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포스팅이 책잡담과 리뷰이던 때가 있었지... (라고 하니, 꽤 오래전인것 같지만, 아마 한 달을 넘지는 않았을게다.)
좀 안정이 되고 나니, 책이 손에 잡힌다.. (혹은, 책짐에 눌려보니, 이 웬수같은 것들을 빨리 읽어치워야지 하는 마음이 커진 것일수도.)

이사 오면서 인터넷 안 되는 와중에서도, 신간 체크는 매일 했다.
사당 반디에 서식했더랬는데, 잠실 교보에도 정 붙이게 될까?  

오늘 반가운 신간이 나와서, 이야기할겸 밀린 책잡담을 해보려고 한다. (사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간 신간이 좀 덜나오기도 했다. )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어렵게 원서로 구해서 쟁여두었는데,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에서 나와주었다. 환상문학전집 정말 페이스 빠르게 신간 나온다. 잘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책들이 꾸역꾸역 나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환상문학전집의 리스트는 장르문학 전집 시리즈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딱히 수상작이라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장르 보다 '문학'에 방점을 둔, 문학성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마초적이고, 하드보일드다. 내가 딱히 SF 매니아는 아니지만, 하드보일드와 닿아 있는 로저 젤라즈니나 로버트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찾아서 읽는 편.

<스타쉽 트루퍼스> 같은 작품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Forever War>와 함께 읽으면 좋다. (반전소설로 유명한 <영원한 전쟁>과 그 반대에 서 있는 로버트 하인라인. 조 홀드먼은 그의 작품에 <스타쉽 트루퍼스>의 영향을 많이 받음)  

  마크 기로워드 <도시와 인간>
영국 출신 건축학사 마크 기로워드가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도시문화사를 정리하였다.
만만찮은 가격이긴 한데, 요즘 임석재의 <건축,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읽고 있다보니, 그 좌절감과 허공향한 메아리가 끕끕스러워서라도, 이 책이 더 눈에 들어온다.  

 

뉴욕의 모든 초기의 고층빌딩은 최대한의 상업적 수익을 얻기보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설계되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 신문사, 전신회사들의 본사 건물 등이 그러했다. 이 회사들은 각자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자신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거나 판매량을 증대시키는 데 있어서 높은 층수, 화려함, 인상적인 실루엣이 가지는 가치를 알고 있었다. 뉴욕에서 마천루의 광고 효과는 계속해서 중요성을 띠어갔다. 1902년에 세워진 싱어 빌딩, 1911년에 세워진 울워스 빌딩, 1930년에 세워진 크라이슬러 빌딩의 실루엣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p.504 '미국과 마천루의 탄생' 중에서 

 역시 영국출신 필자 존 리더가 쓴 CITIES(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도 이쯤에서 다시 한 번 꺼내봐야겠다. 임석재의 <건축, 우리의 자화상>은 외면하고 있던 이 도시의 쓰레기같은 건물과 그 건물이 나타내는 탐욕을 끄집어낸다. 잔잔한 흙탕물을 휘저어봤자, 쓰레기들이 와글와글 떠올랐다가, 다시 그대로 가라앉고, 쌓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시야를 넓혀서, 마크 기로워드나 존 리더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치유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과 그림그리기 재주가 꽝인 것의 괴리감;;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나오면, 늘 혹한다. 미리보기를 보고, 토끼를 따라 그려보며, 사고 싶은 마음을 달래본다. ^^; 근데, 정말 쉬워보인다!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41인> 4만원대의 가격이다. 이 책을 살 바에야 북디자인을 보기 위한 멋지구리한 사고 싶은 책들이 한두권이 아닌걸.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자기들만의 잔치'(딱히 나쁜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로밖에 안 보인다.  

제디 스미스의 <하얀 이빨> (제목을 뭘로 검색해야 하나 한참 고민했는데, '하얀 이빨'이었어'')
도 나오자마자 반가웠다. (한참 이사중에;) 이 책이 나왔을때, 마침 런던에 있어서 호텔방에서 읽었던 기억. on beauty나 번역되어 나오지, 췟 

  


'일상 = 예술'의 공식을 추구하는지라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역시, 나오자마자 책레이다에 잡히기는 했으나, 뭐, 일단 책정리가 대충이라도 끝날때까지는 당분간 보관함에 담아둘 예정이다.  

 

 

 

 * 덧붙임
알라딘 외서이벤트의 사심에 학을 땐 그 시점 이후로 (그것과 상관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맘에 무지 담아두는 나는 기회 있을때마다 언급), 알라딘에 정 떨어지고, 사심을 버리게 되었는데,

서비스가 무지 좋아졌다. 내가 그간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득을 봤다면,

최근 어느 시점 이후로, 블랙리스트 오브 블랙리스트로 등극한 것 같다.
4년간 알라딘을 남보다 무지하게 많이 (일주일에 4일은 보던 전동네 알라딘 택배 아저씨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왔; 회사로 배달시킬때는 택배기사들 사이에서 '소공동의 김선영'이 도대체 누구냐?는 말이 돌 정도였;)
이용하던 나에게, 몇가지 상당히 심증 가는 그간 없었던 서비스들이 눈에 띈다.

사심으로 '애써' 나를 배제한 알라딘에 이제 더 이상, 지적질하는 심신 피로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시점이다보니,
묘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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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4-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버스에서 보면 왜 그 어떤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 있잖아요- 건물에 문제 있어서 그거 캐다가 어쩌고 하는거,
암튼 [도시와 인간]인용 글귀보니깐 그 에피 생각이 나네요, 괜히 높은 건물을 세우는게 아니었어요-
건축은 진짜 매력적인 분야인데, 너무 문외한이라.. 근데 언급하신 분들 책은 재밌어보이네요!

근데 전 왜 점점 알라딘에 불만이 생길까요-
요즘 포장상태도 어이없고 배송도 늦고, 원래 불평하는 성격아닌데 제가 까칠해지는건지, 알라딘이 소홀해지는건지;0;

Kitty 2009-04-17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ities and People looks great!!! But 43,200 won...(crying)

HAE 2009-04-1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매일 열심히 보기만 하다가 수줍게(?-.-;)인사드려요.
하이드님 덕분에 책장이 곧 무너질 것 같다는..ㅠㅠ
좋은 책 많이 보고 재미난 얘기 많이 보고 가요.

참, 잠실 교보는 개인적으로 좀 정신이 없는 느낌입니다.
없는 책도 많구요. 제가 없는 책만 찾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HAE 2009-04-1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별다방은 롯데백화점 가는 길 갤러리아 팰리스에 있어요.
애매한 위치죠. 갤러리아 팰리스 주민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만들어진 건지. 어딘지 모르게 번거로운 위치에 있어서 가까이
살아도 맘을 먹어야 가게 되는 곳입니다. -.-;

하이드 2009-04-17 15:06   좋아요 0 | URL
네, 고기 알아요. 예전에 러쉬에서 일할때, 잠실매장 방문할때면, 종종 커피 사곤 했다죠. 아시아선수촌 근처에도 있다고 하는데, 어디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고, 오늘은 커피빈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셨네요.

갤러리아 팰리스도 걸어갈만 하긴 한데, 가게될지는 모르겠어요. ^^

하이드 2009-04-1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가봤는데, 제가 서점에 좀 낯을 가리는 편이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정붙이면 정 들겠지요. ^^
간만에 책 이야기 포스팅인데, 뿌듯한 댓글이네요. ^^

키티님, 보고타인거에요?! ㄱ ㄱ ㅑ~ <도시와 사람들> 욕심나죠? 사고 싶을까봐 미리보기도 안 봤어요. 오늘 블로거뉴스 베스트 특종 적립금이 들어왔던데, 음...

포게터블님, 임석재의 책도, 존 리더의 책도 다 좋습니다. 강추!
전 알라딘이 요즘 저한테 너무 잘해줘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이드님이랑 4권이나 겹치다니 뿌듯해요~

carmen 2009-04-1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 아시아 선수촌 근처는 신천역 근천데요 선수촌아파트에 공원이 있는데 공원에서 신천(번잡한거리)쪽으로 길만 건너면 바로 있어요.

하이드 2009-04-18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어딘지 알겠네요. 감사합니다. ^^ 커피빈과 던킨과 스무디킹과 핸드드립 맛나게 하는 곳이 집에서 5분 거리인데, 스타벅스는 갤러리아 팰리스나 아시아 선수촌이나 한 15분은 걸어나가야겠네요. (자전거 타고 가면 5분?)


2009-04-2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 카페 -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이름
노엘 라일리 피치 지음, 릭 툴카 그림, 문신원 옮김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이름 파리 카페>로 되어 있지만, 원제는 Paris cafe : The Select Crowd로, 파리의 카페들이 아니라, 파리에 있는 '셀렉트'라는 카페에 대한 책이다. 글만 후르륵 읽는다면, 30분이면 책을 덮을 것이고, 그림까지 읽는다면,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주로 카페에 있는 인물들의 캐리커쳐와 다른 유명한(이름난/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파리의 카페들에 비해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던 카페 셀렉트에 대한 역사, 사랑, 특징, 인물, 등등의 글과 어우러져 있다.

1925년 바뱅가 모퉁이 몽파르나스 대변에 자리잡아, 지금까지 거의 변한 것이 없는 카페 셀렉트는 우리가 익히 아는 다른 유명한 파리의 카페들처럼(예를 들면 뒤 마고) 당대 유명인들의 세례를 받았다. 보봐리와 사르트르, 앙드레 브루통을 위시로 한 초현실 주의자들, 이사도라 던컨이 접시를 던졌고, 헤밍웨이는 이 카페를 유독 사랑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하기도 한다. (확실히 헤밍웨이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 거처가 죄다 유명하다. 쿠바에서 미국에서 파리까지)

"카페 셀렉트로 갑시다." (제이크 반스가) 운전사에게 말했다.
"몽파르나스 대로요."
우리는 직진해서 가다가 벨포르의 사자상을 끼고 돌았다...
브렛은 정면을 응시했다.
몽파르나스의 불빛이 보이는 라스파유 대로에서 브렛이 말했다.
"뭐,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한 번만 더 키스해줘요. "
- 헤밍웨이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中 -  

파리의 카페'들'도 아니고, 단 하나 '셀렉트'에 무엇이 그리 특별하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곳에 가보기 전에는, 그곳에 살아보기 전에는 알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그리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개성있는 파리지앵들을 담은 캐리커처들 덕분일 것이다. 슬슬 그린듯 하지만, 인물의 개성을 가득 담고 있는 릭 툴카의 캐리커처들은 흡사 사진과도 같이 그 순간, 그 곳의 분위기를 책장을 넘어 전해준다. 

자신만의 카페를 찾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생각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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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책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다... 뜨문뜨문이나마 책을 읽게 되었는데 말이다.
리뷰를 쓰는 것은 소원해졌지만, 지금 찝적대고 있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레너드 코펫의 <야구란 무엇인가>
18,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워낙 레전드로 내려오는 책이었고, 이 책 출간에, 그간 이 책을 보기 위해 힘썼던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듣고나니, 당연히 사야하는 책..으로 마음속에 굳어지기도 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이다. 번역제목만큼이나 거창하게 들리지만, 제목값을 하는 책이다. 이제 앞부분을 읽고 있지만,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 책인만큼, 이번 시즌 야구 보며 사리 쌓일때마다 꺼내서 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다.

'야구가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완전한 인간의 법칙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항상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자연의 법칙은 흐트러지는 경우가 없으며 이를 부정하려고 대들다간 언제나 패배만 맛볼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여기에도 어떤 원리와 원칙이라는 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당사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필자의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야구를 예술로 보는 필자의 야구팬 가이드북. 맘에 드는 접근 방법이다. 3부로 나뉘어 '야구의 현장'(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러닝, 감독...),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 (미디어, 원정 경기, 프런트, 스카우트, ...), '위대한 야구'(동계훈련, 포스트 시즌, 타격 실종, 가장 위대한 투수, ...) 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좋은 야구를 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있다고 해도, 각각의 팬들의 마음에는 각기 다른 정답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전으로 내려오는 이와 같은 야구책의 글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잭 햄플의 <야구 교과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서 분석하고, 혼자 감독하고 이런 경지(라고 '지경'이라고 읽어본다면?)에 오르지 못했다만, 야구의 이런저런 법칙을 알려주는 책도 하나 끼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야구법칙은 무지 까다로와서,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고수인 팬들끼리 토론이 벌어지는 일도 흔한 일이니 말이다.

나는 아직도 '스트라이크 낫아웃'과 '인필드 플라이'가 헷갈리고, 비교적 자주 나오는 '보크'도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투수의 투구 구종에 대한 것도 긴가민가 할 때가 많다. 얘기하고 보니, 더 사고 싶다! 

이 외에 국내 필자들, 김은식의 <야구의 추억>과 같이 국내 프로야구의 레전드들을 소개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러나 나는 기억 안난다는;) 도 있고, 최고 인기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거인의 추억>(최동원 이야기)나 <자이언츠 네이션>과 같은 책들도 있으나 내가 위의 두 책에 이어 고른 야구책들은 좀 다른 분야의 책들이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책의 내가 썼던 리뷰를 찾아보니 http://blog.aladin.co.kr/misshide/692612
하하;;;

생활하면서 야구비유를 남발하는 것은 나뿐일까? 난 좀 남발하는 경향이 없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맞아죽겠지. ^^;  한국의 <피버피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야구와 응원하는 팀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가! 와 거기에서 인생의 쓴 맛을 배우고, 살아 나가는 방법을 아주 웃기게(동시에 눈물도 좀 닦고!) 풀어 놓은 책이다. 현란한 말발을 자랑하는 박민규를 믿고 읽으면 되는 책.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에서 삼진아웃을 당한줄 알았으나, 사실은 투스트라이크 포볼로 1루에 진주해 쉬라고, 삶이 던져준 네번째 볼이었다고 생각해버리고.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주고 있어서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을 주어져 있었던 것이고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리는 기분으로 시간을 향유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 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라고 말해주는 책. (야구비유 쩔지요? 흐흐)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야구감독>







'일본 스포츠 문학의 금자탑'이라 일컬어지는 야구 소설. 자이언츠가 일본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1970년대 말을 배경으로, 타도 자인언츠의 기치를 든 한 감독과 그가 이끄는 꼴지 구단의 분투기를 그렸다. 이야기는 선수와 벤치의 코칭스태프, 구단주와 프런트, 두뇌 대결을 벌이는 그라운드 사령탑 등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라는 책소개의 꼴지구단 분투기라는건 책으로라도 읽고 싶지 않다는 심정에 작년에 나온 이 책을 애써 외면했지만, 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일본의 소설에 나오는 야구는 미국의 그것보다 더 공감간다.

 아토다 다카시 <시소 게임>
이 책의 표제작인 <시소 게임>은 야구장이 배경이고, 야구팬이 등장인물인 단편 미스터리이다.
뒤늦게 일본 (추리) 단편 소설의 거장 아토다 다카시를 알게 되어 버닝하며, 주변에 침 튀기며 선전하고 다니지만, 국내에 나온 3권의 아토다 다카시 책 중 <시소 게임>의 '시소 게임'은 미스터리팬이라기보다 야구팬으로 읽어낸 점이 없지 않다.  

 

교진과 다이요와의 경기장이다. 교진의 광팬인 그는 특별지정석 암표를 사게 되는 바람에 3루쪽인 다이요 응원석에서 소심하게 교진을 응원하게 된다. 경기는 교진이 리드하고, 응원의 즐거움마저 반감된 경기장에서, 그의 생각은 자꾸 뒤에 앉은 남자에게로 흘러간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교진의 자리에서 자주 보던 교진의 광팬이였는데, 올해는 갑자기 다이요를 응원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진행과 '나'의 추리는 교차되어 보여지며, '시소 게임'이라는 기가막힌 결론을 이끌어낸다. 

다른 작품들도 다 재미나지만, 특히 '시소 게임'은 야구팬의 눈으로 보면, 더 와닿을 이야기! 

마지막으로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를 나의 야구책 리스트에 넣는 우를 범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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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BC 야구해설위원 허구연의 오타
    from 개갈안나는 블로그 2009-04-16 21:34 
    몇일전 신촌에 갔다가 '뿌리와 새싹'이라는 헌책방에서 '프로야구 100배 즐기기'라는 제목의 책을 한권 샀다. 저자는 작년 베이지이 올림픽부터 이번 WBC까지 뛰어난 입담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허구연씨다. 나는 사실 하일성의 해설을 더 좋아하는데 이는 객관적 수치로 누가 더 잘하느냐보다는 어릴적부터의 습관 때문일 것이다. 하일성 해설위원이 KBO 사무처장으로 간 이후엔 허구연 해설위원의 해설이 제일 마음에 든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이지만 허구연 해..
 
 
하이드 2009-04-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용어들은 원어를 함께 표기하고 있고,그림도 함께 나와 있어서, 번역이 거슬릴 것 같지는 않아요. ^^
감수자가 있었으면 더 믿음직했을려나요? 근래 나온 야구책들 중에는 <야구란 무엇인가>와 함께 맘에 드는 구성과 내용의 책인 것 같습니다.

하이드 2009-04-2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장바구니에만 들어있고 구매를 못했네요. MLB매니아셨군요. 전 보스톤에서 냄새를 맡았지 말입니다. ㅎㅎ
은어 부분을 엠팍의 어느분이 올려주셨던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땡스투 감사합니다~ 어제 롯데가 박살나서, (오늘도 아마 ㅡㅜ SK 13연패, 기록 세워보자! 흑 ) 야구책으로 도피하고픕니다.
 
너는 무슨 책이냐


You're The Fellowship of the Ring!
by J.R.R. Tolkien
Facing great adversity, you have decided that your only choice is to unite with your friends and neighbors. You have been subject to a ton of squabbling and ultimately decided that someone humble is your best candidate for a dangerous mission. You're quite good with languages and convinced that not all who wander are lost. If you see anyone in black robes on horseback, just run. That's just common sense.
Take the Book Quiz at the Blue Pyramid.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반지의 전쟁''
그리고,
살면서, 스스로를  반지 버리러 떠나는 호빗에 많이 빗대는데, 이 책이 나와서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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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4-0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트 보네거트의 [마더나이트]가 나오며 저보고 pretender라고 하길래, 음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다시 해보니 존 어빙의 소설[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가 나오는군요..

둘다 잘 모르지만 궁금해하던 작가들인데; 괜찮나요? (왜 여기서 질문ㅋㅋ)

하이드 2009-04-0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존 어빙의 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는 원서로 가지고 있어요. 재미나요! 커트 보네것의 <마더나이트>는 따끈따끈한 신간이군요. ^^

치니 2009-04-0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랭귀지에 능하다고 나오시네요 ~ ^-^

Mephistopheles 2009-04-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대한 캣츠비가 나오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르케스의 패스트 시대의 사랑..

하이드 2009-04-0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요? ^^ 메피님, 개츠비요? ^^
치니님, 그저 찍접대기만 할 뿐인지라 ^^; 요정이 나타나 세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그 중에 하나는 세상의 모든 언어 말하고 듣기. 가 끼어 있기는 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9:22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 무슨 병이름인거 까지 기억했는데 ㅎㅎㅎ
패스트 들어가는 책이름이 많다보니 ㅍㅎ
요즘 유머좀 합니다.

Apple 2009-04-0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 나오네요!!! 어릴적에 읽어봤던 소설인데 지금은 가물가물....^ㅅㅠ아핫...
왠지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듭니다!!! 좋았어, 앵무새 죽이기를 다시 읽겠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클림트전을 고민하고 있는데,
모님께서 꽤 괜찮았다는 제보를 해주셨다. 믿고 따르는 하이드가 믿는 지인의 댓글. ^^ 

표값이 근래 미술관람중 가장 비싼 (왜? 환율 때문이냐? 버럭!) 16,000원이다.
무튼, 이번에는 마지막주에 허둥대지 않고, 미리 가보려고, (봄과 어울리는 클림트 전시!) 하던 차에
이런 기특한 이벤트를 발견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내 경우에는 책 찾다가 발견했다규-  

요 시리즈는 가격 맞추기 좋다;; 요리책은 샌드위치책과 국책과 샐러드책이 있을뿐이라
'서양식' 책을 구입. 간단하고, '서양식'이라고 해도, 거창하지 않은 양송이스프 뭐 이런거 나와 있는거 보니, 사 두면 볼 것 같다.  

 

선물포장 책은 .. 요즘 내 관심이 이 쪽으로 쏠려 있으니, 책 한권 사야겠다 싶어 검색하다
이벤트 알게 되었고,
오늘 누군가의 댓글에 올해는 뜨개질 배워서 겨울에 꼭 이쁜 목도리 뜨겠다.고 말했듯이.
선물포장 다음의 관심사가 손뜨개다. (아, 너무 여성스럽다. 하하하) 
 

 
이렇게해서  30,730원으로 (양식, 선물포장, 손뜨개) 이쁘게 3만원 맞춰서 만육천원짜리 클림트 티켓 두장 받을꺼다.
이 티켓의 좋은 점은 서양미술전 도록이나 퐁피두센터전 도록에 딸려오던 티켓처럼 평일 사용이라던가 하는 조건 없이 전시기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티켓과 같다.

클림트전 꼭 가실 분이라면, 책도 얻고, 표도 싸게 받는 이벤트 놓치지 마시길.
선착순 한정.이라는 말을 보면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 서둘러야지! vs. 진짜 한정이긴 한거임?)
보통은 '서둘러야지'가 이기곤 한다.

이벤트는 여기
엄청 때깔나는 클림트전 공홈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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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3-2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이런 빅정보를!!

하이드 2009-03-2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정보죠!! ^^ 전 표 두장 받아서 담주에 일단 한번 가 보려구요. 꽃남 뷰리풀말미잘님과 어울리는 책이 없을 것 같아 우려됩니다만.

이매지 2009-03-2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좀 땡기네요 +ㅁ+

뷰리풀말미잘 2009-03-2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부르는 숲'은 하이드님 선정 100권 리스트에도 들어있더군요! ^^ 요거랑 '아이러브 커피 앤 카페' 두 권은 괜찮을 거 같아요. ㅎㅎ 그리고 없긴 없네요. 요리책이나 한 권 질러서 심심할때 시도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보석 2009-03-3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림트전 보러 갈 예정이라 '이런 좋은 정보가!' 하면서 이벤트 페이지로 날아갔으나...요리고 수공예고 도통 저의 관심 분야가 아닌..OTL

비연 2009-03-3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제 보고 왔는데, 나쁘지는 않았어요..사람이 넘 많아 왕짜증이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