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두 세번은 서점에 들르곤 했는데, 지난주 이래저래 팍팍했다. 오늘 오래간만에 서점 들러서 간만에 새책 스멜을 맘껏 즐기고 왔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그간 법정 스님의 책을 꽤 여러권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글쎄.. 일단 겉보기에는 법정 스님의 이름보다 출판사의 기획이 더 돋보인다고 해야하나. 마음에 들까 말까 미묘한 책이다.

내용은 튼실할 것으로 생각되나 안에 있는 사진이라던가, 편집이 좀 가벼워 보인다. 그러니깐, 저자가 법정 스님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위화감은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망설망설  

라고 생각하고, 다시 서문을 보니 법정 스님이 쓴 책이 아니라, 어쩐지...
편집부에서 엮은 책이고, 법정 스님이 책에서 언급했던 책을 인용하고, 거기에 글을 달아 놓은 식이다. 법정 스님의 추천 도서라면, 그냥 목차만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각각의 책마다 미묘하게 책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표지와 같은식. 미리보기에서 한 장 더 뽑아 올려본다. 나쁘지 않다, 외려, 신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정 스님'의 이름과 함께, 서점 매대에 다른 법정 스님의 책들과 한 코너 차지하고 있는 걸 보니 위화감 드는건 나뿐일까.
물론 이 매대는 입적하신 후로 재빠르게 생긴 매대일 것이고.



 

 마쓰오카 세이고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책에 관한 책들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온다. 솔직히 말하자. 별로인 책들이 많다. 그 책들을 돈 주고 사서 읽느니, 그 책에 나온 책들을 한 권이라도 읽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그런 책들이 많다. 개중 읽을만한 책을 찾는데는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 이상의 눈품을 팔아야 한다.

또 책책이냐며 책소개 보고 스윽 넘어갔던 책이다. 제목부터가 어째 실용서 같은 것이 딱 눈에 안 들어오지 않는가. 그와 반대로 표지는 트랜디하다.

서점에 서서 몇 장 읽어보니, 급 궁금해져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책소개의 다치나바 다카시를 능가하는 독서가. 라는 건 잘 모르겠고, " 2000년부터 매일 한 권씩 독서 감상을 웹에 올리는 센야센사쓰(千夜千冊) 프로젝트를 1,300일이 넘게 전개하고 있는가 하면, 전 세계 도서 800만 권이 소장될 21세기형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인 웹 도서관 도서가(圖書街)를 구축하고 있다." 라고 한다. 독후감이 아니라 독서에 대한 공감과 노트같은거라는 멘트도 좋았고, '천야천책'센야센사쓰라는 말도 왠지 아라비안나이트 필 나는 것이 멋지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하루에 한권씩 업데이트 한 독서가가 마쓰오카 세이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훑어 내려간 글들이 맘에 들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았다. 제목과 목차는 흔해빠진 실용서 느낌인데, 글은 보이는 것보다 더 진솔하고 읽을만해 보였다는 거. 서점에서는 분명 사고 싶었는데, 목차보니 다시 꺼려지는 구매를 부르는 제목과 목차가 아니라 쫓는 제목과 목차인 것이냐.  

 가와바타 야스나리 <손바닥 소설>

이 책 표지가 느므 귀여워서 '3월의 표지'에 찜해 두었던 건데, 오늘 서점에서 인터넷 서점에서는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를 발견했다.  

내가 과거 미친듯이 좋아했던 책과 책띠가 있다. '나 열광해도 됩니까' 라는 페이퍼를 쓴 걸로 모질라 출판사 담당 편집자에게  A4 용지로 스물세장 (이라는 건 뻥이지만) 길고 긴 팬레터까지 써서 보냈다.

오늘 세계문학전집들을 돌아보면서 대산세계문학총서를 한꺼번에 보니, 아.. 아름답다. 난 전집을 순서대로 모으는건 좀 촌시럽고,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대산세계문학총서라면, 레파토리로 보나, 그 세련된 표지와 딴딴한 만듦새( 아니, 무슨 페이퍼백이 하드커버보다 더 딴딴하나요?! ) 로 보나 전권 다 모아도 (앞에 하얀 표지로 나왔다가 중간에 컨셉이 바뀐건 좀 그렇지만, ) 괜찮을 것 같고, 전권 다 모을꺼다! 아, 삼천포. 그러니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 책에 내가 열광했던 그 얇은 띠지가 둘러져 있다. 이미지 아래 보이는 것과 다른 땡땡이 있는 이쁜 띠지다. 아흥 이뻐. 이 내가 서점에서 그냥 사 올 뻔 했다. (나는 바로드림과 당일배송의 신봉자. 마일리지 티끌모아 책산)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저자의 이름으로 보나 '손바닥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 안에도 슬쩍 보니, 제법 재미있다. 내용으로 보나, 이건 좀 사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내게 얇은 책띠 페티쉬라도 있는걸까, 이번이 두 번 째지만, '나는 왜 얇은 책띠에 열광하는가' 고민해볼 일이다.

윤미나 <굴라쉬 브런치>

신간마실로 나오자마자 소개하긴 했지만, 제목이나 작가 이력이나 눈에 띄었었다.
책에 관한 책 고르기가 힘들듯, 여행에 관한 책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깐. 괜찮은 거 말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여러명이 극찬 했던 책인만큼, 대충 믿고 살 법도 한데, 왠지 다들 좋다고 난리이니깐, 멈칫 하게 된다. 일례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같은 소설은 내 보기엔 그저그런 로맨스 소설로 별볼일 없는데, 알라딘의 몇몇이 극찬하는 책이다.

무튼, 오늘 서점 가서 보니,
일단, 책 표지가 하늘색톤 아니고 회색톤이다. -_-+ 나쁘다는게 아니라, 이미지와 너무 다른거지!
책의 표지와 판형의 느낌이 좋다. 만약 저 사진이 책커버, 반커버였다면 좀 싫었을텐데 (아, 요즘 반커버 왜이리 많이 나오나요. 반커버가 싫어요!) 그렇지도 않은 단정한 느낌의 책이다.

페이지수가 200페이지 조금 넘는데, 사진도 많은듯 하여 글이 얼마나 있을래나 싶었더니,
찬찬히 읽어보지 않으면, 그저그런 사진 곁들인 여행기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더라. 물론 이게 오해인지 아닌지는 읽어보고 판단할 일이지만. 근데, 여기 사진들 또한 느낌이 꽤 좋다. 앞에 폴라로이드 모아 놓은 건 좀 별로였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들의 느낌은 좋았다. 책값은 좀 비싼 편. 12,800원이다.    

 

 

 

어떤 책이 무지무지 좋아서 돌아가실 것 같다. 는 열광들, 혹은 이런 쓰레기 같은 책, 다시 나무로 돌아가버렷! 물론 이런 혹평은 그닥 많지도 않고, 특히 '관심 받는(이라고 쓰고 욕먹는 이라고 읽는다) 혹평'은 주로 내 서재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책읽기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 이 '책읽기'라는 공통의 취미, 생활의 끼니를 가지고 책이야기를 하고들 있지만, 각각의 취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좋아 환장하는 책들의 혹평을 보면 뜨끔하다. 하지만 난 꿋꿋이 좋아하고, 끊임없이 기회 될때마다 이야기한다.  
취향도 다르고, 기대치도 다르고, 각각 책에서 원하는 것도 틀리니깐. 
그러니 책에 대한  열광과 혹평을 '너무' 믿지는 말자. 이건 '굴라쉬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아니고, 내 이야기다.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좋다고 하면 기대치가 높아지고, 오나전 짜증난다고 하면 기대치가 낮아진다. 그러니깐, 누군가의 책이야기를 보고 책을 고르는 것은 그렇게 믿을만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 책팔이 하이드의 누워서 침뱉기.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간 누군가가 좋다고 했던 책들이 100%는 아니라도, 좋은 편이었다면, 그냥 믿고 사보는 것도. (.. 어쩌라고 ^^;;) 나쁘지 않긔.

난 누군가 만났을 때 내 페이퍼나 리뷰 보고 <메데이아> 사서 읽어보았다고 하면, 그 순간 그냥 막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린다. ^^ 가끔 다른 서재에서 '하이드님의 페이퍼에서..' 혹은 '하이드님의 추천으로..'  라는 글을 보면 기분 좋으면서도 약간 가시방석..까지는 아니고 지압방석.. 정도의 긴장감이 생긴다. 별로면 어쩌지. 하지만, 말처럼 어쩌겠는가..  
할 수 없어요.  

그러고보니, 한 권 빼먹었다. 오늘 교보 나들이 하게 만든 책.  

 

올초에 환불했던 <휴먼 스테인>의 새로 나온 양장본을 샀다.
페이퍼백과 똑같은 커버다. 확실히 페이퍼백에서 커버랑 따로 놀아서 불편했던건 덜할듯 하고, 지문이 많이 묻어 지저분해지는건 마찬가지. 책은 단단해지긴 했고, 나는 양장본 취향이므로 양장본이 더 낫긴 한데, 뭔가 딱 맘에 들지 않는다. 글씨가 희미해서. 라고 하면, 님 문학동네에 유감있삼. 소리 들을지도. 근데, 티미하게 보이는 걸. 뭔가 딱 부러지게 말은 못하겠는데, 뭔가 딱 맘에 안 드는걸; 왜 그런가 밝히기 위해 집에 있는 전집들을 끄집어 내보고, 문학동네의 다른 책들도 끄집어 내서 종이나 인쇄나 비교해 보기도 했다.  아, 제본은 튼튼하다. 저 커버 벗긴 상태 보면 알듯이.

처음부터 양장본으로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이 시리즈의 미덕을 하나 찾긴 했다. 인터넷 서점 이미지가 눈에 띈다. 막 까만색 책이라서, 별다른 디자인이 있는건 아니지만, 눈에 띈다. 집에 까만 책 놓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대신 장갑 끼고 볼 것..이란건 농담이지만) 
 
무튼, 연초에 잠깐 인사했다 다시 하드커버로 손에 들어 온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 반갑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도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문학동네에서 사지 싶다. 왠지 계속 까다보니, 정드는 듯. 민음의 세로로 긴 판형도 좀 지겨워서 될 수 있는대로 안 사려고 하는 중이기도 하고. 작가정신인가에서 어마무시한 오탈자로 리콜까지 한 <안나 카레니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작가 정신의 톨스토이 전집 시리즈를 믿고 사도 되는 걸까?  

마무리는 말로군과 블라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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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0-03-14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이드님 늘 오며가며 좋은 페이퍼 잘 감상하고 있어요. 저는 도쿄에 사는 사람인데, 마츠오카세이고는 일본의 웹 상에서도 독서가들에게 꽤 호평받고 있는 사람이예요. 센야센사쯔(저도 천일야화 느낌의 제목이 낭만적이라 좋아요)도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책읽는 국민들 많은 나라답게 출판계 위기임에도 한달에 열권이 넘는 독서잡지[문예잡지가 아니라!] 가 쏟아지는 나라에서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로 주목받는다는 건, 그래도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아닐까 싶어요~ 저.. 광고는 아니예요~

하이드 2010-03-14 03:00   좋아요 0 | URL
올들어 제 눈에 유독 잘 보이는 건지, 올들어 (그니깐 작년후반기부터)일본 독서 관련 책이 많이 나오는건지 꽤 많이 보여요. 이 책도 그 중 하나인데, 일본 출판계가 워낙 주제별로 컨셉 잡아서 책 내는걸 잘하는 것 같아요. 시장이 크다보니, 다양한 책이 나오고, 다양한 독서가들이 있는거겠지요. ^^ 다치나바 다카시 정도가 우리나라에선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 작가였는데요, 최근에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같은 책도 재미있었구요, 이 책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상중의 '청춘을 읽다' 같은 묵직한 책도 좋았구요. 나온지는 좀 되었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 도 있었네요.

독서일기 말고 '일본 독서' 와 '근대'에 관한 책들도 몇 권 눈에 들어와서 조만간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깐 조..조만간요;)

일본의 잡지 시장이란, 어휴- 완전 부러워요. 한해에 두세번은 일본에 다녀오는 편인데, 매일같이 서점가서 잡지 잔뜩 사오곤 해요. 정말 다양하고 알차요.

또 지나가다 2010-03-1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 페이퍼에 하루키의 승리보다 소중한 것 원서 표지라며 올리신 것, 다른 책이에요. 승리보다 소중한 것의 원제는 시드니죠. 올리신 표지는 국내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입니다.

하이드 2010-03-14 13:06   좋아요 0 | URL
알고 있는데, 뒤에 수정을 못 했어요. 두권 다 사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
 

 

예   

 

작년 연말,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휴먼스테인>이 나왔다. 작가의 네임벨류에 비하여, 그간 번역되어 나온 작품이 <에브리맨>이 다였던지라, 반가움에 구매. 그러나 저질제본으로 환불하고, 그 과정에서 읽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다 읽지도 못하고 환불. (이럴때도 재빠른 알라딘 택배) <에브리맨>이라는 비교적 중편을 읽고, <휴먼스테인>을 읽으려니, 처음에 좀 안 읽히기도 했고.. 얼핏 생각나는게, 억울하게 해고당한 교수가 나이 한참 어린 청소부 여자와 사귀고, 작가인 친구가 있고, 인종차별 이야기도 좀 나올랑말랑 하고. 뭐 그랬던듯. 이번에 양장본 나온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 제일먼저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 바로 <휴먼 스테인>이다. 필립 로스와 '죽음'이라는 주제에는 약간 시들해졌지만, (봄이잖아!) 풀지 못한 좋아했던 마음 같은건 어디 안 가고 빛은 덜할지언정 마음 한구퉁이에 남아 있어서 그렇다. 알라딘 밤이 되도 1일배송 안되면, 교보에서 1일배송으로 주문해야지.  

필립 로스 <에브리맨>
신간이 나오면 잽싸게 사는 편이다. (요즘은 안 그런다... 믿거나 말거나) 잽싸게 사고, 잽싸게 정리하고.
정리하는 기준은 앞으로 5년간 다시 안 볼 책. 종이질이 1년간 급격히 변할 책(이라이트!), 분권인책(이건 요즘은 좀 덜해지긴 했지만), 영미원서가 있는 책인데, 신간 쏟아져 나오는 것도 못 좇아 가는 판에, 5년안에 다시 읽을 책은 커녕 1년안에도 다시 읽기 힘든 것이 현실. 아무리 좋아도. 그래도 뭔가 느낌이 딱 와서, 이건 나의 꿈의 서재의 499권 중의 한 권이야. 싶은 책이라면, 쟁여둔다. 근데, 좋은데, 그 느낌이 천천히 올라오는게 있다. 자꾸 떠오르면서 구절이라던가 내용이 생각나는 책. 그래서 다시 주문. 이 경우에 세번까지 다시 주문하는 일은 없어.  

  

데이비드 두쉬민 <프레임 안에서>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이 책 벌써 세번째 쌩돈주고 주문했거든, 오늘 아침에.
두 번이나 선물해버렸는데, 살 책들도 많은데, 자꾸 이 책이 생각나는거지. 난 딱히 사진책에 의존하지도 않고, 카메라를 도구 이상으로 쓰지도 않지만,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하고 사진은 좀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인거야(아, 이 자신없는 말투라니;)  

요즘 테리 리차드슨의 블로그를 염탐하고 있는데, 아,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진인데, 왠지 뭔가 있어 보이는거지. 그게 '테리 리차드슨'이라는 이름을 알고 봐서 그런게 아닌가 몇 번이나 자문해 보아도, 그게 아니라, 뭔가 있어 보여. 그건 아마 이 책에 나온 '비전을 전하기' 라는 것에 찍사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눈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책에도 그런 사진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사진집도 아니고, 사진이 주인 여행기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툭툭 찍어 놓은 사진 같은데, 글하고 잘 어우러져서 굉장히 인상 깊은 그런 사진들.  

 이 책들이 그랬는데, <본격소설>은 말그대로 본격 '소설'이고, 사진은 왜 들어갔나 싶을정도로 뜬금없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글과 맞물려서 가루이자와 흑백사진들이 자꾸 뭐라뭐라 이야기하는 것 같은 거다.
<동경산책> 아, 나 이 책 진짜 웃겨 죽어. 커피빈에서 보다가 막 킬킬거리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게 한 두번이 아니다. 여기도 사진이 뜨문뜨문 나오는데, 동경에 사는 웃기는 소설가 아저씨가 쓴 동경 이야기다보니, 일상적인 사진들인데, 그게 왠지 맘에 들어서 몇장 건너 나오는 사진을 막 신나게 낄낄 거리면서도 속으로 기다리게 되는 거다. 다음 사진을.  그럴 때면, 나도 뭔가 메세지를 전하는 사진, 이야기를 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답지 않은 욕심을 부리게 되고, 그래서 또 저 책 <프레임 안에서>가 사고 싶어졌고, 이번엔 아무한테도 안 줄꺼야.  

로버트 헉슬리 <위대한 박물학자>

나는 이 책이 참 좋은데, 덜 비쌌으면, 더 여러번 샀을거다. 근데, 이 책값은 더 비싸도 할 말 없는 퀄러티.
21세기북스에서 이 시리즈로 쭉 나오는데, 난 역시 이 책이 제일 좋다. 고기 사주는 친구가 내 서재에서 이 책 이야기 한 거 보고, 제목 물어보며 사겠다고 하는데, 고기 사주는 친구니깐, 사심없이 ... 응? 덥썩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주고, 후에 적립금 폭탄 맞았던 어느 달엔가 다시 구매. 책 안 읽힐 때 페이지만 넘기고 있어도 행복하다.   

사람들이 책을 살 때, 그리고 '소장용 책'을 정할 때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내 기준이 바뀐건 번역가 ㄱ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이다. 오래가는 책이 짱이다. 정성들여 만든 딴딴한 책이 최고다. 그런고로 표지 외에도 종이질과 제본을 더 신경 쓰게 되었다나 뭐라나. 물론, 전제는 나를 확 끄는 책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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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3-1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실 바로드림 되는구나. 내일 가서 실물 봐야지. ㄷㄱㄷㄱ
 

 이매지님의 멋진 리뷰를 기억하고 있는데, 문학동네에서 <황금 물고기>가 오늘 다시 새로나온 책에 올랐길래 뭔가 보니 '양장본'이다.  

그간 페이퍼도 한 번 썼고, 소심하게 계속 깠던 불량제본 세계문학전집.
(다시 말하지만, 전권 리콜하고, 다시 만들었다. 그러므로 시중에 있는건 불량제본은 없을꺼다. ... 아마도.)  

 리콜한 후에도 한참동안  교보잠실에는 한동안 쫙쫙 갈라진 책들이 있었고,
 내가 정성껏 2중포장해서 보낸 불량제본 나귀가죽이 교환올때는 책만 덜렁 와서 사감도 생겼고,
 리콜 과정에서 카페에 사진올리고, 글올리며 한역할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성의없는 책포장으로 책을 보낼것 까지야. 인터넷 헌책방도 그보단 더 신경써서 책 보내주는데

무튼, 워낙에 페이퍼백에 커버 있어서 책 읽을 때 불편하고, 오시선 없어서 쭈글쭈글 선 가는 것도 싫고, 표지도 읽었다하면 지문 묻고 지저분해져서 이래저래 맘에 들지 않는 만듦새였더랬다.  새해 첫주문에 무려 네권을 다 환불, 교환 해야 했다는 것이 기분 나빴고, 책을 그따위로 성의없이 만들었다는 것도 기분 나빴다. 싫어하는 펭귄클래식'코리아'의 책도 가끔 레파토리 따라 구매했지만, 문동의 세계문학전집만은 정이 뚝 떨어졌던 상태   

새해 첫주문부터 기대하던 책들이 아래와 같은 상태로 도착했을 때의 그 더러운 기분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환불' , '교환' 싫어하는 편인데, 그 후의 택배기사와의 알라딘 고객센터와의 삽질은 차치하고.
출판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문학전집을 이렇게 만들어 내다니. 후에 서점에서 확인한 바 다 저따위였고,
그리 시끄러워지기 전에 (일단 나부터 닥치고 있었으니) 빠르게 리콜 결정을 하고, 죄다 다시 찍어냈다.  

이제 양장본이 나왔다. 
겨우 20여권 나온 전집이 열린책들의 노선을 따르려는건지, 이 시점에서 양장본이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학동네의 양장본들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걸 떠올려보면, 창비세계문학전집, 을유세계문학전집이나 열린책들처럼 딴딴하게까지는 아니라도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페이퍼백 산 양장본 좋아하는 사람은 좀 짜증나긴할듯.

그럼 이제 나는 <휴먼 스테인>도 사고, 요사의 책도 사고, 미시마 유키오의 책도 다시 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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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1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1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3-1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는 저책들은 저 접지부분이 매끄럽지가 못해요.
저도 얼마 전 책 한권을 주문해서 받았는데 약간 그랬어요.
뭐 바꿀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보기로 했습니다만,
책이 저 정도면 리콜해서 다시 받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하이드 2010-03-11 19:12   좋아요 0 | URL
리콜해서 나온 책이 그래요. 그 전에는 몇몇 책이 완전 재난이었다는.. 리콜해서 나온 것도 붕 뜨죠. 뭐, 교환할 정도는 아니지만, 거슬려요.

사실 <안나 카레니나> 어디 다른 버전으로 가지고 싶어서 고르다고르다 문동껄로 넣어 놓긴 했는데, 양장본 나온다니 그걸로 사야겠어요.

카스피 2010-03-1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양장본도 양장본이 저렇게 될 확률이 높아서 되도록이면 반 양장본을 선호합니다.양장본은 말 그대로 서가 장식용으로만 이용하지요^^;;;;;;;

하이드 2010-03-12 09:35   좋아요 0 | URL
양장본도 만들기 나름이지요. 헐렁헐렁한 양장본은 반양장본만 못하죠. 전 양장본을 선호하는데 (국내 서적의 경우) 외서 경우엔 여러 버전 나오는 경우 페이퍼백 선호했구요(->근데 요것두 양장본 선호로다가 바뀌고 있음) 문동의 기존 양장본이 좀 헐랭헐랭한 편이긴 한데, 이건 어떨까 모르겠어요. 열린책들이나 이번 창비 세계문학같이 짱짱한게 짱인데 말입니다.

구단씨 2010-03-1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문동의 세계문학전집 중 한권을 구입했어요. 양장본으로 나올 걸 알았다면 좀더 기다렸다가 주문하는건데 아쉽네요... ㅡ.ㅡ
사실 저는 책읽기를 잘하는편도 아니고 즐기는 것도 아니라서 소심한 독자라고 해야하지만, 구입하고 싶거나 읽고 싶었던 책이 이런 절차로 나오면 난감해요...이런류의 책들은 되도록이면 양장본을 소장하고 싶었건만.......

하이드 2010-03-1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요. 애초에 계획 없었는데, 뭔가 승부수를 둔건지. 양장이 나오는 건 반갑긴 한데, 먼저 사신 분들 중 양장 원하시는 분들은 좀 그렇겠어요. 이제 세달 지났는데 말이죠.
 

이번주에는 눈에 확 들어오는 신간들이 그닥 없다. 사고 싶은 신간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감당 안되지만, 신간이 덜 나오는 것도 왠지 서운. 그런고로 최근에 나온 세계문학전집들 중 궁금한 책들을 골라 보았다.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  

말그대로 '반쪽 자작' 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쟁에 참가한 자작이 크게 부상을 당해서, 야전병원 의사들이 이리저리 꼬매 반쪽 자작을 만들어 돌려보내는데, 이 반쪽이 악한 부분만 품고 있는 악한 반쪽이었다. 는 이야기, 근데, 후에 선한 반쪽도 나타난다고.

 

 

 

 

이탈로 칼비노의 책은 그래도 꾸역꾸역 나오고 있는 편이다. 이 책만 해도 헌책방 레어 아이템으로 구하는 사람들 많았는데, 신간 나오고 반가웠는데, 알라딘에서조차 무관심- 이제 <존재하지 않는 기사>만 나오면 된다. <우주만화>가 무척 재미 없었어서 손 놓고 있었는데, 강추는 <나무 위의 남작>과 <반쪼가리 자작>이라고 꿈꾸는 듯이 말하던 b님. 그래, 읽어보자.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내가 가지고 있는판은 열린책들의 빨간 하드커버본이다.
다시 봐도 그 책이 가장 나은듯 한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다. 기다리면,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으로도 곧 나올듯.

왠지 도스토예프스키는 열린책들로 읽어줘야 할 것 같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1부 「지하」와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는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마흔 살가량의 남자로, 이십 년쯤 전에 하급 관리로 일했으나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 줄곧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학창 시절의 친구도 없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친분을 쌓지 못해 인간관계라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는 이런 상황에 거의 아무런 불만이 없고 오히려 모든 이들을 혐오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에도 심한 모욕을 느끼며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그뿐,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십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었다. -알라딘 책소개中-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와 같은 대작들이 있지만, 나는 낑낑대며 읽었던 작품들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중편 (장편에 비해서는 저평가 받고 있지만) 들에 애정이 간다. <노름꾼>이라던가 <아저씨의 꿈>, 그리고 <지하로부터의 수기> 같은.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워낙 이전에 나왔던 책들이 많아서, 최근에 나온 몇 권만 보자면,

<노름꾼>이야 미스터노우 페이퍼백에서 양장으로 나왔다쳐도 <최후의 유혹>은 카잔차키스 전집이 양장본으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데, 좀 무리수인듯. <하워즈 엔드>도 마찬가지. 표지 디자인도 거의 변화 없어서 구분도 안 간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좋긴 한데, 새로운 작품에 더 힘써 줬으면 좋겠다.  

연말에 한참 신기한 작품들 나오다가 (로렌스 더럴, 윌리엄 버렐;) 어디나 다 있는 작품들 나오더니, 요즘은 소강상태
종이질 더러운 펭귄클래식의 최근 작품들은

...이건 뭐 검색도 안 되. 알라딘에 몇 번 이야기 했는데, 펭귄클래식 코리아에 유감 있는지, 맨나달 검색 빠트린다.
<햄릿>,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뭐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작품들이긴 하지만, 알라딘을 블로그로 사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인 책검색 안 되면 짜증이 솟구친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와 <저지대>

좀 이해 안 가는 것이 3/10에 인터넷 서점에 떴는데, 4/1 부터 판매다.
4/1부터 판매임에도 불구하고, 메인에 선전도 하고 있던데, 돈 많은 출판사는 다르다고 해야 하나
예약판매도 아닌 것이, 왜 20일전부터 '새로나온 책'에 뜨고 난리인가.

알라딘은 이런책들 용도로 '아무도 보지 않는' '아직까지는 영 쓸모 없어 보이는' '그나마 쏠쏠하던 마이 알라딘을 대체한' '새로나올 책' 카테고리를 만든 거 아니였나?  

무튼, 연말에 20권 몰아 나오고 (저질제본으로 난 좀 정 떨어져서 이 시리즈 안 산다. 후에 리콜하고 다시 나왔지만, 다시 맘이 안 간다.) 마음이 급했나? 세계문학전집 예약판매 하는거( 그 새 바뀌었다.) 는 또 첨 보네. 그러니깐 우리나라에서는. 펭귄 하드백 7개월전부터 프리오더 하는것도 달력에 똥글뱅이 쳤다가 그날 사는데, 당일배송의 시대에 예약판매란? 궁금하다. 이벤트가 딸린 것도 아니고, 가격 개런티가 소용 있는 것도 아니고.

 대산 세계문학총서 아.. 세계문학 카테고리 문학전집에도 안 들어가고 홀로 따로 '외국소설'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아, 문예랑 함께) 시리즈. 이 시리즈는 꼭 다 살껀데, 그래서 그런지, 맘 편하게, 읽을 때 사기로 하고 있다.(그래서 못 사고 있다 'ㅅ' )  

<어떤 여자>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본격소설>같은 일본 근대물. 묵직한 책이다보니, (대산의 책이 늘 그렇듯)
좀 책여유가 생기면 사야지. 하고 있다. (그날이 안 오니, 빨리 사야겠다는 마음도 .. 응?) <한유문집>은 리뷰 써주신 분 있어서 너무 반가워서 서재에 글도 남겼는데, 대산에서 나오는 동양고전들도 늘 욕심난다. 집에 있는건 이백,두보 정도.


 

 

 

 

 

 

 

아, 민음모던 클래식도 최근에 업데이트 되었다.  

 

 

 

 

 

 

 

각각 스웨덴, 아프리카, 이탈리아 현대작가들

처음에 표지 신나게 깠는데, (솔직히 처음엔 많이 별로였다.) 이 시리즈 눈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갈수록 괜츈해지는 표지.
레파토리도 막 모르는 작가들 나와주니, 반갑다. 비호감 시리즈에서 호감 시리즈로 가고 있는 중.  

그 외 관심 신간들 :  


 

 

 

 

 

 

 

<내 손으로 완성하는 패브릭의 향기>는 안에 사진이 예술이던데, 표지는덜 인상적인듯.
바느질에 소질도 관심도 없지만, 사진 때문에 진심 사고 싶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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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뿅뿅 2010-03-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나온책/새로나올책의 구분이 뭔가 싶긴 하더라구요.
예판하는 책은 양쪽에 다 들어가고.
근데 헤르타 뮐러 책들은 예판으로 나오는데요?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은 너무 우려먹는 것 같아서 전 좀 그렇더라구요.
페이퍼백으로 나왔다가 양장으로 나왔다가 몇 번을 바꿔서 내는 건지.

어쨌든 추천 한 방!

하이드 2010-03-11 10:13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까지는 예판 아니었거든요. 그새 바꿨나보네요. ^^

열린책들은 참... 좀 그렇죠. ㅎ 저는 버전이 많은건 좋은데, 그럴꺼면 디자인도 좀 확확 바꿨으면 좋겠어요.

2010-03-11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1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0-03-1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만화는 열린책들 mr.know 판본으로 봤는데, 세계 최고의 책 중 하나였어요 저한텐. 민음사에서 나왔을땐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물을 보고 좀 놀랐지요. 두께가 너무 얇아서! 아무리 판형이 작다해도 미친 편집의 mr.know가 332 페이지였는데, 널찍한 민음사본이 190여쪽이라니요. 원전 자체가 워낙에 여러 판본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듣긴 했는데 그렇다면 또 사야되나 고민중...

하이드 2010-03-1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열린책들 책으로도 두꺼웠는데, 민음사 페이지수가 이상하긴 하네요.
근데, 분량이 저렇게나 차이가 날 정도로 판본이 다른 걸까요? 흠- 집에 있는 영문판본하고 미스터 노우하고 비교해봐야겠어요.

2010-03-12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라마 부자의 탄생 1화를 보다가 드라마 속에 나오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크게 웃었다.

 

드라마속 호텔 벨보이로 나오는 지현우의 엄마가 젊었을 때 하룻밤 불장난과도 같았던 재벌 손호영에게
전화번호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손호영은 급히 공항으로 가면서 가방에서 위의 책을 꺼내 뒷장에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지현우의 엄마는 전화번호가 적힌 위의 책을 깜박 공중전화부스에 놓고 나오고, 재벌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은채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고 있으며, 지현우는 재벌 아버지를 찾아 고군분투한다는 내용. 재벌 아버지 찾기 프로젝트중 하나가  바로 헌책방에서 문제의 책을 찾아서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거라서, 위의 책은 계속 등장하게 된다.(1화 이후 안 봐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여튼 1화까지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원서'가 소품으로 나오는 일은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얼핏 생각나는건 얼마전 'My top 10 book cover' 에서도 언급했던 '꽃보다 남자'의 루이(오구리 슌)이 수업 땡땡이 치고 비상구 계단 같은 곳에서 덮고 자는 책으로 'Great Gatsby'가 나오기도 했다.   

  

그 때 나왔던 책은 이 책. 펭귄 1998 페이퍼백 버전인데, 정말 레전드로 예쁘다.
꽃남 화면 저장해 둔거를 찾으려고 하드를 다 뒤졌구만, 그건 실패하고, 집에 있는 책사진으로 대체. 꽃남을 다시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 장면을 찾고야 말겠어. 불끈.  

무튼, 부자의 탄생에 나온 표지를 보고 웃었던건, 반가워서이다.

드라마에 나온 판본의 표지는 그간 나온 '위대한 개츠비' 표지 중에서도 아이코닉한 표지이다.
수없이 많은 북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위대한 개츠비> 난 역시 내가 가지고 있는 위의 펭귄책을 가장 좋아하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그러니깐, 영미권 독자들) '위대한 개츠비' 하면 딱 떠오르는 표지가 바로 드라마에 등장한 이 책의 표지인 것이다.

 

위의 표지에 대해 더 말해보자면, 강렬한 파란색 밤하늘의 컬러 위에 아르누보풍의 슬픈 눈이 그려져 있다. Francis Cugat이 디자인한 표지로 피츠제럴드도 이 표지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생각해 그의 글에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하고( 피츠제럴드 글 모음 책 가져간 엠군아, 혹시 그 책에 표지 이야기 있습니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표지중 하나. 라고 한다.  

생각난김에 그간 나왔던 <위대한 개츠비> 의 표지들을 모아 보았다.  어떤 표지가 맘에 드시나요? ^^

사진은 클릭하면 커져요.





아래는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나온 <위대한 개츠비>들.
우리나라 책 중에서는 아무래도 역시 민음사의 호퍼 표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위대한 개츠비> 하면 딱 떠오르는 표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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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3-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펭귄 표지는 정말이지 한참을 뚫어지도록 보게 만드네요. 아름다운 여인네가 누워있는 흑백표지도 맘에 들고요. 하지만 ㅋㅋㅋ 역시나 드라마에 나온 표지가 압도적입니다.

하이드 2010-03-10 13:49   좋아요 0 | URL
전 예전 오렌지판도 좀 욕심나요. ^^ 파란 표지가 인상깊긴 하지요? 자꾸 보니 가지고 싶다는.

stella.K 2010-03-1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전반적으로 울나라 표지가 낫지않나 싶어요.^^

하이드 2010-03-10 13:53   좋아요 0 | URL
독특하시네요.

stella.K 2010-03-10 14:25   좋아요 0 | URL
흠!

Kitty 2010-03-10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맨 위 왼쪽에 모자 잡고 있는 여자랑 맨 아래 오른쪽 두개 (샴페인이랑 여자 옆모습) 찜이요!
우리나라 표지는 역시 말씀대로 호퍼인거 같아요 ㅋㅋ

하이드 2010-03-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샴페인 표지 좋아요! 여자 옆모습 표지의 비밀을 오늘에야 알았어요. 이미지 검색하다가, 나중에 한 번 올릴께요. 전 진짜 깜놀. 워낙 단순한 인간이라;

민음사 표지. ㅎ 오래되고 양 많은게 짱이죠.

분다 2010-03-1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전드로 예쁘다는 표현에 공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