만, 강력추천해본다.
첫챕터에 나오는 닉혼비의 9월 독서목록에는 이언 해밀턴이 쓴 로버트 로월 전기와 샐린저, 그리고 로버트 해리스가 들어가 있다. 시인인 로버트 로월에 대해서는 일단 나는 처음 들어봤고, 전기작가인 이언 해밀턴에 대해서는 워낙 전기물 좋아하기에 관심이 간다.
샐린저.. 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어린대학시절, 미국의 금서니, 캐네디인가 존레논인가 죽인 암살범이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니, 플러스 당시에 개봉했던 줄리아 로버츠와 맬 깁슨이 나온 <컨스피러시>에 나오는 그 <호밀밭의 파수꾼>까지 해서, 이 책을 좋아하리라. 맘 먹고 좋아하기 시작한 작가와 책.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옛날 내 유니텔 아이디가 코울필드였다.
나이 들어서 본 샐린저의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아홉가지 이야기>는 그닥 임팩트가 없었던듯하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긴 했다.
샐린저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옛추억을 되살리는데 그친 반면, 닉 혼비의 책에 나온 '로버트 해리스' 이야기는 꽤나 감명깊었다.(?) 나는 로버트 해리스라는 작가를 무척 좋아하는데, 평소의 나의 독서취향과 조금 다른 작가일지 모르지만, 여튼 좋아한다. 워낙 인물 이야기와 로마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가 아닌 키케로가 주인공인 <임페리움>은 무척 인상깊었고, 언제든지 재독하고 싶은 작품이다. 내가 로버트 해리스를 얼마만큼 좋아하냐면, 국내에 이 작가의 작품이 더 많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임페리움>이 너무 좋았는데, 두번째 작품에 실망할까 싶어 안 읽고 있을만큼 좋아한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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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칼럼에서 다루는 책 가운데 어떤 것들은 친구들, 또는 <폼페이>의 경우처럼, 나의 매제가 쓴 책이라는 지적도 사양하겠다. ..(중략)... 어쨌든 <당신들의 조국>과 <이니그마>의 작가인 매제가 새 책을 낸 것은 5년만의 일이니, 그의 차기작이 나오기 전에 내가 이 칼럼 쓰는 일에서 해고당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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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로버트 해리스가 닉 혼비의 매제라고!! 이건 나에게 거의 ... 뭐랄까... 이영애가 결혼했다! 와 버금가는 쇼킹한 뉴스였지만, '이영애가 결혼했대!'는 여기저기 보는 사람마다 알리고 떠들고 다녔지만, '로버트 해리스가 닉 혼비의 매제래!'는 어디에 떠들어야 좋단 말인가. 핸드폰을 들고 움찔거리다 그냥 다시 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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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새 책을 주면, 읽던 것을 중단하고 그것을 읽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매제를 둔다는 것은 정말로, 진짜로, 유감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가 나보다 더 성공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아니면 내가 싫어하거나,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책을 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매제의 책들은 훌륭하고,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나로서는 세계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억지스럽게 결말을 맞은 스릴러에서 어떻게 벗어나 신작을 쓸 수 있을지 몰라 내심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의 저작 중에서 최고라 여겨진다. 참, 게다가 그는 화산과 로마 하수도 시설을 내용으로 하는, 이 세상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책과 플리니(로마시대의 학자로 저서로는 총 37권의 '자연사'가 있음-옮긴이)의 저서를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그러니 내 여동생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졌다. 지난 3년간 동생은 로마 하수도 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었던 것일까? 동생이 근자에 최고로 꼽는 영화가 <금발이 너무해>인 것도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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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런 가쉽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 해리스의 이야기를 닉 혼비의 책에서 볼 수 있다니, 이건 뭐랄까, 무릎팍 도사에 정우성이 나와서 장동건의 뒷얘기를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무척이나 흥미롭게 간만의 나의 bookQ를 활성화시키는 책이다.
이제 앞에 열다섯장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일단 <폼페이> 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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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혼비처럼, 닉혼비처럼. 내가 이달에 읽고 있는 책들과 산 책들을 정리해보았다.
읽고 있는 책 :








산 책 :








읽은 책 :




근데 ... 그러고보니...9월은 이제 10일밖에 안 지났다. 좋은 시작입니다. ...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