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삥뜯은 선물 받은 이유 :

내가 불씨를 지폈는데, 그걸로 인연을 만들더니,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 잘 됐음 좋겠군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음?! 잘되면 복비나 .. 했더니, 책 사줬다. 쌩유-

거참, 그런 인연에 우연에 우연이라니. 이건 뭐, 뱅기 옆자리에 멋진 남자 앉을 확률보다 더 낮은 그런 확률 아닌가?
세상 참 좁다.로는 설명 안 되는 기가 작동한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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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4-12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신의 즐거움, 으로 읽었어요.

하이드 2010-04-12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바뀌었는지 테스트, 테스트

독신도 즐겁죠~ 룰루~

세실 2010-04-1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참 예뻐요. 님이 잘되었으면 좋겠어용..

하이드 2010-04-12 10:09   좋아요 0 | URL
이미지도 멋졌는데, 실물은 더 멋지네요.

올 한해 .. 벌써 3달이 후딱, 잘 되야 할텐데 말입니다. ^^

글샘 2010-04-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빨간 이쁜 책이라고는...
수전 와이즈 바우어가 좋아졌어요. 이유는... 나이가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는 것. 학교를 제대로 안 다니고 혼자 공부했다는 것. ^^
나이가 나보다 어리니깐, 이 사람 책을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죠?

하이드 2010-04-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좀 묘한 이유이긴 하지만, 아마도요. 또 흔한 독서에 대한 책인가 했는데, 미리보기로 보니, 재미있겠더라구요.
묵직하니 예쁜 빨간책이에요. ^^

blanca 2010-04-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색 향기가 뭉클뭉클. 하이드님 페이퍼에서 연애 얘기를 읽게 되니 저까지 흥분되네요. 아..궁금타.^^;;

하이드 2010-04-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게 제 이야기도 아니고, 저는 그냥 중간에서 책을 얻었을 뿐임 'ㅅ'
그리고 책 준 쪽도 분홍빛은 아니고 ^^; 좋은 인연. 정도라고 해두죠.

루체오페르 2010-04-1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인연, 좋죠.^^
좋은 사랑만큼 찾고 얻기 힘든 것이 좋은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역시 사랑을 떠나 좋은 인연이 충분히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사이에 우정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더군요;ㅋ

카스피 2010-04-1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복비는 옷이 아닌가요? 책은 넘 약소하네요^^

mannerist 2010-04-1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하, 이게 당췌 와이 더 헬 핑크 컬러 시츄레이션인가요?? ㅡㅜ
 
마크스의 산 2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기대가 무척 큰 작품이 그 기대를 넘어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마크스의 산>이 그렇다. 아마 평범한 일개독자인 나의 상상력과 기대가 작가의 커다란 이야기와 그림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5년이 넘게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작품이 손안의책에서 새로 출간되었다. 당장이라도 읽어치울 것 같았지만, 하루면 읽을 줄 알았던 상,하권 두권의 책을 일주일 가까이 붙들고 있었다. 전작인 <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읽다읽다 포기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 역시 그 과인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독성과 재미는 리오우>마크스의 산>황금을 안고 튀어라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확실히 재미도 있고, 잘 읽혀 나가는데, 문장을 읽고 또 읽고 씹어 읽게 되니, 천천히 읽게 된다. 그러니깐 내 경우에는.

이 책은 경찰소설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소설을 좋아해서 찾아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간 읽어왔던 경찰물 중에서도 단연 탑2에 들어갈 것이다. 고다형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좇는 7계의 모습은 얼마나 실감나는지.

하루가 끝나고 남은 것은, 아무런 성과 없이 아오야마 장례식장에서 시간을 죽인 히고 일행의 찌푸린 얼굴, 자기라면 더 잘 햇을 거라 말하고 싶은 듯한 모리의 불만 가득한 얼굴, 이놈이나 저놈이나 바보들만 모였다는 아즈마 페코의 김이 샌 얼굴, 본청 팀에게 덮어놓고 몰아세워진 관할서 수사 요원들의 불쾌한 얼굴, 그리고 변함없이 바싹 마른 숙주나물 같은 하야시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284-   

각각의 인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 그들간의 애증, 자신과 조직에 대한 회의, 경멸. 다른 무엇보다 '사건'위주로 돌아가는 그들의 피폐한 삶. 범인을 찾고, 범죄를 막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 인간 세상의 범죄와 인간이 만든 법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 법을 운용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믿을 것이 못된다.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생활을 하기 위한 '신념'을 받쳐주는 것들이 연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썩을대로 썩고, 과연 이렇게 삶을 불태우고 나서 한줌 재라도 남을까 싶은 그런 안쓰러운 삶이다.  

탐정소설에 등장하는 멍청한 경찰같은건 없다. 각각의 인간적 단점을 가지고 있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완벽한 것 이상을 하지 못했던 것에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명석하고,직관적이며, 집요하고, 경쟁적이다.  

이 책을 읽는 몇가지 포인트가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것이 뭐라도 주의깊게 읽을 가치가 있는데, 첫째로 위에 이야기한 경찰 각각에 대한 이야기, 둘째로 조직의 알력.정계,재계와 검찰청, 그리고 현장의 부딪힘. 고다형사는 중간엘리트로 현장을 담당하는 수사과장과 형사들 사이를 잇느라 힘들고, 수사과장은 나름대로 현장과 커리어들 사이를 중재하느라 힘들다.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경찰이라는 하나의 조직이라는 것은 이상하다.고 고다가 그랬던가. 셋째, 고다 형사의 친구이자 전매부는 이혼한 아내의 쌍둥이 남자형제이다. 검사로 일하는 그와 고다는 대학시절 등산친구였다. 이들의 관계가 미묘하다. 서로의 모습에서 여동생과 전아내의 모습을 보는지도 모르겠고, 검사와 형사라는 위치에서 정보를 나누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애잔한 관계다. 고다가 '애달프다' 라는 말을 이 책 통털어 두 번 정도 사용한 것 같은데, 고다라는 남자와 어울리지 않는 이 '애달픈' 감정은 모두 이 남자에게 쓰여진 표현이다.  

넷째, 산. 제목에도 들어 있는 '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중요한 장치이자 역할을 한다. 마크스의 산도 히로유키의 산도 고다의 산도..그 중 고다의 산은 이야기와는 그리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인상깊었다. 이 책을 목숨걸고 산행한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목숨 걸고 미친듯이 산행에 빠졌던 아빠가 떠올랐다. 그렇게 산을 오르는 심리, 그렇게 혼자 나아가게 하는 힘. 산을 타는 것은 좁은 것인가, 넓은 것인가. 산은 밝은가, 어두운가.

다섯째, 범인. 우리는 미드와 일드와 뉴스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에 어느정도 무뎌져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 범인을 사이코패스.라고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아닐지도), 어느 정도 스테레오 타입을 가지고 있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의 모습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적어도 나는) 근데, 이 작가, 이 범인의 마음 속을 파고든다. 감정이입이라던가, 미화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선과 악의 판단을 '법'에 근거하여 내리기는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코인로커앞 어떤 장면에서 나는 그의 모습과 독백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독자에 따라 이 어두움에 대한 우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종국에는, 범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는 상황 앞에서, 혼란스럽고,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고다와 7계의 형사들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도.  

마지막 책장의 여운을 가슴에 담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간다.
이번엔 좀 더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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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각보 미래그림책 15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1월
구판절판


할머니의 조각보
조각보를 좋아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샀던 그림책이다.
친구의 집 침실에는 친구의 엄마가 친구가 아기때 떠 줬던 크로쉐 조각보가 있다.

노란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그 조각보가 참 부러웠다.

사람들로 가득한 배가 도착합니다. 그 배가 향하는 곳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배 안에서 처음 도착하는 낯선 곳을 바라보고 있는 꼬마 아이가 눈에 뜁니다.
세피아톤의 부드러운 콩테 그림 사이에 빨간 두건과 녹색 치마를 입고 있는 아이입니다.

안나 증조할머니가 처음 미국에 올 때
증조할머니의 아버지는 마차 짐꾼을 했고, 나머지 식구들은 종이꽃 만드는 일을 했어요.
러시아와 달리 거리는 붐볐고, 모두 바빴습니다.

안나 증조할머니는 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여섯 달쯤 지나 영어를 할 줄 알게 되었지요.

모든 것이 변한 와중에 변하지 않은 것은
안나 증조할머니가 입고 있던 옷과 머리에 쓰는 '바부슈카' 였어요.
(머리에 쓰는 두건을 '바부슈카'라고 하나봐요.)

증조할머니는 바부슈카를 치켜들고 나풀거리며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답니다.

안나 할머니가 점점 자라 옷이 작아지자
증조할머니의 작아진 옷, 바부슈카, 블라디미르 삼촌의 셔츠, 하바라 숙모의 잠옷,
나타샤 숙모의 앞치마를 꺼내어

증조할머니의 어머니는 새 옷을 만들었어요.

"이 옷으로 조각보를 만들어야겠구나. 고향 생각이 나게 말이야. 그러면 밤에 손잡고 춤추던 식구들도 여기에 있는 것 같을 거야."

이웃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옷에서 동물 모양과 꽃 모양을 오려내었어요.
조각보 가장자리는 증조할머니가 쓰던 바부슈카로 마무리 지었답니다.

금요일 저녁, 안식일 기도를 하고,
식구들은 흰 빵과 닭고기 스프를 먹어요. 식탁에는 바로 그 조각보가 있습니다.

아가씨가 된 안나 증조할머니에게 증조 할아버지가 될 샤샤는
조각보 위에서 청혼을 해요.
'손수건에 금화와 말린 꽃, 돌소금을 싸서' 증조할머니에게 주었어요.
금은 부자를, 꽃은 사랑을, 소금은 향기로운 삶을 나타내는 물건입니다.

금화와 말린 꽃, 돌소금을 손수건에 싸서 주며 청혼을 하다니, 와-

결혼하던 날, 조각보는 신랑, 신부를 씌워 주는 천막이 되었어요.

이 천막은 네 개의 장대 기둥이 받치고 있는데, 유태인 결혼식에 쓰이는 '후파' 라고 한답니다.

조각보에 눈이 가장 먼저 꽂히지만, 세피아톤의 그림들도 놓치지 마세요.
화려한 무늬와 생기넘치는 표정과 동작들이거든요.

할머니 칼이 태어났어요.
조각보로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할머니 칼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요.
바로 우리 어머니인 메리 엘렌입니다.

증조 할머니가 나이가 들었을때는 조각보가 무릎이불이 되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인 메리 엘렌은 아가씨가 되요.

그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는 짐작할 수 있지요?

무려 6대에 걸친 조각보의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이민온 한 가족의 이야기이이기도 하고.

나의 증조할머니부터 간직해 온 조각보는 나,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의 추억뿐 아니라
떠나온 고향, 남겨둔 가족의 추억을 담고 있는 조각보.

연한 노란바탕의 세피아톤의 아련하고 부드러운 그림책 페이지 페이지 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알록달록한 조각보가 너울너울 춤을 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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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4-1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위의 바이얼린이 생각났습니다.

하이드 2010-04-1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잌, 생각이 날듯말듯 하네요. ^^ 이민온 러시아인들 이야기였던가요?
 

어릴적 홈즈와 루팡,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으며, 나는 그 위대한 탐정과 도둑과 할머니에 열광하면서도 내심, '이건 불공평해'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위대한 탐정물에 등장하는 바보같은 경찰들 때문이다. 뛰어난 추리와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늘 탐정이다. 그래, 내가 읽고 있는 것이 탐정소설이니,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찰들이 하나같이 바보스러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반발. 내 주위에는 셜록 홈즈도, 포와르 경감도, 마플 할머니도 없는데, 사건이 생기면, 바보 경찰을 찾아가야 한단 말인가. 하는 지극히 어린 시절다운 마음.   

물론 나는 지금도 셜록 홈즈는 물론이고, 필립 말로와(레이몬드 챈들러), 루 아처와 (로스 맥도널드), 매튜 스커더( 로렌스 블록) 등의 우울한 탐정 캐릭터에 열광하지만, 어릴적 바보경찰의 선입견을 깨준 경찰소설들에도 똑같이 열광한다.

방금 막, 지금까지 내가 읽은 최고의 경찰소설 중 하나인 <마크스의 산>을 끝낸 기념으로, 내가 좋아하는 경찰미스터리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경찰물을 나누는 애매한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경감물'이란건 보통 이야기하지 않지만, '경감물'과 '경찰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경감물'에 속하는건, 경감의 카리스마가 사건해결의 주인 경우, 대표적인 예로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나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는 내 볼 때 경찰물이라고 하기 뭐하다. 같은 경감이 주인공이라도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나 JJ 매릭의 기데온, 마이 슈발, 펠 바르의 마틴 벡이 등장하는 소설은 '경찰물'로 분류한다. 개인적인 심상이고, '경감' 이라고 했지만, 각국의 경찰직급이 다 달라서 대충 '경감'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위에 언급한 인물들이 다 '경감'인건 아니라는 것도 이야기해둔다.   

**********************************************************

나를 처음 경찰물로 빠지게 한건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다.  

주구장창 번역되어 나오는 <경관혐오>를 제외하곤, 국내에 읽을만한 번역본이 그닥 많지 않고, 그나마 절판이라 아마존에서 왕창 구해서 읽어야 했는데,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를 배경으로 87분서의 형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이 시리즈는 '87분서 시리즈'라고 일컬어지긴 하는데, 굳이 많이 나오는 형사의 이름을 대자면, 케레라 형사다. 어느 한 명의 카리스마보다는 각각의 장단점을 잘 묘사하여 사건을 해결하게 하는 것.이 바로 경찰소설의 매력. 이 시리즈에서 특히나 매력적인 것은 아이솔라라는 도시 자체이다. 뉴욕이 배경인듯한 이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무정과 그것을 지켜보는 도시의 모습이 엄청 멋지게 표현되어 있다. 

 마이 슈발, 펠 바르의 <웃는 경관> 은 스웨덴의 '87분서 시리즈' 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이 부부는 스웨덴에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번역한 역자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1년에 한번씩 출간한 마틴 벡 시리즈에서 마틴 벡이라는 살인과 주임을 둘러싼 개성 강한 경찰들의 모습에 더해서 스웨덴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에 대한 사회비판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후 스웨덴 사회의 변천을 마틴 벡의 생활이며 그가 뒤쫓는 사건에 의해 묘사해보려고 한다는 장대한 계획이다. 1965년부터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썼고, 애석하게도 펠이 1975년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 시리즈 9에서 멈춘걸로 알고 있다. 사회비판이라고 해서 무거운 미스터리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유머러스하고, 부부작가라 그런지 가족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얼마전 신간마실에서 소개한 <맨발의 청춘>의 후지와라 신야가 로맨스 소설과 추리 소설을 많이 썼는데, 그 중 '일본의 87분서 시리즈'라 불리는 신주쿠 경찰 시리즈를 썼다. 그 시리즈 번역되면, 내가 정말 열심히 봐줄텐데, 어디 소개해줄 출판사 없나요?  

무튼 일본 미스터리 중에는 경찰물이 많이 소개되었으니 후에 모아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서양 경찰물을 마저 이야기하면,  

J.J. 매릭의 기데온 시리즈
스코틀랜드야드(영국의 경찰조직)의 기데온은 아마 경찰, 경감소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경찰이 아닐까 싶다. 기데온의 리더쉽, 기데온이 통솔하는 경찰들, 그리고 사건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문제와 같은 경찰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87분서 -> 마틴 벡 -> 기데온의 순서로 초반에 버닝했더랬다.
어렵사리 미국 헌책방에서 몇작품 더 구해두었지만, 동서미스터리에서 이렇게 소개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할지도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시리즈이다.
러시아소설 못지 않은 생소하고 긴 이름 퍼레이드인 아이슬란드 소설이다.
별로 안 팔렸을 것 같은데, 매니아들의 강추리스트에 늘 올라 있는 작품이고, 영림 카디널에서 근성으로 3권이나 내 줬다! 에를렌두르를 중심으로 형사들 이야기가 골고루 나오지만, '아이슬란드'라는 다소 생경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매력, 엄청나게 춥고, 고독하고, 꿈이라는건 밤에 잘 때도 없는 그런 막막한 느낌이 세권 모두를 꿰뚫고 있다. 발랄한 거 찾으면 코지 미스터리나 읽으시던가.
경찰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박봉에 야근에 피곤하고, 여기저기서 쪼이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죽도록 일하지만, 덕분에 가족이고 뭐고 다 떠나 홀로인 '고독'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에를렌두르 시리즈는 아마도 정점.  

이번엔 러시아다.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아나스타샤 시리즈. 이 시리즈도 작가도 무지 독특하다. 저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는 전직경찰중령, 사건 분석가, 심리학 박사, 러시아 초대형 베스트셀러 추리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 속 모스크바 경찰국 강력계 사건분석가 아나스타샤 역시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 강력계 여형사에 대해 어떤 스테리오타입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나스타샤는 만성 허리통증에 괴로워하고, '공포'와 '모욕감'외에는 느끼지 못하는 자신은 비정상이 아닐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히어로의 모습보다는 반히어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등장인물과 배경이 '러시아'라는 것이 이 소설의 무게를 더한다.  

코넬 울리치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경찰물로만 분류하기는 좀 껄끄럽지만, 중간의 경찰 활약과 형사가 주인공이니 억지로 우겨 넣어 본다. 위에 내가 말한 경찰물의 특징에서는 좀 벗어나긴 하지만, 뭐, 코넬 울리치니깐.
서스펜스, 여러 각도로 보는 약해빠진 인간의 모습, 초현실, 거기에 더한 경찰물의 색까지
여러모로 독특하고 우울한 소설이다.  이 이야기 읽고,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하는 몇몇을 봤던지라, 추천..까지는 못하겠고, 그냥 이런 소설이 있다.는 정도만 이야기해둔다.  

아, 쓴다고 썼는데, 서양쪽은 아이슬란드,러시아,스웨덴까지 돌고 돌아 내가 아는게 여기까지 밖에 안 된다.  

일본쪽으로 넘어가면, 꽤 많다. 아직 읽지 못한 소설도 있고, 아마 내가 모르고 있는 번역작품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번역되고 있으니깐. 한번 빠지면 재미가 꽤 쏠쏠하다.  

이제 막 마지막장을 덮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 을 제일 먼저 이야기해 본다.

추리소설 처음 읽기 시작할때부터 'must-read'였으나, 절대 구할 수 없었던 레어테이었던 <마크스의 산>이 새로 출간되었다. 어떤 작품인지 짐작도 안 갔으나, 읽어보니 경찰물!이었다!
작품에 주인공격으로 등장하는 형사 고다는 어쩌다보니 큰 사건 몇 건 해결했고, 어쩌다보니 100대1의 승진시험에 붙은 중간엘리트격으로 취미는 등산이다. 사건과 자신과 형사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최고의 읽을거리. 그리고 고다가 있는 7계 형사들 각각에 대한 묘사가 그야말로 베일정도로 예리하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호오 없이 장점과 단점을 지닌 보통의 고단한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다. 범인으로 나오는 인물의 심리에 대해서도 징그러울 정도로 파고들어서, 악랄한 범죄자인건 분명한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동정의 여지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는데, 어떤 판단도 섣불리 내릴 수 없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책은 잘 안 읽힌다고들 이야기한다. <황금을 안고 튀어라>에 비해 잘 읽히나 후루룩 읽고 넘어가지지는 않는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꽤 한참 붙들고 읽었다. 마지막장을 덮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 

일본 경찰소설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 없다.
요코야마 히데오. 착한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라 호오가 분명히 갈리는데, 약간 일드의 오버스러운 감동, 그러나 재미는 있는. 정도를 생각하면 될까? 조직내에서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가장 추천하는 작품은 <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야기가 좀 질려서 안 읽고 있을 즈음에 너도나도 강추하길래 읽었던 작품인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단편집인데, 각 계의 카리스마 있고, 각기 다른 능력의 소유자인 형사를 필두로 사건을 해결한다. 다른 책들에 비하여, 이 작품집만은 '착한 것'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재미난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워낙 많이 번역되어 나왔고, 가가형사 시리즈.가 있는만큼 경찰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작품들이 없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경찰물과는 좀 벗어나긴 하지만, 경찰이 주인공인 재미났던 소설 몇가지를 추려보면,

이 정도? <교통경찰의 밤>은 특이하게 교통경찰이 나오고, 교통법규(?)가 소재인 단편집이다. <악의> 는 가가형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쓰고보니 ...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경찰물로 보기는 좀 그렇네...
재미있는 두 작품이니, 지우지 않고 남겨둔다.  

 

모리무라 세이치 증명시리즈

  <고층의 사각지대> 의 알리바이도 재미나지만, 증명시리즈 중 <인간의 증명>과 <야성의 증명>은 끝내주게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일본에서 모두 드라마화되기도 하였고, 드라마로도 재미나다.

<인간의 증명>은 뉴욕 하렘가의 경찰들과 도쿄의 경찰들 이야기가 나오고, <야성의 증명>은 사건을 쫓는 '일개' 경찰의 집요함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경찰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이야기. 특히 충격적인 결말은 이 소설이 내게 최고의 경찰물, 최고의 일본소설, 최고의 소설중 하나인 이유중 하나이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 역시 흡입력 있는 경찰물이다.
노련한 고참 형사 이마니시의 추적. 범인을 찾는 카타르시스보다는 그 길고 긴 알아주는 사람 없는 추적의 고단함과 '임의수사'를 해결하기 위한 형사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범인의 트릭이 좀 언페어한 느낌이 없지 않다. 역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에는 도마뱀.으로 불리우는 오토바이전문 경찰이 나오고, <크로스파이어>에는 방화계의 경찰이 나온다. 둘 다 여자 경찰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크로스파이어>는 범인과 경찰(모두 여자)의 입장이 거의 동등하게 나오다보니, 경찰물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긴 하다. 다만, 여경으로서의 애로사항? 을 중간중간 볼 수 있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그에 비하면 본격 경찰물이다. 오토바이 전문 기동대의 여자경찰이라는 설정이 독특한만큼, 다카코라는 여성은 평범하고 인간적이다. 역시 '남자 세계의 여자'라는 점이 부각되긴 하지만, 다른 경찰물의 경찰들 못지 않게, 충분히 피곤하고, 열성이고, 고민하고, 건조하고, 고독하며, 조직생활을 혐오하며 동시에 천성으로 생각하는 그런 어엿한 경찰이다. 결말이 나에겐 너무 슬펐던 것이 좀 걸리지만, 훌륭한 경찰물.  

곤노 빈의 <은폐수사> 는 '경찰 미스터리'긴 한데, '미스터리' 보다는 '경찰'에 방점을 찍은 독특한 소설이다. 평은 대체로 좋은 편이고, 경찰 조직에서의 조직원으로서의 경찰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더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이다.

 

 

가노 료이치 <제물의 야회>
2008년 일본 미스터리 매니아 클럽인 '일미즐' 회원들 사이에서 매년 연말에 하는 투표에서 1위에 꼽혔던 작품이다. 그 해 내내 별 소리소문 없었는데, 1위여서 놀랐던 기억.
책소개를 옮겨보면
'엽기적 살인마, 살인 청부업자, 고독한 형사의 삼파전을 그린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소설. 크게 두 파트로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형사 파트는 형사들의 동료애나 경찰 내부의 대립, 그리고 범인 체포에 대한 집념의 수사 등이 담긴 경찰소설이다. 저격자의 파트는 뒷골목에 사는 남자들의 피투성이 항쟁, 고난도 액션 등이 담긴 범죄소설이다. '   

경찰소설의 매력에 킬러와 사이코패스까지 나오는 말그대로 삼종세트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경찰소설' 카테고리에 있는 장면이니, '경찰물' 에 과감하게 넣어본다.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
는 내가 좋아하는 두가지를 가지고 있다.
일본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대물, 세대차, 그리고 경찰소설
3대가 경찰인 이야기이다. 각 세대의 경찰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고, 그 3대에 걸쳐진 하나의 사건 이야기도 미스터리로서의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일본의 많은 경찰소설들중 '공안'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은 거의 없을듯. 이 소설에는 공안인 주인공도 나와서 그 점도 특이하다. 재미도 있고, 평도 좋은 작품.

일본소설은 워낙 많이 나와서,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작품들도 있을 것 같고, 읽지 않은 작품들도 있어서, 생각나는 읽은 작품 위주로 적었다. 혹 빠트린 작품 있으면, 추후 업데이트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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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10-04-1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 빠졌음.

하이드 2010-04-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경관의 피!

2010-04-11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4-11 17:58   좋아요 0 | URL
경찰물에는 각각의 활약이 나오구요, 경감물이나 가가형사 같은 경우에는 한명의 활약과 추리가 도드라져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차이는 그게 가장 크고, 경찰물인 경우에는 조직으로서의 경찰 (특히 일본 경찰물의 경우)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어요. 그 두가지가 제가 경찰물과 경감물을 나누는 차이입니다. ^^

Koni 2010-04-1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많은 경찰물이 있군요! 보고 싶은 책이 많아졌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4-1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추리 소설사에 마쓰모토 세이초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겁니다.마쓰모토는 저 세상 사람이 되었고,모리무라도 이제 여든 가까운 나이가 되었군요.

카스피 2010-04-12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하이드님 글을 보니 대략 1/3정도 읽었네요.아직도 못 읽은것이 참 많네요^^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비룡소의 그림동화 126
존 버닝햄 글 그림, 최리을 옮김 / 비룡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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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일컬어지는 존 버닝햄의 셜리 시리즈이다.
엄마의 잔소리(?)와 아이의 상상력이 번갈아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림의 대비도 무척 멋지다

셜리는 목욕중.

'셜리야. 너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는 거니?'

녹색 모자이크 타일, 분홍색 욕조 안에서 셜리는 목욕중이다. 오리 인형과 몇가지 목욕장난감을 띄운 채

비누를 욕조에 넣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체중계에 올라간 엄마


욕조 안의 물이 다 빠지고, 욕조 안에는 비누, 빛, 장난감만 남아 있다. 욕조 안의 물이 빠지는 배수관을 통해 셜리는 오리 인형을 타고 슝- (자세히 봐야 보여요 - 훗)

세면대 앞 거울을 보고 머리를 정리하며
'셜리야, 목욕을 더 자주 해야 한단다.' 고 말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

반대편에는 하수구를 통해 오리를 타고 강으로 나온 셜리의 모습이 보인다.

'목욕을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다는구나'라며
세면대 청소를 시작한 엄마

셜리는 폭포 앞에서 오리배를 버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린다.

그 뒤로 말 탄 기사들이 보인다.

왼쪽 페이지의 하얀 배경에 단순한 엄마 그림과 대비되는
오른쪽 페이지, 셜리의 알록달록한 동화속 세상. 글이 없이도 그림만으로 셜리의 여정에 대해 보여주고 있으니, 이게 바로 '그림책'이지!

셜리가 벗어 놓은 옷과 신발을 정리하며

'온 바닥에 옷 던져 놓은 것 좀 봐!'
투덜거리는 엄마

셜리의 세상은 이미 말탄 기사들과 함께
노란 초원을 달리고 있다.


아침에 깨끗했던 옷 더러워진걸 보라며 계속 잔소리(?) 하는 엄마

셜리는 환상적인 나라의 성에서 왕과 왕비를 만나고

'셜리야, 엄마는 널 따라다니며
네가 어질러 놓은 걸 치우는 일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아'

계속 이야기하는 엄마

셜리의 흥미로운 상상의 세계는 계속되고

엄마의 이야기도 계속된다.

목욕이 이제 끝날때까지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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