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책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다... 뜨문뜨문이나마 책을 읽게 되었는데 말이다.
리뷰를 쓰는 것은 소원해졌지만, 지금 찝적대고 있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레너드 코펫의 <야구란 무엇인가>
18,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워낙 레전드로 내려오는 책이었고, 이 책 출간에, 그간 이 책을 보기 위해 힘썼던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듣고나니, 당연히 사야하는 책..으로 마음속에 굳어지기도 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이다. 번역제목만큼이나 거창하게 들리지만, 제목값을 하는 책이다. 이제 앞부분을 읽고 있지만,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 책인만큼, 이번 시즌 야구 보며 사리 쌓일때마다 꺼내서 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다.
'야구가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완전한 인간의 법칙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항상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자연의 법칙은 흐트러지는 경우가 없으며 이를 부정하려고 대들다간 언제나 패배만 맛볼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여기에도 어떤 원리와 원칙이라는 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당사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필자의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야구를 예술로 보는 필자의 야구팬 가이드북. 맘에 드는 접근 방법이다. 3부로 나뉘어 '야구의 현장'(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러닝, 감독...),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 (미디어, 원정 경기, 프런트, 스카우트, ...), '위대한 야구'(동계훈련, 포스트 시즌, 타격 실종, 가장 위대한 투수, ...) 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좋은 야구를 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있다고 해도, 각각의 팬들의 마음에는 각기 다른 정답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전으로 내려오는 이와 같은 야구책의 글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잭 햄플의 <야구 교과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서 분석하고, 혼자 감독하고 이런 경지(라고 '지경'이라고 읽어본다면?)에 오르지 못했다만, 야구의 이런저런 법칙을 알려주는 책도 하나 끼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야구법칙은 무지 까다로와서,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고수인 팬들끼리 토론이 벌어지는 일도 흔한 일이니 말이다.
나는 아직도 '스트라이크 낫아웃'과 '인필드 플라이'가 헷갈리고, 비교적 자주 나오는 '보크'도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투수의 투구 구종에 대한 것도 긴가민가 할 때가 많다. 얘기하고 보니, 더 사고 싶다!
이 외에 국내 필자들, 김은식의 <야구의 추억>과 같이 국내 프로야구의 레전드들을 소개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러나 나는 기억 안난다는;) 도 있고, 최고 인기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거인의 추억>(최동원 이야기)나 <자이언츠 네이션>과 같은 책들도 있으나 내가 위의 두 책에 이어 고른 야구책들은 좀 다른 분야의 책들이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책의 내가 썼던 리뷰를 찾아보니 http://blog.aladin.co.kr/misshide/692612
하하;;;
생활하면서 야구비유를 남발하는 것은 나뿐일까? 난 좀 남발하는 경향이 없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맞아죽겠지. ^^; 한국의 <피버피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야구와 응원하는 팀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가! 와 거기에서 인생의 쓴 맛을 배우고, 살아 나가는 방법을 아주 웃기게(동시에 눈물도 좀 닦고!) 풀어 놓은 책이다. 현란한 말발을 자랑하는 박민규를 믿고 읽으면 되는 책.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에서 삼진아웃을 당한줄 알았으나, 사실은 투스트라이크 포볼로 1루에 진주해 쉬라고, 삶이 던져준 네번째 볼이었다고 생각해버리고.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주고 있어서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을 주어져 있었던 것이고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리는 기분으로 시간을 향유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 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라고 말해주는 책. (야구비유 쩔지요? 흐흐)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야구감독>
'일본 스포츠 문학의 금자탑'이라 일컬어지는 야구 소설. 자이언츠가 일본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1970년대 말을 배경으로, 타도 자인언츠의 기치를 든 한 감독과 그가 이끄는 꼴지 구단의 분투기를 그렸다. 이야기는 선수와 벤치의 코칭스태프, 구단주와 프런트, 두뇌 대결을 벌이는 그라운드 사령탑 등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라는 책소개의 꼴지구단 분투기라는건 책으로라도 읽고 싶지 않다는 심정에 작년에 나온 이 책을 애써 외면했지만, 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일본의 소설에 나오는 야구는 미국의 그것보다 더 공감간다.
아토다 다카시 <시소 게임>
이 책의 표제작인 <시소 게임>은 야구장이 배경이고, 야구팬이 등장인물인 단편 미스터리이다.
뒤늦게 일본 (추리) 단편 소설의 거장 아토다 다카시를 알게 되어 버닝하며, 주변에 침 튀기며 선전하고 다니지만, 국내에 나온 3권의 아토다 다카시 책 중 <시소 게임>의 '시소 게임'은 미스터리팬이라기보다 야구팬으로 읽어낸 점이 없지 않다.
교진과 다이요와의 경기장이다. 교진의 광팬인 그는 특별지정석 암표를 사게 되는 바람에 3루쪽인 다이요 응원석에서 소심하게 교진을 응원하게 된다. 경기는 교진이 리드하고, 응원의 즐거움마저 반감된 경기장에서, 그의 생각은 자꾸 뒤에 앉은 남자에게로 흘러간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교진의 자리에서 자주 보던 교진의 광팬이였는데, 올해는 갑자기 다이요를 응원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진행과 '나'의 추리는 교차되어 보여지며, '시소 게임'이라는 기가막힌 결론을 이끌어낸다.
다른 작품들도 다 재미나지만, 특히 '시소 게임'은 야구팬의 눈으로 보면, 더 와닿을 이야기!
마지막으로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를 나의 야구책 리스트에 넣는 우를 범하진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