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좀 천천히 나오려나 싶었는데, 3권, 4권이 나와버렸다. 
내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좋아한다고 지난번 술자리에서 어찌나 침을 튀며 목청을 높였던지

글쎄 선생님께서 이런 책이 있다면서 지름을 부추겼더랬다.  

 

아.. 원서 제목의 간지 ..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소리 내서 읽어 보면 입에 짝짝 달라 붙는다.  

작년말에 이 책에 꽂혀서 로마 관련 책들을 마구 사 모으고 HBO의 Rome을 보며 우울해했었다.

이 책은 로마라는 이전 역사에 없었고, 앞으로 다시 없을 유일무이한 대제국에 대해 그 '쇠망사' 만으로도 3백여년이 걸린 로마 제국에 관한 글로써, 서기 2세기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에서 시작하여 서로마 제국 멸망, 동로마 제국 창건, 신성로마제국 건국, 투르크의 침입에 의한 동로마 제국의 멸망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75년부터 6권이 나오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2권까지 번역되어 나온 책들의 퀄러티를 볼 때, 다음권이 나오는 족족 구매할 것이다. 책의 하드웨어는 꽤나 잘만들어졌다. 겉표지는 펼치면 커다란 지도가 된다. 평범하지 않은 핑크와 청록색의 세련된 표지인데, 그런 트릭까지 감추고 있으니 더 맘에 든다.(정작, 그 지도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긴 했지만,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그것으로 족하다.) 


<로마인 이야기>를 먼저 읽어서인지, 에드워드 기번의 책은 좀 딱딱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그 어느 로마 배경의 소설보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책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씨니컬'을 위한 '씨니컬', 팔아먹기 위한 '시니컬이 아닌, 뭐랄까, 품격있는 시니컬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남의 나라(라고 하기엔 좀 많이 부족하지만) 망하는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얼마나 재미있게 글을 쓰냐면, 그 재밌는 팔코시리즈에서도 외워지지 않았던 무슨우스 무슨우스 하는 이름들이 이책에선 머리에 쏙 들어온다. 그 문체와 가끔씩 억 소리나게 만드는 글은 정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책의 부피가 있다보니, 잠자리에서 한장(챕터)씩 읽어서 예전에 비해 쉬이 다 읽어낼 수 있었다. 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황제들. 그 시초이자 원인인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운 군대(군대는 로마를 강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자, 망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아마 쇠망사에서는 한없이 약하기만한 원로원. 그리고 재미있었던건 시민들의 반응. 폭정에 시달릴때는 죽어 지내지만, 굉장히 거칠고, 자유분방한 기질이 느껴졌다. 
  
로마관련 책들을 좀 더 꺼내 보자면, 

재미있는 소설 


  

 

 

 

 

 


린지 데이비스의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 진짜 재미난데, 출판사에서는 인기가 없어서 더 이상 안 나올꺼라고 한다.
슬퍼라- 로마시대의 일상사를 직접 보듯이 경험할 수 있다. 역사미스터리와 로마시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그야말로 꺄꺄-거릴 많은 소품들이 등장. 이 작품과 HBO의 Rome을 보며,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디테일에 열광했었다.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
폼페이우스, 카이사르가 나오는데, 주인공은 키케로고, 이야기의 화자는 키케로의 노예이다.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특이하고, 그 인물이 지극히 현대적인 것도 재미나다.
이것은 3부작으로 아마 올해 후속작이 더 나올 것으로 여겨진다.

키케로가 주인공이다보니, 그의 명연설이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들이 나온다. 소름 쫙- 끼치는 명연설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HBO의 Rome에서의 키케로도 다시 보인다. 특별히 왜곡했다기 보다는 아무것도 없이 최고의 자리인 집정관에까지 오른 키케로, 한 남자의 성공에 대한 야망 이야기. 항상 최선을 선택하는 소위 '영웅'이기 전에 정치에 능하고 목표를 위해서 최선이 아닌 '차선'도 택하는 유연함과 그에 따른 고뇌가 이 책을 읽는 묘미.  

 

소장욕을 마구 부추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양장본 세트
페이퍼백은 종이가 진짜 후져서 그 책바램이 장난이 아니다. 양장본 세트는 구경도 못해 보았지만, 가격도 가격이니만큼 좋은 퀄러티가 아닐까. 하는 바램.  

 

 

프리츠 하이켈하임의 <로마사>
재미나게 읽을 자신은 없지만, 우리나라에 로마 관련 번역본이 나올때 옮긴이의 참고도서로 빠지지 않는 책이다. 레퍼런스용으로 구비하면 좋을듯  

 

 

 

 

 

커다란 판형의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 중고샵에서 살 수 있다.
나역시 중고샵에서 구한 멋진 시리즈.  

도판과 사료가 풍부하고, 연대기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역시 한번에 읽기 보다는 그 때 그 때 찾아서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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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브라운 2009-01-1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담아갑니다 ^^

Joule 2009-01-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은 그러니까 일본의 에도 시대나 로마 시대에 강한 매혹을 느끼는군요. 전 좀 역사에 무심한 편이라 왠지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주 잠깐, 하이드 님의 뇌에 달린 뚜껑을 으쌰,하고 열어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제국 흥망사 중 어떤 게 더 영리하고 멋지게 써졌어요?

하이드 2009-01-1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리하고 멋있게라.. 일본 여자가 쓴 로마 이야기와 유럽 남자가 쓴 로마 이야기.. 정도로 이야기해도 될까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이야기는 건조한 논픽션, 재미있는 교과서같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위트와 통찰이 있어요.

맞아요, 전 에도시대와 로마 시대를 좋아해요~~ ㅎㅎ

Joule 2009-01-1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미스터 기번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영리한 남자가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