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좀 천천히 나오려나 싶었는데, 3권, 4권이 나와버렸다. 
내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좋아한다고 지난번 술자리에서 어찌나 침을 튀며 목청을 높였던지

글쎄 선생님께서 이런 책이 있다면서 지름을 부추겼더랬다.  

 

아.. 원서 제목의 간지 ..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소리 내서 읽어 보면 입에 짝짝 달라 붙는다.  

작년말에 이 책에 꽂혀서 로마 관련 책들을 마구 사 모으고 HBO의 Rome을 보며 우울해했었다.

이 책은 로마라는 이전 역사에 없었고, 앞으로 다시 없을 유일무이한 대제국에 대해 그 '쇠망사' 만으로도 3백여년이 걸린 로마 제국에 관한 글로써, 서기 2세기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에서 시작하여 서로마 제국 멸망, 동로마 제국 창건, 신성로마제국 건국, 투르크의 침입에 의한 동로마 제국의 멸망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75년부터 6권이 나오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2권까지 번역되어 나온 책들의 퀄러티를 볼 때, 다음권이 나오는 족족 구매할 것이다. 책의 하드웨어는 꽤나 잘만들어졌다. 겉표지는 펼치면 커다란 지도가 된다. 평범하지 않은 핑크와 청록색의 세련된 표지인데, 그런 트릭까지 감추고 있으니 더 맘에 든다.(정작, 그 지도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긴 했지만,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그것으로 족하다.) 


<로마인 이야기>를 먼저 읽어서인지, 에드워드 기번의 책은 좀 딱딱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그 어느 로마 배경의 소설보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책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씨니컬'을 위한 '씨니컬', 팔아먹기 위한 '시니컬이 아닌, 뭐랄까, 품격있는 시니컬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남의 나라(라고 하기엔 좀 많이 부족하지만) 망하는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얼마나 재미있게 글을 쓰냐면, 그 재밌는 팔코시리즈에서도 외워지지 않았던 무슨우스 무슨우스 하는 이름들이 이책에선 머리에 쏙 들어온다. 그 문체와 가끔씩 억 소리나게 만드는 글은 정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책의 부피가 있다보니, 잠자리에서 한장(챕터)씩 읽어서 예전에 비해 쉬이 다 읽어낼 수 있었다. 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황제들. 그 시초이자 원인인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운 군대(군대는 로마를 강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자, 망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아마 쇠망사에서는 한없이 약하기만한 원로원. 그리고 재미있었던건 시민들의 반응. 폭정에 시달릴때는 죽어 지내지만, 굉장히 거칠고, 자유분방한 기질이 느껴졌다. 
  
로마관련 책들을 좀 더 꺼내 보자면, 

재미있는 소설 


  

 

 

 

 

 


린지 데이비스의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 진짜 재미난데, 출판사에서는 인기가 없어서 더 이상 안 나올꺼라고 한다.
슬퍼라- 로마시대의 일상사를 직접 보듯이 경험할 수 있다. 역사미스터리와 로마시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그야말로 꺄꺄-거릴 많은 소품들이 등장. 이 작품과 HBO의 Rome을 보며,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디테일에 열광했었다.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
폼페이우스, 카이사르가 나오는데, 주인공은 키케로고, 이야기의 화자는 키케로의 노예이다.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특이하고, 그 인물이 지극히 현대적인 것도 재미나다.
이것은 3부작으로 아마 올해 후속작이 더 나올 것으로 여겨진다.

키케로가 주인공이다보니, 그의 명연설이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들이 나온다. 소름 쫙- 끼치는 명연설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HBO의 Rome에서의 키케로도 다시 보인다. 특별히 왜곡했다기 보다는 아무것도 없이 최고의 자리인 집정관에까지 오른 키케로, 한 남자의 성공에 대한 야망 이야기. 항상 최선을 선택하는 소위 '영웅'이기 전에 정치에 능하고 목표를 위해서 최선이 아닌 '차선'도 택하는 유연함과 그에 따른 고뇌가 이 책을 읽는 묘미.  

 

소장욕을 마구 부추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양장본 세트
페이퍼백은 종이가 진짜 후져서 그 책바램이 장난이 아니다. 양장본 세트는 구경도 못해 보았지만, 가격도 가격이니만큼 좋은 퀄러티가 아닐까. 하는 바램.  

 

 

프리츠 하이켈하임의 <로마사>
재미나게 읽을 자신은 없지만, 우리나라에 로마 관련 번역본이 나올때 옮긴이의 참고도서로 빠지지 않는 책이다. 레퍼런스용으로 구비하면 좋을듯  

 

 

 

 

 

커다란 판형의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 중고샵에서 살 수 있다.
나역시 중고샵에서 구한 멋진 시리즈.  

도판과 사료가 풍부하고, 연대기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역시 한번에 읽기 보다는 그 때 그 때 찾아서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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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브라운 2009-01-1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담아갑니다 ^^

Joule 2009-01-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은 그러니까 일본의 에도 시대나 로마 시대에 강한 매혹을 느끼는군요. 전 좀 역사에 무심한 편이라 왠지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주 잠깐, 하이드 님의 뇌에 달린 뚜껑을 으쌰,하고 열어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제국 흥망사 중 어떤 게 더 영리하고 멋지게 써졌어요?

하이드 2009-01-1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리하고 멋있게라.. 일본 여자가 쓴 로마 이야기와 유럽 남자가 쓴 로마 이야기.. 정도로 이야기해도 될까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이야기는 건조한 논픽션, 재미있는 교과서같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위트와 통찰이 있어요.

맞아요, 전 에도시대와 로마 시대를 좋아해요~~ ㅎㅎ

Joule 2009-01-1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미스터 기번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영리한 남자가 좋거든요.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2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셜록홈즈의 이탈리아인 비서관>으로 먼저 소개된 칼렙 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원제는 Alienist 이다. 20세기 전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물론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소외되었다 alienate' 되었다고 생각하여, 그런 정신병리현상을 연구하는 전문가, 정신과 의사를 일컬어 '에일리어니스트alienist'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19세기 후반 뉴욕,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정신질환에 대한 연구로 유명했던 에일리어니스트인 크라이즐러 박사가 어린아이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시어도를 루즈벨트와 담판을 짓고 타임즈지 범죄담당 기자 무어, 최초의 여경을 바라보며 '경찰서에서 일하는' 여자인 새러, 그리고 마커스 와 루시어스 형사와 팀을 이끌며 범인을 잡는 이야기이다. 

뭐랄까, 이 책의 미덕은 너무나 많아서, 절대 한번에 다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떤 것을 얼마나 길게 이야기하듯, 그것은 이 책의 매력의 일부분일 것임을 미리 말해둔다.

우선 '재미있다'. 아무리 유익하고 상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도 교과서가 아닌한 '재미있어야 한다' 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단 이 소설은 재미있다. 19세기 말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19세기 말 뉴욕에 들어간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역사추리소설로, 19세기 말 뉴욕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당대의 심리, 정신질환의 진화기에,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 소수의 의견이자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반발을 일으키고, 거기에 대항해 논리를 펼치는 이야기들은 간만에 지적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그 외에도 로맨스, 페미니즘, 희비극, 유머,정치, 종교, 다문화 등등을 모두 담고 있는 이 책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성공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소설이다.  

시어도르 루즈벨트..그 TR이 맞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시어도르가 각종 범죄와 갱단이 종류별로 판치는 뉴욕에서 경찰청장으로 있으면서 사회개혁 운동을 주도하던 시절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다. 루즈벨트 외에도 실존인물들과 실존건물들(?)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JP 모건이라던가,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건축가 제임스 렌윅이 만든 집이 본부이고, (그 집은 그레이스 성당 -제임스 렌윅이 디자인한 뉴욕의 명물- 맞은편에 있다.), 개혁사상가로 외설 추방운동을 펼친 콤스톡이 나쁜놈으로, '미치광이 소년'으로 알려진 10대 범죄자 제시 포메로이가 연구대상으로,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인디언 운동가의 대가 클라크 위슬러가 크라이즐러 박사의 친구이자 조언자로 나오는 등 많은 실존 인물들과 실제의 일화들이 나오고, 실존인물들은 책 뒤에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워낙에 논픽션 작가이다. 역사소설에서 '역사'와 '소설'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그 소설의 분위기는 꽤나 달라지고, 그 사이에서 적절하게 발란스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데, 논픽션 작가였던 그는 논픽션과 픽션을 섞인지도 모르게 녹아들여서 독자를 끌어들인다.  

남자이면서 여자역할을 하는 소년 매춘부가 온 몸을 묶인채 성기를 도려내서 입에 넣고, 눈알은 후벼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쏟아내고, 오른손을 잘라내고, 엉덩이 살을 도려내는 등의 잔인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똑같은 방법으로 소년 매춘부들이 살해되기 시작하는데, 위에 말했던 크라이즐러 박사가 이끄는 팀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장님이 건초에서 바늘 찾듯이 범인을 찾아 나간다. 이 팀원들이 하나하나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팀원들 외에도 크라이즐러 박사를 도와주는 그의 하인들은 모두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데, '정신병' 감정을 받을 만큼 잔인한 폭행이나 살인으로 크라이즐러 박사와 인연을 맺었던 '환자' 들이다.  

소년 매춘부. 라는 설정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당대의 뉴욕은 경찰도, 상류층도, 미디어도 범죄에 대해서 지금과는 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사회는, 물론 지금도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 시절은 인생에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특수한 기간이며, 어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그들만의 규범과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다. 아이들은 그저 작은 어른으로 간주되었을 뿐이다. 1896년의 법에 의하면 아이들이 제 발로 악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든 말든 그것은 그들이 알아서 해야 할 그들의 일이었다. "

역사소설이라고 지적즐거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스릴도 있고, 서스펜스도 있고, 촘촘하게 짜여진 플롯과 범인 찾기도 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내가 느꼈던 매력을 리뷰로 다 풀어내기는 불가능하다. 딱 하나, 결론이 허무하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결론밖에 있을 수 없다.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에릭 라슨의 <화이트 시티>를 좋아한다면, 이 책 역시 좋아할 것이다.
앞의 두 권이 논픽션이고, 이 책은 픽션이지만, 논픽션 작가가 쓴 픽션이라 논픽션의 느낌 역시 강하다.
다니앨 키스의 <빌리 멀리건>과도 '아동학대'라는 주제로 연결 될 수 있다.  
19세기 말 뉴욕에 관심 있거나,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프로파일링에 대한 현재의 이야기를 보거나 읽은 독자들에게 그와 같은 기법들의 도입, 사상의 출현 당시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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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브라운 2009-01-1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꽤 끌립니다 ^^ 소설책만도 이렇게 밀려버리면 곤란한데 자꾸 좋은 책을 알려주시는 군요 ^^;;

짝짝 2009-01-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사물 좋아하는데- 재미있겠네요 ㅎㅎ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책 읽을때 나중에 옮겨 적을 부분들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한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는 표지도 뷁이고, 양장본, 저 크기에 책끈도 없다. 세종서적 홧팅!

애기 천사들이 있는 책갈피 이용.

 

요렇게 끼우는 거.



책 띠가 있는 경우에는 책 띠를 책갈피로 이용한다.

책 띠도 책갈피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종이도 없을 때는..

 

굴러다니는 나뭇잎을 이용하기도 한다.
바삭하게 마른 한라봉 꼭다리 나뭇잎 -
아.. 한라봉 먹고 싶다. ->훌륭한 결론은 언제나 마지막 줄 - 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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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1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로 책띠를 이용해요.

증이 2009-01-1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저 천사 책갈피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넘 이뻐요...

보석 2009-01-1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띠...아니면 티슈;;

하이드 2009-01-1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 책갈피는 미국에 있을때 서점에서 산 듯 한데요, 미국에서는 서점 카운터에 저런 잡다구리한걸 많이 팔아서 지갑을 열게 만들지요.

그러고보니, 저도 책띠 없을때 티슈도 많이 이용한다는;
 
피츠 제럴드 단편 정리 _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맨 오른쪽이 작년 초에 나왔던 인간희극 출판사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이고
왼쪽부터 올해초부터 우르르 쏟아져 나온 <벤자민 버튼..>들이다. 노블마인, 펭귄클래식코리아, 그리고 문학동네까지.

피츠제럴드 단편 원제의 제목은 <The Curious case about Benjamin Button>이다. 
 

 원서에는 몇가지 버전이 있지만,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과
이번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낸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and other Jazz age Stories가 있다.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고 줄줄이 나온 것은
2월에 개봉하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를 겨냥한 것이리라.
아카데미 어워드에도 거론되고 있는걸 보면
영화에 업어 가려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연한가??)

영화개봉에, 영화제목에 맞춰서
꽤나 이름있는 출판사들이 허겁지겁 같은 작가의 같은 제목의 책들을 그것도 영화 번역 제목을 따라서 내는 것은 왠지 보기 씁쓸하다.

영화가 소개되고, 거기에 맞춰 우리나라의 많은 출판사가 허겁지겁 책을 따라 내고, 거기에 독자가 동조하니,  원작이 있는 영화업계가 많이 성공하길 바란다. 영화 표지 및 띠지의 굴욕에 이은 출판계의 굴욕이다. 이번달 내에 벤자민 버튼 영화 표지 내지는 띠지 있는 벤자민 버튼이 한권 정도 더 나오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1월에 나온 세가지 버전중 승자는 펭귄클래식 코리아의 책으로 보인다. '한정판'이라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예쁜 텀블러와 함께, 피츠제럴드 단편선으로 피츠제럴드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민음사의 책과 겹치지 않는 컨텐츠, 아름다운 아르누보 표지로 어떻게 봐도 위너.  

아, 오늘은 심지어 알사탕 천개를 주는 날로( 문화상품권 5천원으로 바꿀 수 있다.)
펭귄 클래식의 책을 한권 더 하면 예쁜 텀블러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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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9-01-1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사탕에 눈이 멀어 책 사면 후회하겠죠?

하이드 2009-01-1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미 나오자마자 샀을 뿐이고... 땡스투를 보니, 많은 분들이 이미 샀고, 뭐, 그렇슴다-

2009-01-1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pple 2009-01-16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봐요. 얼마전에 교보에 갔더니, 최근들어 주제 사라마구의 책이 두권이 나왔더라고요.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가 개봉하면서, 책도 좀 팔아서 그 영향이 있지 않나...싶은데,
왠일인지 주제 사라마구 책이 나오면 꼭 사는데도 그다지 손이 가질 않네요.ㅠ ㅠ

jiiin 2009-01-2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하네요... 번역은 제대로 했을랑가. 저 중에 완역한 버전이 있나요? 그냥 원서를 살까요...

하이드 2009-01-2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짜피 단편 모음집이니깐, 완역이기야 하겠지요. ^^ 전 펭귄클래식코리아의 버전을 이미 샀지만, 안 샀더라면, 민음사의 피츠제럴드 단편집2를 샀을지도 모르겠어요. 피츠제럴드 책은 원서로 읽어도 좋지요. ^^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세상은 넓고, 책은 많은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남들이 다 좋다는 책이거나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권하는 책을 읽더라도, 그 책과 자신과의 궁합은 어찌될지 알 수 없으며, 그 궁합이라는 것이 '맞춰봐야지만', i.e. '읽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일이라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는 이 전과 이 후에 이미 사이코패쓰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연쇄살인범이니 하는 이야기들을 픽션, 논픽션 가릴 것 없이 질리도록 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하다. 이 책은 논픽션이긴 한데, 소설의 작법을 이용하여, 신저널리즘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소재 자체가 요즘의 독자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은 해가 되면 됬지, 득은 없다고 본다.) 그가 이야기 하는 방식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에릭 라슨의 <화이트 시티> 역시 논픽션이고, 그 자신이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도 있듯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인 콜드 블러드>만큼은 못하지만, 대신 <화이트 시티>는 그 소재가 대단히 흥미롭다. (이 경우에는 이것이 논픽션인 것이 더 큰 재미를 줌) 19세기 후반의 미국. 지금의 젠체하는(난 이걸 좋아함) 겉모습 전에 날 것의 미국이 있었고, 그것이 19세기 후반이다. 이 시기는 유럽이나 미국이나 아시아나 대단히 흥미롭다. 무튼, 미국의 19세기 후반의 그 분위기에 세계 박람회가 열리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세계박람회를 기획한 건축가와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범 홈즈박사의 이야기이다. 실재하는 연쇄살인범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찾아보려면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책은 세계박람회, 시카고, 건축가들,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동시에 함으로써, 묘한 패치워크, 매력적이고 독특한 전체그림을 보여준다.

<인 콜드 블러드>와 <화이트 시티>를 항상 함께 이야기하곤 했는데, 여기에 더해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발견. 야호-
이번엔 픽션이다. 칼렙 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 원제 :Alienist> 가 그것인데, 배경은 역시 19세기 후반이다.
TR( 테어도르 루즈벨트)와 신문기자 범죄 담당 무어, 에일리어니스트 크라이쯜러 박사 (정신 병리현상의 연구가 막 시작될 때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를 에일리어니스트, 지금의 말로는 정신과 의사라고 불렀다.) 가 소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일단, 칼렙 카가 19세기 뉴욕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리서치를 했음을 소설 곳곳에서 알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당대의 애티튜드를 잘 살렸고, 그것이 또 재미의 포인트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 살해에 대한 작금의 미드나 스릴러에 익숙한 나에게 그깟 하류층 어린이가 죽었다고, 그래서 뭐. 하는 분위기. 미디어도 경찰도 죄다 외면. 그런 현실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맨땅에 헤딩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더럽고, 범죄의 온상, 부패, 광기, 갱, 빈민, 정신병자들, 등등이 후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뉴욕의 19세기 후반 모습이 엿보이는 역사적 팩트들을 보는 재미, 사이코패쓰라던가 프로파일링 기법이 처음 생길랑 말랑 할때의 그 논의들!(아, 이런거 너무 재밌다!)  법의학 소설의 창시자라는 오스틴 프리맨의 <노래하는 백골>의 경우, 20세기 초의 첨단과학기법( 지문감식이라던가 섬유분석 등) 이야기는 상당히 지루했다. CSI류의 드라마로 인해 눈만 잔뜩 높아진 독자에게 뭐랄까, 역사의 시작을 본다기보다는 너무 적나라하게 '이게 시초였어' 하는 듯한 이야기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사이코 패쓰, 프로파일링의 시초쯤으로 보이는 정신병리학에 대한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롭다.  

"아니요, 할머니." 나는 빠른 걸음으로 두툼한 페르시아 카펫이 깔린 계단을 내려가며 대답했다. "홈즈 박사예요." H.H. 홈즈 박사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학적인 살인마에 사기꾼으로 지금 필라델피아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범죄자다.
-> 무어가 홈즈박사에 대한 악몽을 꾸고 있는 할머니에게 농담을 건네는 장면인데, 여기 나오는 홈즈 박사가 바로 <화이트 시티>의 주인공인 최초의 연쇄살인범 홈즈 박사다. 바야흐로 미국은 이런 시기였던 것이다.

크라이즐러가 창가로 걸어가더니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블라인드를 완전히 걷었다. "존, 기억할 걸세, 몇 년 전 리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넨 런던에 있었잖아."
"당연히 기억하지." 나는 부루퉁하게 대답했다. 그 사건 때문에 휴가를 망친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1888년 런던에서는 굶주린 흡혈귀가 3개월에 걸쳐 이스트엔드의 매춘부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다 살해한 뒤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 잭 더 리퍼사건이 언급된다. 세계는 바야흐로 연쇄살인범이 막 등장하기 시작하는 시기 

"설마 그 윈슬로가 자네한테 길을 제시해줬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나는 놀라며 물었다.
"순전히 우연이네. 그는 리퍼에 대한 터무니없는 논문 하나에서 사건 용의자를 지목하면서 만약 자신이 살인자의 익히 알려진 습성에 맞아떨어지는 '가상의 인물'(그래, 그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표현했어)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보다 더 낫게 만들 수는 없을 거라고 했지. 물론 그가 염두에 둔 용의자는 무죄로 밝혀졌지만, 난 그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네." 크라이즐러는 돌아서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는 범인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네. 게다가 우리보다 더 많이 아는 목격자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 기껏해야 빈약한 정황상의 근거만 있을 뿐이지. 범인은 어쨌든 몇 년에 걸쳐 살인을 저질렀고 자신의 테크닉을 완벽하게 갈고 닦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졌을 거야.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그런 짓을 저지를 만한 인간 유형을 그려보는 걸세. 그 그림이 완성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증거가 극적으로 중요해질 수도 있네.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 찾는 일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볏짚 다발에서 바늘 찾는 일이 되는 거지."  
->  아마,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로버트 레슬러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더 전에 시작은 이랬다. 이랬을 것이다. 그러니깐, 프로파일링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다.  읽으면서 막 오- 오- 이러면서 읽었다는 ^^;  

이 외에도 이 책의 미덕은 더 많다. 나머지는 리뷰와 책에서 확인하시랍-  <인 콜드 블러드>에서 <화이트 시티>로, 다시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로 이어졌는데, 이 라인이 또 어디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의 장점은 생생한 캐릭터와 플롯이라고 한다. 더 기대된다.어여 마저 읽어야지-
이 작가의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도 일단 보관함으로 들어간다. < ㅑ 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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